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롯데하이마트 메가스토어. 출처= 롯데하이마트

[이코노믹리뷰=박정훈 기자] 현재 국내 유통업계의 상황을 간략하게 정리하면 ‘오프라인의 수난시대’다. 소비 위축으로 방문 고객이 줄고 줄어든 고객들을 또 온라인에 뺏기고 실적이 악화되는 등 악순환이 계속되고 있다. 

오프라인 유통업체들은 다양한 변화들을 추구함으로 오프라인만이 제공할 수 있는 소비자 편의를 구현하고자 ‘절박하게’ 노력하고 있다. 일련의 변화들은 당장의 수익성 개선보다는 장기 관점의 생존 도모라는 점에 초점이 맞춰져 있어 기대감이 크다. 핵심 키워드는 옴니채널 등을 발판으로 하는 다양성 타진이다.

글로벌 기업들의 오프라인 활용 전략  

온라인 유통이 점점 강력해지는 시대지만, 오프라인 유통업체를 완전히 대체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온라인은 특성이 가진 비대면의 속성상 고객 접점의 서비스 측면에서 절대 오프라인을 따라가지 못한다. 상품들을 눈앞에서 확인하고 구매해야 신뢰성이 보장되는 상품들이 있는 한 이 간극은 절대 ‘제로(0)’가 되지 않는다. 

관건은 오프라인 유통채널들이 각자의 장기적 생존을 위해 어떤 방법을 선택하느냐에 달려있다. 이 방법론은 해외 유통 대기업들의 다양한 오프라인 운영 전략 사례들로 구현된다.         

글로벌 유통업계 영향력 ‘최강’의 지위를 이커머스 기업 아마존에게 빼앗긴 월마트(Walmart)가 아마존의 독주에 맞서기 위해 내세운 2020년 새로운 전략은 놀랍게도 ‘오프라인’이었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지난해 12월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월마트의 CEO 더그 맥밀런(Doug McMillon)이 자사의 번영을 위한 계획의 핵심 키워드로 ‘슈퍼센터(Supercenter)’를 제시했다고 보도했다. 

WSJ의 설명에 따르면 월마트의 슈퍼센터는 수많은 상품군의 구성, 다양한 편의 기능을 갖춘 대형 오프라인 매장이다. 식료품, 의류, 캠핑장비, 텔레비전 등 10만여종 이상의 상품들이 한 매장에서 판매되는 등으로 상품의 구성을 확장함과 동시에 의료 진료, 송금, 미용, 지역 커뮤니티 기능 등 생활밀착형 서비스를 24시간 제공하는 것이 특징이다. 동시에, 온라인 몰과의 유기적인 상호작용을 함께하는 ‘옴니채널’을 구현해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시너지를 내는 것이 궁극적인 목표다.  

▲ 출처= Walmart Supercenter Catoosa Facebook

오프라인의 가능성을 활용하는 맥락은 아마존도 크게 다르지 않다. 아마존은 지난 2017년 신선식품 오프라인 유통업체 홀푸즈(Whole Foods)의 인수로 오프라인까지 역량을 확장시키면서 자신들의 온-오프라인 통합 플랫폼으로도 적극 활용하고 있다. 그 이전에는 무인편의점의 실험 모델 ‘아마존GO’가 있었다. 여기에 지난해 아마존은 프리미엄을 지향하는 홀푸즈와 다른 맥락의 중저가 오프라인 식료품 전문점을 준비하고 있다는 계획을 밝히기도 했다. 

‘잘 하고 있는’ 대한민국

글로벌 유통기업들이 이끄는 여러 변화와 비교할 때 국내 업계는 다소 뒤떨어지고 있다는 인식이 있다. 그러나 오프라인 채널의 다양한 활용방법에 있어 국내 유통 업계도 뒤떨어지지 않는다. 대기업들이 각자의 생존을 걸고 추구한 오프라인의 여러 가지 변화들은 분명 각자만의 의미가 있기 때문이다.

이마트는 청계천점에 각 매장을 물류센터처럼 활용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했다. 아울러 이곳에는 크레인 로봇이 고객에게 상품을 전달해주는 로봇 픽업 서비스도 적용됐다. 신세계 이커머스 SSG닷컴과 함께 유기적으로 운영되는 온-오프라인 통합 매장으로 활용되며 이마트는 이후 같은 방식을 다른 매장으로도 확대할 예정이다. 물류센터와 대형할인점을 융합한 형태는 이마트 뿐만 아니라 롯데마트, 홈플러스 등 경쟁업체들도 이미 각자 운영을 하고 있다. 

규모의 확장으로 새로운 가능성을 도모한 사례도 있다. 가전 양품점 롯데하이마트는 일반 가전에서부터 가구, 생활, 레저용품 등으로 상품의 구성을 확장한 개념의 ‘메가스토어’를 선보이며 새로운 개념의 가전 매장을 제안했다. 이곳에는 5G, VR등 첨단 IT기술들을 체험할 수 있는 공간도 마련돼 있어 단순히 쇼핑을 하는 것 이상의 공간의 의미를 부여했다. 이 외에도 우리나라 각 편의점 브랜드에서 구현되고 있는 로봇 기술, 무인화 운영체계 역시 각 오프라인 유통채널의 다양한 가능성들을 보여주고 있다.   

▲ 세븐일레븐 인공지능 로봇 '브니'. 출처= 코리아세븐

이러한 오프라인 유통채널들의 변화는 온라인 유통과 유기적으로 상호작용해 소비자들에게 편의를 제공함으로 장기적 관점의 생존 확률을 높이는 일종의 ‘절박함’이 반영됐다는 공통점이 있다. 

유통업계 한 전문가는 “물론 그간의 필요에 따라 사업의 영역을 빠르게 확장해 온 오프라인 유통채널은 추후 현재보다 다소 그 규모가 축소될 수는 있으나, 온라인이 제공할 수 없는 소비자 편익과 가시적인 첨단기술의 구현 측면에서 충분한 활용가치가 있다”라면서 “국내 유통업체들도 각자의 사활을 건 오프라인 활용 전략들을 선보일 것이며 이는 종전에 없었던 유통 비즈니스의 형태를 보여줄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