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15일중국과 1단계 무역협정에 서명할 예정이지만 미국의 대중 수입의 3분의 2에 가까운 3700억 달러에 달하는 중국 제품에 대한 관세는 여전히 남겨둘 것으로 예상된다.   출처= Axios

[이코노믹리뷰=홍석윤 기자]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15일(현지시간) 중국과 1단계 무역협정에 서명할 예정이지만, 거의 2년을끌어온 전쟁의 이번 휴전 협정에서, 스스로 중국 제품에 부과한 관세를 모두 거둬들이지는 않을 것이다.  

이번 휴전 협정에도 불구하고 미국의 대중 수입의 3분의 2에 가까운 3700억 달러에 달하는 중국 제품에 대한 관세는 여전히 남겨둘 것으로 예상된다. 이 관세는 야구 모자, 여행 가방, 자전거, TV, 운동화, 그리고 미국의 많은 제조업체들이 수입하는 다양한 원자재 가격을 인상시켰다.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 경제에 타격을 주고, 지적재산도용, 강제기술이전 등 불공정 무역관행을 해소하는 새로운 무역거래에 중국이 동의하도록 압박하기 위한 협상 전술로 관세를 사용했다. 그것은 미국의 재계와 민주 공화 양당 의원들도 동의하는 목표다.

하지만 이 관세는 미국인에게도 큰 피해를 주었다. 관세는 미국 기업의 이익을 크게 잠식했고, 이에 따라 고용주들은 감원을 하고 소비자 가격을 인상해야 했다. 게다가, 관세 부과가 얼마나 장기화될 지, 또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해 5월 시행일을 불과 며칠 앞두고 관세를 인상했던 것처럼 언제 관세율을 더 올릴 것인지에 대한 불확실성은, 기업들이 장기 투자를 할 수 없도록 만들었고 이로 인해 미국 경제의 성장이 위협받을 것이라는 주장이 잇따라 제기됐다.

CNN이 지난 2년여간의 무역전쟁이 남긴 것을 정리했다.

일자리 30만 개 사라져

금융정보 제공업체 무디스 애널리틱스(Moody's Analytics)의 보고서에 따르면, 경제 시뮬레이션을 토대로 분석한 결과, 2018년 초부터 시작된 중국과의 무역전쟁으로 지난해 9월까지 30만 개의 일자리가 없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그러한 손실에도 불구하고, 미국의 일자리 증가는 여전히 강세를 보였다. 미국 경제는 2019년에 210만 개의 일자리를 창출했는데, 이는 270만 개의 일자리를 창출했던 2018년보다는 다소 둔화된 것이다.

무역전쟁 때문에 얼마나 많은 일자리가 줄어들었는지 정확히 알기는 어렵지만, 무역전쟁이 미국 근로자들에게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것을 시사하는 것은 무디스 보고서만이 아니다.

고용컨설팅회사 챌린저 그레이 앤 크리스마스(Challenger, Gray & Christmas)가 수행한 기업 설문조사에서도 지난해 8월에만 무역전쟁으로 1만 명 이상의 감원이 이루어진 것으로 조사됐다. 또 세금정책 연구기관인 조세재단(Tax Foundation)의 분석도 무역전쟁이 장기적으로 일자리 감소를 초래할 것임을 시사했다.

▲ 미 농무부는 올해 미 농가소득이 10% 늘어나 2014년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지만 만약 280억 달러라는 정부지원금이 없었다면 미 농가소득은 실제로 줄어들었을 것이다.    출처= PBS.org

미국 수입업체들, 460억 달러 관세 추가 납부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이 관세를 내고 있다고 주장하지만 그것은 잘못된 것이다. 관세는 상품이 미국 항구에 도착하면 미국 수입업체의 은행 계좌에서 나온다.

미국 자유무역 연합단체인 THH(Tariffs Hurt the Heartland, 관세가 미 심장부를 해친다)가 정부 자료를 분석한 결과, 미국 기업들은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가 없었다면 내지 않아도 될 세금을 460억 달러나 더 낸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수입업자들은 관세 비용을 자체적으로 소화할 수도 있고 그 중 일부 또는 전부를 소비자에게 전가할 수도 있다.

물론 일부 중국 제조업체들이 미국 시장에서의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해 가격을 낮췄을 가능성도 있다. 그러나 지난해 발표된 최소한 두 건의 논문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이 부과한 관세는 미국 기업과 소비자들이 부담했다.

미국 소비자들의 피해

JP모건 체이스는 2018년에 부과된 관세로 미국 평균 가구당 연간 600 달러의 비용이 들었다고 말했다.

뉴욕 연준, 프린스턴대학교, 컬럼비아대학교 연구진도 별도의 보고서를 통해 관세로 인해 미국 가구가 연간 831 달러를 추가 지출했다고 추정했다. 이들의 연구는 기업들이 관세를 지불하지 않기 위해 공급망을 이전하는 비용까지 고려했다.

그러나 이러한 추정치는, 장난감, TV, 의류 같은 소비재에 타격을 준 지난 9월에 부과된 관세는 포함하지도 않았다. 그 이전의 관세는 주로 공산품에 타격을 준 것이어서 소비자들의 비용을 직접적으로 증가시킬 가능성은 그리 크지 않았다.

그러나 이러한 가격 인상에도 불구하고 소비자들은 전반적으로 가격 인상을 직접 실감하지는 못하고 있다. 미국의 물가사승률은 무역전쟁이 시작된 이후에도 줄곧 2%대를 맴돌고 있고 소비심리도 매달 변동성을 보이고는 있지만 2018년 초에 비해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제조업 타격

트럼프 대통령은 관세가 미국 제조업을 부양하고 있다고 주장해 왔지만, 미국의 제조업은 침체에 빠졌다. 지난해 12월 제조활동의 척도는 10여 년 만에 최저치로 떨어졌다. 노동통계국의 자료에 따르면 2019년 제조업 일자리 순증가치는 4만 6000여 개에 불과해 성장률이 0.5%도 되지 않았다.

미국 제조업의 둔화에는 많은 요소들이 작용했겠지만, 연방준비제도 경제학자들의 최근 논문은 관세가 큰 영향을 미쳤음을 보여준다.

연준 논문에 따르면, 트럼프의 관세가 외국 경쟁자의 상품 가격을 비싸게 만들어 미국내 일부 기업이 혜택을 보는 것은 사실이지만, 많은 제조업자들이 미국 내에서 상품을 조립하기 위해 해외에서 부품 및 재료를 수입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관세는 철강, 모터, 자전거 부품과 같은 품목에 타격을 주었다고 보고했다.

연준의 논문은 또 "원자재 가격 상승과 미국산 제품에 대한 중국의 보복관세로 인해 미 국내 기업의 관세 혜택도 거의 상쇄됐다"고 분석하고 그러한 요인들이 제조업 일자리 감소를 초래했다고 언급했다.

▲ 그러나 미중 무역전쟁의 한 가지 분명한 결과는 중국 경제는 약해졌고 미국 경제는 여전히 견고하다는 것이다.   출처= The Atlantic

농가 피해, 세금으로 지원

중국은 트럼프 대통령의 지지층으로 알려진 미국 농민들을 겨냥해, 콩, 밀, 옥수수 같은 농산물에 보복관세를 부과했다.

그러나 미국 농가는 가장 큰 수출시장 중 하나를 잃었음에도 불구하고, 최근 조사에 따르면, 농업심리는 2016년 이후 보다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고, 미 농무부도 올해 미 농가소득이 10% 늘어나 2014년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 될 것으로 전망했다.

그러나 이러한 긍정적 지표는 트럼프 대통령의 농가 구제금융 덕분이다. 트럼프 행정부는 지난해 중국의 관세로 피해를 입은 농부들에게 280억 달러를 지원했는데 이는 2009년 자동차 구제금융의 두 배에 달하는 규모다. 만약 정부지원금이 없었다면 미 농가소득은 실제로 줄어들었을 것이다.

또 트럼프 행정부의 농가 지원으로 모든 농가가 혜택을 본 것도 아니다. 미국 농업국(American Farm Bureau)에 따르면, 2019년 미국의 농업 부도는 전년 대비 24% 증가했다.

중국은 성장 둔화, 미국 경제는 튼튼

중국의 경제 성장이 적어도 무역전쟁의 고통 때문에 거의 30년 만에 최저 수준으로 둔화된 것만은 확실한 것 같다. 일부 미국 수입업체들은 관세를 피하기 위해 다른 아시아 국가들에게서 원자재 및 부품을 조달하면서 공급망을 전환했다.

반면 미국 고용시장은 여전히 회복력을 유지하고 있고 경제는 계속 성장하고 있다. 하지만 2019년 미국 경제는 전년에 비해서는 뚜렷한 둔화를 보였다.

2019년 미국 경제 둔화의 얼마만큼이, 중국 경제를 둔화시키고 글로벌 경제에 피해를 끼친 무역전쟁 때문이었는지는 알 수 없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위협은 불확실한 비즈니스 환경을 계속 조장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 제품 외에도 외국산 철강과 유럽산 와인 및 치즈에 관세를 부과했다. 또 유럽 제품의 관세를 높이고, 디지털 관세를 결정한 프랑스의 다양한 제품들에도 새로운 관세 부과를 저울질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