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최진홍 기자] 최근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렸던 세계 최대 가전제품 전시회 CES 2020에서 글로벌 모빌리티 기업 우버는 현대자동차와 만나 ‘하늘동맹’을 전격 선언했다. 새로운 모빌리티 전략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는 가운데 미국 샌프란시스코 피어 70서 만난 우버의 야망부터, 입체적으로 펼쳐지는 ‘이동의 모든 것’을 살펴보자.

▲ 우버 피어70 입구. 사진=최진홍 기자

‘움직이는 우버 피어 70의 성’

CES 2020이 한창이던 지난 10일(현지시간) 미국 샌프란시스코의 우버 피어 70을 찾았다. 이곳은 우버의 연구개발 최전선이자 혁신의 보물창고, 나아가 샌프란시스코‘만’으로 나아가는 미지의 항해 전선기지다.

입구에 비치된 점프 바이크를 지나 보안절차를 통과해 입장하면 높은 천장과 더불어 낡은 듯 세련된 공간이 한 눈에 들어온다. 항만창고로 쓰이던 곳을 개조해 만든 곳이라 바닥에는 당시에 사용하던 레일자욱까지 선명하다. 바닷바람을 맞아 멋들어지게 희석된 세월의 향기가 곳곳에 박힌 구조물에 튕겨져 진한 철냄새와 함께 굴절된다. 오래된 전통과 최신 기술이 맞물리며 꿈틀거리는 이 곳은 ‘하울의 움직이는 성’을 닮았다.

▲ 점프 바이크가 보인다. 사진=최진홍 기자
▲ 우버 피어70의 상부. 사진=최진홍 기자
▲ 우버 피어70 내부. 사진=최진홍 기자

가장 먼저 보이는 것은 드론이다. 실물크기로 전시된 드론은 우버이츠 전용 드론이며, 본체를 열어 배달음식을 전달한다는 설명이다. 

배달음식을 실은 드론이 자동차 상단에 고정되어 움직인 후, 특정 목표점에 이르면 드론을 날려 배달의 끝을 완성하는 그림이다. 아직 상용화 단계는 아니다.

▲ 우버이츠 드론. 사진=최진홍 기자
▲ 우버이츠 드론. 사진=최진홍 기자

맞은편에는 볼보와 협력해 만든 자율주행차가 보인다. 차량 상단에 달려있는 라이다만 없다면 일반 차량과 큰 차이가 없을 정도다. 트렁크에 자리를 차지하던 커다란 장비도 차체 내부로 들어간 점이 눈길을 끈다.

현장에서 만난 ATG(Advanced Technologies Group/우버의 자율주행기술을 총괄하는 부서) 소속의 엔지니어 브랜든 바쏘(Brandon Basso)는 현재의 자율주행기술을 두고 냉정한 진단을 내렸다. 실제로 불과 몇 년 전, 많은 ICT 및 전자 기업들은 각각 편차는 있어도 대략 2020년이면 레벨 5 수준의 완전자율주행차를 만날 수 있을 것이라 호언한 바 있다. 그러나 원더키디 2020의 시대가 우울한 디스토피아의 시대가 되지 않은 것처럼, 2020년이 되었으나 아직도 완전 자율주행차의 등장은 요원하다. CES 2020을 통해 5G 기반의 자율주행 능력과 칩 제조 능력, 많은 센서 기술들이 등장하기는 했으나 우리가 흔히 상상하는 자율주행차의 시대는 오지 않았다는 뜻이다.

그는 다만 미래를 위한 현재의 행보, 특히 우버의 전략에는 큰 자신감을 보였다. 그는 “아직 도심을 자유자재로 운행하는 자율주행차는 나오지 않았다”면서도 “기술적인 진보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 이상의 성과가 있었다”고 말했다.

우버가 지금까지 축적한 글로벌 네트워크에서는 막대한 데이터가 발생하고 있으며, 이를 통해 빠르게 데이터 규모의 경제를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는 나아가 “우버 ATG에만 약 1400명의 직원이 일하고 있으며 다양한 시뮬레이션을 통해 테스트를 이어가며 기술의 완성도를 구축하고 있다”고 말했다.

우버의 자율주행 네트워크는 크게 두 가지 방식으로 진행된다는 설명이다. 브랜든 바쏘는 “볼보와의 협업을 통해 XC90 차량에 자율주행 라이다와 카메라 등의 하드웨어를 탑재하고 전매 자율주행 소프트웨어를 개발하며, 자율주행차량(AV) 플랫폼을 개발, 타 기업들이 자체 기술을 구축하고 우버의 네트워크에 적용할 수 있도록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현장에서 우버 자율주행차의 놀라운 센서 기술력을 보여주기도 했다. 라이다를 통해 실시간으로 주변의 사물을 확인하고, 이를 통해 차량이 서로 소통하며 다양한 가능성에 대처하는 장면을 연출해 눈길을 끈다. 자율주행의 안전 분야에 있어도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으며, 이를 위해 막대한 투자를 하고 있다는 점도 밝혔다.

그는 마지막으로 자율주행을 두고 “시간과 공간의 절약을 바탕으로 사람들이 더욱 편리한 삶을 살 수 있도록 해주는 것이 목표”라면서 “이를 위해 안전하고, 효율적이고 경제적인 교통수단을 제공하는 것이 우버 자율주행차의 핵심”이라고 말했다.

▲ 우버 자율주행차가 보인다. 사진=최진홍 기자
▲ 우버 자율주행차가 보인다. 사진=최진홍 기자
▲ 우버 자율주행차 상단의 라이더가 보인다. 사진=최진홍 기자

하늘과 땅, 입체적 이동

사선으로 이동하면 우버 엘리베이트의 정수, 우버에어의 비행체가 모습을 드러낸다. 실물 크기로 제작된 전기 추진 수직이착륙 (eVTOL: electric Vertical Take-Off and Landing)이다.

우버는 지난 6일 우버 엘리베이트 시범 운행 계획과 2023년 상용 서비스 로드맵을 전격 발표한 바 있다. 우버에어의 첫 서비스 출시 대상 지역은 미국 댈러스포트워스(Dallas-Fort Worth), 텍사스 주 프리스코(Frisco Texas), 로스앤젤레스 그리고 호주 멜버른이다. 2020년 시범운행을 거칠 예정이며 미 육군 연구 개발 및 엔지니어링 사령부(RDECOM) 산하 육군 연구소(ARL, U.S. Army Research Lab)와 공동연구 협약(CRADA)을 맺고 공동 업무업 선언문(JWS)을 체결한 상태다.

우버에어의 eVTOL의 최고 비행 속력은 290km/h에 달하고, 최대 약 100km를 비행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100% 전기 추진 방식이며 이착륙 장소에서 승객이 타고 내리는 5~7분여 동안 재비행을 위한 고속 배터리 충전이 가능하다. 각각의 프로펠러에 전기 분산 제어가 가능하도록 설계되어 안전성을 크게 높였고 도심 비행을 위해 소음저감장비도 탑재되어 있다. 상용화 초기에는 조종사가 직접 조종하지만, 자동비행기술이 안정화 된 이후부터는 자율비행이 가능하도록 개발될 예정이다. 승객 4명 탑승이 가능하다.

현장에서 eVTOL에 탑승해봤다. 실제 비행하는 것은 아니지만 현장 직원의 안내에 따라 가상현실 기기로 간접체험이 가능하다. 좌석은 키가 188cm인 기자가 편하게 앉을 수 있을 정도로 여유로웠고, 비행체 자체의 높이가 있어 내부에서 무난하게 이동할 수 있는 수준이다. 뒷 자리에는 간단한 짐을 보관할 수 있는 공간도 마련되어 있다.

▲ 우버 eVTOL이 보인다. 사진=최진홍 기자
▲ 우버 eVTOL이 보인다. 사진=최진홍 기자
▲ 우버 eVTOL 내부가 보인다. 사진=최진홍 기자
▲ 우버 eVTOL 내부가 보인다. 사진=최진홍 기자
▲ 우버 eVTOL 내부가 보인다. 사진=최진홍 기자

우버의 꿈, 현대차의 고민

우버의 자율주행기술은 하늘과 땅을 가리지 않는다. 또 자가용과 택시는 물론 우버 트랜짓을 통한 대중교통도 포함한다. 이동하는 모든 것을 앱 플랫폼에 넣으면서 끊기지 않는 연결의 사용자 경험을 추구하면서 자율주행기술까지 빠르게 이식하는 중이다. 우버의 전체 모빌리티 전략을 두고 ‘입체적 플랫폼’이라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특히 우버 엘리베이트의 전략에 시선이 집중된다. 여기에는 현대차와의 협력과, 이를 통한 각각의 역할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우버 엘리베이트는 이미 보잉사(Boeing)의 자회사인 오로라 플라이트 사이언스(Aurora Flight Sciences), 벨(Bell), 엠브라에르(Embraer), 조비 항공(Joby Aviation), 피피스트렐 에어크래프트(Pipistrel Aircraft), 카렘 항공(Karem Aircraft), 전트 에어 모빌리티(Jaunt Air Mobility) 등 경험이 풍부한 여러 제조사들과 협력하고 있다. 여기에 부동산 회사인 힐우드(Hillwood Properties), 릴레이티드(Related), 맥쿼리(Macquire), 오크트리(Oaktree) 및 시그니처(Signature)와도 손을 잡고 있다.

항공 제조사들과 협력하는 이유는 우버 엘리베이트가 ‘하늘’을 정조준하고 있기 때문이며, 부동산 회사들과 손잡은 이유는 ‘비행거점’을 확보하기 위한 측면이 강하다. 여기서 올해 발표된 현대차와의 협력은 우버가 항공 제조사들과 만난 이유와 비슷하다는 것이 중론이다.

문제는 현대차가 ‘과연 준비된 우버의 파트너가 될 수 있을까?’라는 의문이 나오는 점이다.

현대차는 CES 2020이 열리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UAM(Urban Air Mobility : 도심 항공 모빌리티) ▲PBV(Purpose Built Vehicle : 목적 기반 모빌리티) ▲Hub(모빌리티 환승 거점)를 공개했다. 여기서 우버와 협력하는 곳은 하늘을 상징하는 UAM이며, PAV 콘셉트 'S-A1'이 등장한 바 있다.

▲ S-A1. 출처=우버

S-A1의 정체성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 어떤 방식으로 하늘까지 아우르는 입체적인 모빌리티가 가능할 것인가.

먼저 현대차가 S-A1을 제작을 맡는 방식이다. 우버에 따르면, 우버는 우버 엘리베이트를 통해 다양한 항공 제조사가 만든 eVTOL를 저렴한 비용으로 호출해 공유할 수 있는 방식을 고민하고 있다. 우버 앱을 통해 마치 택시를 호출하듯 eVTOL를 불러 도심을 이동하는 방법이다. 여기서 오로라 플라이트 사이언스나 벨, 혹은 현대차가 만든 eVTOL이 랜덤으로 호출되는 그림이다.

다만 현대차가 다른 항공 제조사처럼 말 그대로 ‘제조’에만 집중한다면 크게 두 가지 문제점이 있다.

우선 현대차는 비행체를 만들어 본 경험이 없다. 지난해 UAM 사업부를 신설하고 미 항공우주국에서 일하던 신재선 박사를 영입하기는 했으나 당장 포트폴리오를 구축할 물리적 시간이 부족하다. 우버가 미 항공우주국과 협력해 우버 엘리베이트의 꿈을 그리고, 미 항공우주국에서 근무하던 신재선 박사가 현대차로 영입되어 UAM 사업부를 총괄하며 다양한 시도를 타진하고 있으나, 문제는 현대차의 경험 부족이다.

에릭 앨리슨(Eric Allison) 우버 엘리베이트 총괄도 이러한 우려를 인지하고 있다. 그는 7일 한국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자동차 업계가 점점 커넥티드카 트렌드로 변하며, 제조사들의 생각도 많이 달라지는 것 같다”면서 “더 많은 자동차 제조사들이 하늘에 관심을 두고 있으며, 무엇보다 현대차는 세계 최고 수준의 자동차 제조사의 노하우를 가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 에릭 앨리슨(Eric Allison) 우버 엘리베이트 총괄이 발언하고 있다. 사진=최진홍 기자

또 다른 문제점은 현대차의 역할이 축소되는 점이다. 현대차가 eVTOL의 제조만 맡을 경우 소위 ‘제조 마인드’에서 벗어날 수 없기 때문이다. 즉 자동차 제조에서 eVTOL 제조로만 영역을 확장했을 뿐, ICT 기술을 연결하는 모빌리티 전략과 이에 따른 다양한 플랫폼 로드맵 가능성은 원천 차단된다.

일각에서는 현대차가 직접 플랫폼을 운영하며 온디맨드 전략을 구사할 수 있다는 말도 나온다. 그러나 지난해 모빌리티 전략을 강하게 추구하면서도 유독 플랫폼 운용에 있어서는 ‘한 방’을 보여주지 못했다는 것을 고려하면, 현 상황에서 현대차의 플랫폼 직접 운영은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평가다.

결국 다양한 가능성을 살펴본다면, 현 시점에서 가장 유력한 것은 우버의 소프트웨어 전략과 현대차의 하드웨어 전략이 만나는 그림이다. 우버는 우버 엘리베이트 전략을 가동하며 현대차의 핵심적인 제조업 경쟁력을 활용하고, 자사의 생태계 확장에 활용할 것으로 보인다. 현대차는 실질적인 제조를 통해 ‘근육’을 기른 후 추후 PBV와 Hub 제조에 이은 운용까지 검토하며 독자적인 별도의 그림을 그릴 수 있다.

▲ 정의선 현대차 수석부회장과 에릭 앨리슨 총괄이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최진홍 기자

우버와 협력하는 것은 UAM에만 한정되기 때문에, 항공 분야에서는 소프트웨어 우버의 경쟁력과 손잡고 지상과 연결고리를 구축하는 장면에서는 홀로서기 가능성이 조심스럽게 제기되고 있다. 물론 넘어야 할 산은 많지만, 현대차의 도전은 이제 시작이라는 점에서 시간을 두고 지켜볼 필요가 있다는 말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