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출처=캐롯손해보험

[이코노믹리뷰=권유승 기자] 국내 최초 온라인전용 손해보험사인 캐롯손해보험이 이번 주 본격적인 신상품 출시에 나설 전망이나 업계 반응은 회의적인 분위기다.

디지털 혁신을 필두로 차별화된 상품을 선보인다는 게 캐롯손보의 전략이다. 하지만 4차산업 혁명시대로 대부분의 보험사들이 디지털 역량을 강화하고 있는 추세에 온라인 중소형 보험사가 위상을 떨치긴 힘들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캐롯손보의 주력 상품으로 점쳐지는 자동차보험 역시 가격 경쟁력으로만 대형사가 대부분 차지하고 있는 점유율을 끌어당기기엔 역부족일 것 이라는 지적이다.

◇ 영업개시 임박

14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캐롯손해보험이 신상품 출시를 앞두고 있다. 이르면 이번 주 내에 생활밀착형 일반 보험을 선보인다는 계획이다. 생활밀착형 보험으로 출시될 상품은 여행자보험, 반려동물 케어보험, 배달 반송보험, 항공연착보상보험 등이 예상된다.

캐롯손해보험 관계자는 "첫 상품을 출시하려고 시스템 등을 점검 중"이라며 "영업 개시가 임박해 있는 상황으로 이르면 이번 주 중 공식 발표가 날 것"이라고 말했다.

캐롯손해보험은 한화손해보험 자회사로 SK텔레콤, 현대자동차, 알토스벤처스 등 대형 투자사들이 합작해 설립한 국내 최초 디지털 손보사다. 지난해 초 금융위원회의 보험업 영위 예비 허가를 받은 지 1년여 만에 본격적인 영업을 앞두게 됐다. 캐롯손보는 정보통신기술(ICT), 빅데이터 분석 등을 접목해 기존 시장에 없는 차별화된 상품을 선보일 것이라는 방침이다.

업계는 특히 캐롯손보의 '퍼마일(PER MILE) 자동차보험'에 주목하고 있다. 퍼마일 자동차보험은 주행 거리에 따라 보험료를 납부하도록 구성된 상품으로 내달 출시될 것으로 예상된다. 퍼마일 자동차보험은 고객 운전습관에 따른 위험도에 맞게 보험료가 책정 될 전망으로, 가격경쟁력을 내세운 캐롯손보의 주력 상품으로 거론되고 있다.

◇ 경쟁상품 속속 등장

캐롯손보의 흥행 전망에 대한 업계 관계자들의 반응은 회의적인 모습이다. 캐롯손보는 디지털을 내세워 상품 차별화를 꾀한다는 전략이지만, 이미 대부분의 보험사들이 디지털 혁신에 열을 올리고 있어 경쟁력이 없을 것이란 이유에서다.

보험업계 한 관계자는 "아무리 혁신적인 상품을 선보인다고 한들, 시장에서 반응이 좋으면 다른 보험사들도 따라서 출시하게 될 것"이라며 "이미 인슈어테크에 사활을 걸고 있는 대형사들이 맘먹고 관련 상품 개발에 나선다면 캐롯손보가 경쟁력을 갖게 될 수 있을지 미지수"라고 말했다.

실제로 스위치보험 등 혁신상품이라고 여겨지는 소액간단보험이 줄줄이 등장하고 있다. KB손해보험은 지난해 11월 온디맨드(On-demand) 방식을 적용한 ‘시간제 배달업자이륜자동차보험’을 출시했다. 배달의민족‧스몰티켓 등과 협업을 통해 개발된 이 상품은 보험이 필요한 시간 동안만 보장받을 수 있도록 설계된 점이 특징이다.

NH농협손해보험은 지난해 상반기 금융위원회의 혁신금융서비스로 지정된 ‘On-Off 해외여행보험’을 선보였다. 이 상품은 한 번 가입하면 여행기간 설정과 보험료 결제만으로 가입이 가능하고, 가입시 설명의무와 공인인증 등의 절차가 생략된다. 금융플랫폼 뱅크샐러드 역시 지난해 6월 스위치 여행보험을 출시했으며, 두 달 만에 가입자를 16배 이상 늘렸다.

보험사와 플랫폼업체들 간의 합종연횡도 예고되고 있다. 삼성화재는 카카오와 합작해 온라인 전용 손보사 설립을 추진, 생활밀착형 상품을 선보일 준비를 하고 있다. 카카오페이는 지난해 자동차보험, 반려동물보험 등 간편보험 판매에 돌입했다. 네이버도 금융계열사 ‘네이버파이낸셜’을 출범해 보험, 대출 등의 금융서비스를 선보일 예정이다.

◇ 자동차보험, 메리트 있을까?

캐롯손보의 야심작 퍼마일 자동차보험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크다. 자동차보험의 경우 마일리지, 블랙박스, 안전장치 등 보험료 할인 혜택을 주는 특약 등이 출시된 상태다. 또 대부분의 보험사들이 보험료를 낮춰 다이렉트 채널에서 상품을 판매 중이라 캐롯손보의 자동차보험이 빛을 발할 수 있을지 의문도 나온다.

또 캐롯손보가 가격경쟁력에서 앞선다고 한들, 이미 대형사들이 선점하고 있는 자동차시장 점유율을 뺐어오기는 쉽지 않을 것이란 관측도 있다. 삼성화재, 현대해상, DB손해보험, KB손해보험 등 대형 손보사가 차지하는 자동차보험 시장 점유율은 80%에 달한다. 자동차보험은 사고발생 시 사후 처리에 대한 속도, 보상망 등이 중요해 보험료로만 고객들을 끌어오기는 쉽지 않을 것이란 분석이다.

한 보험사 관계자는 "아직 캐롯손보의 상품이 출시된 게 아니라 어떤 형태로 나올지는 지켜봐야 할 것"이라며 "퍼마일 보험의 경우 자동차를 적게 타는 고객들에게는 매력적으로 다가 올 수 있지만, 아직 보험료가 오픈이 된 상태가 아니라 기존 상품 대비 얼마나 경쟁력이 있을지는 두고봐야 할 것이다. 다만 대형사와 중소형사의 경우 지방으로 갈 수록 보상망에 대한 차이가 커서 이러한 부분도 염두해 둬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