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최진홍 기자] 삼성전자가 지난해 글로벌 반도체 시장에서 인텔에 다시 왕좌를 빼앗겼다. 메모리 반도체 업황 악화에 따른 직격탄이라는 분석이다. 다만 2020년 올해에는 반도체 칩 ASP(평균판매단가)가 상승할 것이라는 말이 나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지난해 메모리 반도체 업황 악화를 주도한 것이 바로 가격 문제였다는 것을 고려하면, 국내 메모리 반도체 업체에게는 아직 반등의 기회가 남았다는 뜻이 된다.

삼성전자를 중심으로 올해 반도체 시장 전망을 냉정하게 살펴봐야 한다는 말도 나온다. 나아가 파운드리 및 시스템 반도체 시장의 장기적인 성장 잠재력에도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 지난해 반도체 매출 현황. 출처=가트너

지난해 점유율 '인텔 15.7%, 삼성 12.5%'
지난해 글로벌 반도체 시장의 맹주가 교체됐다. 메모리 반도체 업황 악화의 직격탄을 맞은 삼성전자가 2017년과 2018년까지 유지하던 맹주의 자리에서 내려오고 시스템 반도체의 강자인 인텔이 최강자의 지위를 탈환했다.

지난해 전체 반도체 시장 자체는 축소된 것으로 확인됐다. 15일 시장조사업체 가트너에 따르면 지난해 글로벌 반도체 매출은 2018년 대비 11.9% 하락한 4183억 달러를 기록했다. 특히 메모리 반도체 매출이 줄어들었고, 그 감소분이 삼성전자 등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확인됐다.

가트너의 부사장 겸 애널리스트인 앤드류 노우드(Andrew Norwood)는 “지난해 반도체 판매량의 26.7%를 차지한 메모리 반도체 시장 매출이 31.5% 감소했다”며,“D램이 2018년말부터 2019년까지 과잉 공급이 지속되면서 매출이 37.5% 감소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과잉 공급은 하이퍼스케일(hyperscale) 시장의 수요 급감으로 인해 발생했으며, 이는 상반기에 걸쳐 간신히 회복한 OEM의 과잉 재고 실태를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나아가 지난해 하반기에 D램 공급업체의 과잉 재고 영향으로 가격이 인하됨에 따라 2019년 평균판매단가(ASP)가 47.4% 하락한 점도 확인됐다.

지난해 글로벌 반도체 매출 상황을 보면 인텔과 삼성전자를 중심으로 양강체제가 자리매김한 가운데, 모든 업체가 전년 대비 주춤하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1위 인텔은 지난해 15.7%의 시장 점유율을 기록했으나 성장률은 -0.7%를 기록했고 삼성전자는 지난해 12.5%의 점유율로 전년 대비 무려 -29.1%를 기록했다. 뒤를 이어 SK하이닉스가 점유율 5.4%를 기록해 전년 대비 -38.0%의 성장률을 기록했다. 마이크론은 4.8%의 점유율로 전년 대비 -32.6%의 성장률, 퀄컴이 3.2%의 점유율로 전년 대비 -12.0%의 성장률을 기록했다.

▲ 삼성전자 반도체 클린룸이 보인다. 출처=삼성전자

삼성전자, SK하이닉스의 미래는?
인텔이 글로벌 반도체 시장의 맹주로 부상한 상태에서, 올해 반도체 시장 전망에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메모리 반도체 부분에서 낸드플래시는 지난해 전체 메모리 반도체 시장에 비해 완만한 하락세를 보였다. 지난해 말 증가한 재고는 상반기 수요 부진으로 더욱 악화되며 전체 매출이 23.1% 감소한 상태다. 다만 지난해 12월 가격이 다시 상승세를 타며 바닥을 쳤다는 분석이 나온다. 

사실상 지난해 7월부터 12월까지 완만한 상승세를 타고있기 때문에 올해 전망도 밝은 편이다. 키옥시아(KIOXIA) 및 웨스턴 디지털이 공동 소유한 공장에 정전이 발생한 것도 전체 수요와 공급 균형에 좋은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말도 나온다. 가트너는 SSD 도입률 및 5G스마트폰 수요 증가로 인한 공급 비트 그로스(비트 단위의 생산량 증가율, bit growth)가 낮기 때문에 올해 낸드플래시 성장세에 무게를 실었다.

D램도 분위기가 좋다. 시장조사업체 IC인사이츠는 최근 내년 D램 성장률을 12%로 예상했으며 지난해 10월까지 지속되던 가격 하락세도 일단 멈췄다. 지난해 12월 PC D램은 평균 가격이 0.39달러/Gb를 기록해 안정세로 접어들었고 서버 메모리모듈(DIMM)도 평균 가격 0.47달러/Gb를 기록하며 안정권에 들어오는 분위기다. D램익스체인지에 따르면 서버용 D램(DDR4 2400Mbps 32GB) 가격은 1분기 104.3달러를 기록하며 서서히 반등할 것으로 보인다. 모바일용 D램도 5G 바람을 타고 올해 긍정적인 바람을 보여줄 전망이다.

전체 메모리 반도체 시장 분위기도 준수하다. 시장조사업체 가트너는 올해 글로벌 반도체 매출 규모를 4707억달러로 예상하며 전년 4183억원보다 소폭 올라갈 것으로 봤으며, 세계반도체무역통계기구(WSTS)도 올해 4330억달러 수준의 매출을 기대한다고 집계했다. 노우드 가트너 부사장은 “올해에는 과잉 재고 문제 해소로 칩 ASP도 올라가면서 반도체 시장 매출, 특히 메모리 부문의 매출이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지난해 메모리 반도체 업황이 너무 나빴기 때문에, 올해 극적인 반등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말도 나온다. 그러나 IC테크놀로지 연구소 권두언 연구위원은 "지금까지는 가격효과에 따른 업황 악화 분위기가 이어진 것이며, 실제 물량은 호황기와 비슷했다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국내 반도체 수출 실적에 답이 있다. 2018년 12월부터 지난해 12월까지 국내 반도체 수출 실적은 13개월 연속 감소중이다. 물론 13일 관세청에 따르면 1월 1일부터 10일까지 반도체는 11.5%의 수출 증가세를 보였으나 이는 깜짝효과일 뿐이고, 설 연휴 조업일수를 고려하면 다시 마이너스가 될 가능성이 높다. 반도체의 경우 지난해 수출이 전년 대비 –25.9%를 기록하며 크게 휘청였다.

다만 물량의 흐름을 자세하게 따져볼 필요가 있다. 메모리 반도체 수퍼 사이클 당시 물량을 이후 업황 악화 시기와 비교하면, 오히려 물량 자체는 업황 악화 시기가 일부 많았다. 결국 최근의 업황 악화는 수요와 공급선이 일부 상승했으나 가격이 떨어지며 벌어졌다는 결론이 가능하다. 시장 자체가 동력을 상실한 것이 아니라, 단순히 가격하락에 따른 기저효과로 최근의 업황 악화가 이어졌다는 분석이다. 수요 부진이 문제가 아니라, 순전히 가격 하락의 문제다. 이는 오히려 메모리 반도체 수퍼 사이클 당시 보였던 현상, 즉 한정된 물량에 가격이 비정상적으로 뛰었던 것이 비정상이라는 분석으로 이어진다.

반도체 가격이 하락한 것은 사실이지만, 이미 바닥을 찍었다는 분석에도 집중할 필요가 있다. 특히 북미 시장의 반도체 장비 출하 상황은 6개월 후 전체 시장의 분위기를 반영하며, 현재 북미 시장의 반도체 장비 출하는 늘어나고 있다. 당연히 올해 중순부터는 시장 상황이 좋아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여기에 반도체 현물 가격이 완만하게 떨어지고 있으나 고정거래가격이 급격히 하락했기 때문에, 기업이 받는 충격은 크지만 오히려 조정기간이 짧아져 불확실성을 해소할 수 있다는 말이 나온다.

반도체 가격의 하락 원인으로 꼽히는 과잉시설투자도 최근에는 잦아드는 분위기다. 물론 삼성전자는 지난해 8월부터 일부 생산라인 전환을 통해 반도체 품목 다각화에 나서는 한편 설비 투자를 통해 1분기를 대비하고 있으나, 시장의 버블이 꺼지며 가격이 안정세를 찾으면 자연스럽게 시장 상황에 녹아들 가능성이 제기된다.

미중 무역전쟁의 추이도 눈길을 끈다. 두 수퍼파워의 1단계 합의가 초읽기에 들어간 가운데, 글로벌 경제의 긴장감이 낮아지면 반도체 수출 전선도 정상궤도에 올라갈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해 반도체 수출은 전년 대비 무려 25.9% 줄어든 939억3600만달러로 집계됐으며 여기에는 대중국 수출이 떨어진 것이 결정타를 날렸다는 점이 중요하다. 이 부분에서 올해는 '새로운 희망'을 찾을 수 있다.

다만 노우드 가트너 부사장은“미국과 중국 간의 무역 전쟁은 2020년으로 접어들면서 완화되는 것 같지만, 미국은 2019년 동안 화웨이 등 여러 중국 기업을 수출 제한 기업 목록(Entity List)에 추가해 미국 부품의 매각을 제한했다"면서 "화웨이는 미국 기업을 대체할 수 있는 실리콘 공급업체를 확보하기 위해, 자회사인 하이실리콘(HiSilicon) 뿐만 아니라 일본, 대만, 한국 및 중국에 본사를 둔 대체 공급업체들을 모색해야만 했다. 이는 2020년 주목해야 할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의외의 시나리오도 고려해야 한다는 뜻이다.

삼성전자의 다각화 전략
삼성전자는 지난해 반도체 최강자의 자리에서 내려왔으나, 메모리 반도체 조정기가 끝나면 늦어도 2분기 다시 상승세를 탈 가능성이 높다. 여기에 시스템 반도체 중심의 매출 다각화 전략이 탄력을 받으면 시너지 효과도 노릴 수 있다.

쉬운 일은 아니다. TSMC의 존재감은 상당하고, 삼성전자 파운드리 사업부의 점유율은 조금씩 떨어지고 있다. 일각에서 아예 분사를 결정해 파트너 확보에 나서야 한다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이러한 고민이 이어지는 가운데 시스템 반도체 전반에 대한 과감한 투자가 진행되면 활로를 찾을 수 있다는 평가다.

삼성 반도체 비전 2030가 가동된다. 2030년까지 133조원의 투자를 단행, 시스템 반도체 산업의 최강자를 노린다는 방침을 세웠다. 시스템 반도체 영역에는 2030년까지 연구개발에 73조원, 생산 인프라에 60조원을 투입한다. 규모적 측면으로는 ‘역대급’이다. 2030년까지 연평균 11조원의 연구개발 및 시설투자가 집행되고, 생산량이 증가함에 따라 42만명의 간접 고용유발 효과가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 직접 고용 인력은 1만5000명에 이른다. 나아가 국내 팹리스와의 생태계 조성에도 나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