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Conditional Planes2012-6, 182×228㎝ Acrylic on Canvas, 2012

최명영의 <평면조건>에서는 이제까지의 그의 작업 변화 과정이 함축되어 나타나고 있음을 발견할 수 있다. 색체의 단순화를 통하여 섬세한 질료의 변화를 화면 위로 드러내고자 하며, 화면 위의 질료의 표정은 행위를 내포함으로써 형상성을 초월한다.

<평면조건>에서는 표상적 의미 작용을 살펴보면 물감의 질료적 특성이 표면으로 강하게 나타나게 되어 작가의 의도가 질료의 작용에 있는 것처럼 보여지기도 한다. 이는 미술 작품을 일종의 질료의 실재성으로만 보려는 태도에서 비롯되거나 작품 외부로 드러나는 시지각적 현상의 의미 해석을 시도하기 때문이다.

결국 시각적 유서성의 함정으로 인하여 의미 전달 방법의 한계를 벗어나기는 쉽지 않다. 현대미술에 있어서 작품 해석은 ‘작가의 사유’와 ‘작품 자체’의 상관관계의 함수로 볼 수 있다. 작품은 작가의 행위와 질료의 조합으로 사유가 고정되는 실체이다. 그러나 작품은 ‘있는 그대로’ 우리에게 드러나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이미 지니고 있는 선험적 지식에 의존하여 해석되어진다.

어떤 대상을 작품으로 인지하는 과정은 그것이 지닌 시각적 직접성을 넘어서 하버마스는 이러한 선입견의 힘을 깨뜨릴 수 있는 ‘성찰의 힘’의 필요성을 강조한다. 다시 말하자면 작가가 사고하는 만큼 관람자도 작품의 내면에 접근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말이다.

최명영(Dansaekhwa-Korean monochrome painter CHOI MYOUNG YOUNG, Dansaekhwa:abstract paintings of Korea Artist CHOI MYOUNG YOUNG,최명영 화백,최명영 작가,단색화 최명영,단색화:한국추상회화 화가 최명영,모노크롬회화 최명영,단색화가 최명영,韓国単色画家 崔明永,韓国の単色画家 チェイ·ミョンヨン)의 <평면조건>을 수용하는 데는 마찬가지의 성찰이 필요하다.

그의 <평면조건> 시리즈가 이루어지기 위해 장시간의 사유의 시간이 있었음을 이해하는 일이 그리 쉬운 것은 아니다. 이 시리즈는 이미 77, 78년에 시도된 <한계내외>, <단위면적>, <전개면적>에서 공간과 평면의 이중성을 제시하는 방법에서 발단이 되었다.

화면의 표면 위에 반복적인 색칠과 배면에서 두드리는 작업, 반복된 색칠 작업의 결과와 병행하는 제한된 화면의 표면 위에서 서서히 벗어나는 물감의 작용, 화면 위를 일정하게 구획을 짓고 그 단편들이 이루어 놓은 전체 면의 상황 등, <평면조건>에 이르기까지의 여러 과정이 함축되어 있다.

△조광석/조형예술학 박사, 미술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