[이코노믹리뷰=이가영 기자] 외환위기를 겪으면서 사그라들었던 사내벤처 붐이 4차 산업혁명을 맞아 다시 일고 있다. 특히 최근엔 자동차, 철강 등 전통적인 제조업계에서 이러한 분위기가 고조되고 있다. 경제 성장이 주춤하고 청년 실업이 심화됨에 따라 정부와 기업들이 이를 타개할 새로운 돌파구로 기업가 정신과 벤처 창업에 주목하고 있어서다. 

국내 철강업계 대표 맏형인 포스코는 ‘With Posco’ 경영이념 실현의 일환으로 지난해부터 포항·광양에 벤처밸리를 만들어 신성장산업 생태계 조성과 일자리를 창출하고, 청년 취·창업을 적극 지원하고 있다. 이와 함께 그간 사업성이 있는 아이템을 보유하고 있어도 창업 경로가 마땅치 않았던 임직원들을 위해 지난해 사내벤처제도인 ‘포벤처스’를 도입, 창업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포벤처스 1기 출범… 참신한 아이템으로 창업 문 ‘똑똑’ 

포벤처스는 ‘창의적인 조직 문화 조성과 미래 신성장 사업 발굴’을 위해 탄생했다. 지난해 6월 그룹사 임직원들을 대상으로 아이템 공모를 통해 최종 선발된 12개 팀은 같은 해 10월 31일 ‘포벤처스 1기’로 전격 출범했다. 

▲ 포스코 사내벤처 ‘포벤처스(POVENTURES)’ 1기는 지난해 10월 30일 서울 포스코센터에서 출범식을 가졌다. 출처=포스코

선정된 12팀은 환경자원, 제어계측, 소재, 건축 등 다양한 분야의 아이템으로 창업의 문을 두드렸다. 일례로 ‘카본엔’ 벤처팀의 ‘제철 부생가스 활용 액화탄산가스 제조’ 아이템은 제철소에서 발생되는 이산화탄소를 별도 분리해 탄산음료나 용접용 가스의 원료를 공급하는 탄산가스제조사에 판매해 수익을 낸다는 구상이다. 사업화 과정을 통해 창업으로 이어진다면 수익 창출을 넘어 제철소 이산화탄소 배출량 저감에도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이 외에도 건설 및 제조현장에서 사용하는 스마트 안전모, 안전조끼 등의 스마트 장비를 소방 등의 특수목적용이나 레저용 제품으로 개발해 판매하는 ‘모듈형 스마트 안전조끼’ 사업, 포스코 그룹사 SNNC에서 니켈 제련 시 발생되는 부산물인 페로니켈 슬래그를 활용한 ‘아스팔트 도로 내구성 강화제 제조 및 판매’ 사업 등 도전적이고 참신한 아이템 등이 접수됐다.

12개의 벤처팀들은 현재 인큐베이팅 과정을 통해 사업을 구체화하는 작업을 진행 중에 있다. 포스코는 포벤처스 1기 출범을 시작으로 앞으로 주기적으로 사내벤처 공모를 개최할 예정이며, 올해 상반기 중에 새로운 사업 아이템 공모 접수를 진행할 예정이다.

아이템 발굴부터 사후관리까지… 회사가 든든한 창업 버팀목

포스코의 포벤쳐스 제도는 크게 세가지 단계로 이뤄진다. ▲아이템 발굴 ▲사내벤처팀 선발 및 인큐베이팅 ▲창업 및 사후관리 순이다.

우선 포스코에서는 연 1~2회 그룹사를 포함한 전 임직원을 대상으로 참신한 사업 아이템을 공모 받는다. 이후 접수된 사업 아이템은 주관부서, 벤처 유관기관 등 전문가 집단의 심사를 거쳐 사내벤처 후보로 선정된다. 

사내벤처 후보로 선정된 사업 아이템 제안자가 전문가의 멘토링을 받아 사업계획서를 완성해 제출하면, 벤처심의위원회는 이를 토대로 사내벤처팀 선발심의를 진행한다. 최종 통과한 후보는 ‘포스코 사내벤처팀’으로 최대 1년간 창업마인드 및 경영관련 교육, 시제품 개발검증 및 비즈니스모델 구체화,  IR·투자유치 활동 등 인큐베이팅을 거친다. 

▲ 포스코 사내벤처팀이 사업계획서 작성 교육을 받고 있다. 출처=포스코

인큐베이팅 후 벤처심의위원회에서 창업 심의를 받게 되고 이를 통과한 성공가능성이 높은 사내벤처팀은 마침내 창업을 하게 된다. 창업한 사내벤처팀은 벤처기업을 설립해 분사하는 등 창업 이후에도 판로 개척 등의 사후 지원을 받게 된다. 이와 별개로 우수 아이디어는 신사업 등 전문부서로 전달해 검토를 진행하고 필요시 회사차원에서 추진도 가능하다.  

포스코는 역량이 부족한 예비창업자들을 위해 인큐베이팅 기간 동안 사무공간과 시제품제작 및 마케팅을 위한 지원금, 멘토링 등을 지원한다. 또한 창업한 기업이 제대로 정착할 수 있도록 창업격려금 5000만원을 지원하며 성공적 안착을 위한 펀딩, 판로개척 지원 등 사후관리에도 최선을 다한다는 방침이다. 이와함께 임직원들이 실패에 대한 부담 없이 도전적으로 창업에 임할 수 있도록 ‘창업 휴직 제도’를 신설해 사업 실패 시에도 3년 이내에 회사로 복귀 할 수 있도록 했다.

박현윤 포스코 산학협력실 벤처밸리그룹 과장은 “‘창업 휴직 제도’에 대한 직원들의 만족도가 높다. 창업 후 사업에 실패해도 복귀가 가능하도록 신분을 유지시켜 주는 제도가 있어 안심하고 창업 도전이 가능하다는 점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사내벤처활동 기간 중 예비창업자로서의 자율성 있는 영업활동과 함께 진행하는 사업화교육 프로그램에 대한 만족도도 높은 편이다. 해당 프로그램은 창업마인드 제고, 시제품개발·고객검증 상시멘토링, 벤처생태계의 이해 및 투자유치 활동지원 등으로 구성돼있다”고 말했다.

박 과장은 “지난해 선발된 12개의 사내벤처팀을 대상으로 사업모델 구체화 등 성공가능성을 높이고 엄격한 창업심사로 통과한 경우에만 창업하도록 진행할 계획”이라며 “금년에도 2기 모집 및 육성을 예정하고 있으며, 장기적으로는 선발·육성·창업·성장지원 등 사내벤처제도 전주기를 완성해 포스코 그룹의 창업문화로 정착시킬 예정”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