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노성인 기자] 펭수는 특유의 솔직하고 당당한 언행으로, 최근 사람들 사이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캐릭터이다. 지난 7일 특허청은 제3자가 EBS의 인기 캐릭터 ‘펭수’에 대한 상표권을 EBS보다 먼저 신청해 조정절차에 있다고 밝혔다. 우리나라는 특허청에 먼저 출원한 사람의 상표권을 인정해주고 있다. EBS가 ‘제2의 뽀로로’가 될 수 있는 펭수를 눈뜨고 뺏기게 생긴 것이다.

▲ 자이언트 펭TV 홈페이지 캡처, 출처=EBS

펭수가 이정도 였어?

펭수는 EBS 프로그램 ‘자이언트 펭TV’에 출연하는 펭귄 캐릭터이다. 지난해 3월 첫 등장했을 때는 어린이를 대상으로 설정한 캐릭터였으나, ‘EBS 아이돌 육상대회’ 방송에서 EBS 사장 김명중 씨의 이름을 거침없이 언급하며 불만을 이야기하는 모습 등이 성인들의 큰 호응을 얻어 현재는 어른들의 ‘뽀통령’으로 불리고 있다,

현재 유튜브 채널 ‘자이언트 펭TV’의 구독자 수는 184만 명(14일 기준)으로 지난 한 달간(2019.12.15.~2020.1.14) 50만이 증가했다. 펭수는 MBC ‘마이 리틀 텔레비전 V2’, JTBC ‘아는 형님’ 등에 출연하고, ‘나일론’과 화보 촬영을 진행하는 등 현재 방송가의 대세이다. 높은 인기로 협업 요청이 늘어나자 EBS는 작년 12월에 전담 부서를 따로 만들 정도다.

유튜브 예상 수익 조회 사이트 녹스인플루언스에 따르면 14일 184만 구독자 기준 '자이언트 펭TV' 월 예상 수익은 1억1700만 원에서 2억300만 원 수준이다. 제휴 수익은 영상 1개당 5794만 원으로 예측됐다. 지난해 11월 중순에는 카카오톡 이모티콘이 출시되어 전체 판매순위 1위를 8주째 지키고 있다. 최근 발매된 달력, 인형, 에세이 다이어리 등 관련 굿즈도 모두 완판 된 상태이다.

EBS의 최고 인기스타 ‘뽀로로’는 현재까지 세계적으로 4000억 원에 가까운 상표 가치와 5000억 규모의 관련 시장을 창출했다고 알려졌지만, EBS는 방영권만 가지고 있어 실제 수익은 비교적 적을 것으로 추정된다. 펭수는 EBS에서 자체 기회, 개발한 캐릭터라는 점에서 장기적으로는 뽀로로의 가치를 넘을 것으로 보인다.

▲ '펭수는 __다' 영상 캡쳐, 출처=유튜브 '자이언트 펭 TV'

펭수의 상표권 누가 얻을까?

지난해 11월 11일 최 모 씨 등은 ‘펭수’, ‘자이언트 펭’, ‘펭하’ 등에 상표권을 출원했다. EBS는 펭수에 대한 ‘헤드폰을 쓴 펭귄’ 이미지 관련 지식재산권은 미리 출원한 상태였지만, 정작 ‘펭수’ 등은 9일 늦은 같은 달 20일에야 상표를 출원했다.

우리나라는 먼저 출원한 사람이 상표권을 갖는 선원 등록주의를 채택하고 있다. 만약 가장 빨리 출원을 한 최 씨가 권리를 가지게 된다면 EBS는 ‘펭수’란 이름을 사용할 때마다 사용료를 지급해야 하거나 저작권 사업에 대해 일일이 허가를 받아야 한다.

펭수 상표권 관련 EBS 대리인 황병도 변리사는 “EBS가 캐릭터사업 전문기업도 아닌데 이런 분쟁에 휘말렸다는 것은 어떻게 보면 주객이 전도된 상황이다”고 말했다, 그는 최초 출원자 최 모 씨의 상표권 무상양도 제안에 대해서는 “현재 EBS가 상표권 분쟁에서 질 가능성은 작다”며 “양도를 받는다면 EBS 입장에서 불필요한 양도세를 내야 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사실 이런 일이 처음은 아니다. 작년 12월, 특허청은 같은 해 3월 일반인 김 모 씨가 출원한 ‘알릴레오(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의 유튜브 채널)’에 대한 상표 등록을 거절한 바가 있다. 특허청은 “김 모 씨의 알릴레오 창작 여부와 유명세를 이용해 부당한 이득을 취하려고 했는지를 심사해서 내린 결론이다”라고 밝혔다.

통계청 관계자는 “2007년 SM엔터테이먼트 소속 소녀시대도 비슷한 일이 있었다. 소녀시대 데뷔 직후 김 모 씨는 ‘소녀시대’란 명칭을 의류, 식음료제품 등에 사용하겠다고 상표서비스를 출원했다.”며 “결국 SM이 소송에 승리하여 김 씨의 상표권은 무효처리가 되었지만, 저작권자 늦게 신고하는 바람에 상표권을 얻지 못한 경우도 많다”고 덧붙였다.

▲특허 정보 검색 포털 키프리스 홈페이지, 검색을 통해 쉽고 빠르게 출원 여부를 알 수 있다.

내 상표권을 지키키 위해선?

현재 대부분 나라는 우리나라와 같은 선출원주의를 원칙으로 한다. 반면, 미국은 선사용주의를 채택하고 있다. 미국 현지 내에서 사업을 진행하고 있어야 상표등록을 허가해주는 정책이다. 사용실적을 증명하기 위해서는 출원 또는 등록 대상의 상표가 미국 내에서 판매 중인 제품이나 서비스의 광고에 사용되고 있는 것을 증명할 수 있는 사진들을 제출해야 한다.

엄정한 변리사는 “선사용주의는 행정적으로 더 복잡하고, 출원인에게 오히려 불리하게 작용할 소지가 있다”며 “우리나라의 경우는 누구나 쉽게 상표 출원이 가능한 장점이 있으므로 출원자가 조금만 신경을 쓴다면 충분히 자신의 상표권을 지킬 수 있다”고 말했다.

김병일 한양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상표권은 어떠한 상품·서비스에 권리를 가지고 있음을 나타낸다”며 “하나의 상표권으로 모든 권리를 가질 수는 없다. 이번 펭수도 ‘이미지’에 대한 상표권이 있었지만, 그것 하나만으로 모든 권리를 행사하는 것이 불가능한 것이 현실이다”라고 말했다.

이어 “미처 등록하지 않았더라도, '유명'하면 보호받을 수 있기는 하다. 하지만 대다수 사람들이 ‘특정한 상품과 서비스는 출원자의 것’이라고 알고 있는 사실을 소송에서 입증해야 하므로 쉬운 일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우리나라에도 출원자를 보호하는 법이 존재한다. 상표법 34조에는 ‘이미 수요자에게 널리 인식된 상표’(1항 9호)나 ‘수요자를 기만할 염려가 있는 상표’(12호), ‘유사 상표로 부당한 이익을 얻으려는 상표’(13호) 등에 대해서는 출원을 허락하지 않을 수 있도록 예외조항을 두고 있다.

특허청 공식 유튜브 채널 ‘4시! 특허청입니다’의 ‘펭수·보겸TV’ 편(지난해 12월 26일 업로드)을 통해 ‘제삼자의 상표권 출원의 목적이 부정한 것으로 판단된다면 관련 상표권 등록을 받을 수 없다’는 내용의 동영상을 올렸다. 

이런 특허청의 결정에 시민들은 긍정적이다. 자이언트 펭TV 구독자들은 “특허청이 공식적으로 답변을 해주니 마음이 놓인다”며 “과거에도 이런 사례가 많다고 들었는데, 법을 개정해서라도 이런 일로 피해를 보는 분들이 없어졌으면 좋겠다”는 내용의 댓글을 달았다.

▲국내 상표권 등록 절차

특허청은 13일 이번 펭수 사건을 계기로 상표 사용자의 정당한 출원이 아닌 상표 선점을 통해타인의 신용에 편승해 경제적 이익을 취득하려는 부정한 목적이 있는 출원에 대해 상표심사를 강화할 것이라 밝혔다.

특허청 관계자는 “상표권은 일종의 출생신고이다”라며 “상표권을 지키는 가장 좋은 방법은 사업준비 단계에서 미리 상호와 함께 상표를 출원하는 것이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