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최진홍 기자] 삼성전자 주가가 13일 6만원으로 장을 마치고, SK하이닉스도 10만원의 벽을 넘은 10만500원을 기록했다. 메모리 반도체 업황 호조 가능성이 점쳐지는 가운데 시장에서는 “더 지켜봐야 한다”는 신중론도 만만치 않지만, 당분간 고무적인 흐름이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에 무게가 실린다.

▲ 삼성전자 클린룸이 보인다. 출처=삼성전자

지난해 4분기 실적 저력...“더 오를 것”

삼성전자의 지난해 4분기 잠정실적은 매출 59조원, 영업이익 7조1000억원으로 집계됐다. 전년 동기 대비 각각 0.5%, 34.3% 떨어진 가운데 업계에서는 “이 정도면 선방”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특히 영업이익의 경우 전년 동기 대비 크게 부진한 모습을 보였으나 증권사 평균 전망치 9%를 상회하며 저력을 보여줬다는 평가다. 삼성전자는 최근 조사에서 글로벌 시가총액 기업 톱20에 들어가며 탄탄한 존재감을 과시하고 있다.

삼성전자 주가도 상승 일변도다. 한 때 6만원의 벽을 넘으며 지칠 줄 모르는 체력을 자랑하고 있다. 연일 신고가 행진을 거듭하며 가파른 상승세를 보여주고 있다.

SK하이닉스도 분위기는 비슷하다. 아직 지난해 4분기 실적을 발표하지 않았으나 4400억원 수준의 영업이익을 거뒀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는 업황 호조 당시의 실적과 비교해 다소 실망스럽지만, 역시 현재의 상황을 고려하면 고무적인 성과라는 분석이 나온다. 그런 이유로 주가도 삼성전자와 동일하게 수직상승을 거듭하고 있다.

두 기업의 승승장구 배경에는 반도체 업황 호조 가능성이 있다. 무엇보다 메모리 반도체 수퍼 사이클이 종료된 후 각 기업의 반도체 경쟁력이 각광을 받으며 바닥을 쳤고, 1분기부터 다시 상승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반영됐다는 평가다.

당장 D램의 경우 지난해 10월까지 지속되던 가격 하락세가 멈추고 일종의 수평선을 유지하고 있다. 서버 및 데이터센터 중심으로 수요와 공급이 맞아 떨어지며 안정적인 흐름을 보이고 있다는 평가다. 지난해 12월 PC D램은 평균 가격이 0.39달러/Gb를 기록해 안정세로 접어들었고 서버 메모리모듈(DIMM)도 평균 가격 0.47달러/Gb를 기록하며 하락세를 멈췄다.

시장조사업체 IC인사이츠는 최근 내년 D램 성장률을 12%로 예상한 상태다. 그 연장선에서 다양한 호재가 예정되어 있어 눈길을 끈다. D램익스체인지에 따르면 서버용 D램(DDR4 2400Mbps 32GB) 가격은 1분기 104.3달러를 기록하며 서서히 반등할 전망이며 나아가 넷플릭스와 디즈니 플러스 등 OTT 플랫폼들이 연이어 가동되는 것도 수요 증가에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모바일용 D램은 내년 급격한 상승세를 보여줄 전망이다. 특히 5G 상용화 바람을 타고 강력한 존재감을 예고하고 있다. 현재 스마트폰 모바일 D램 수준이 3.9GB인 상황에서, 5G 스마트폰 자체가 평균 10GB 사이의 D램을 채택하는 것도 긍정적이다. 여기에 모바일용 D램 가격이 타 라인업보다 가격이 다소 높고, 제품 믹스 변화에 따른 혼합평균 판매단가(Blended ASP)의 상승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낸드플래시도 안정세를 보여주고 있다. 지난해 6월 가격이 바닥을 찍었으나 지난해 12월 0.14달러/GB를 기록하며 사실상 바닥을 치고 튀어 오르는 중이다. 무엇보다 지난 7일 일본 키옥시아 팹 화재가 국내 반도체 업계에는 호재가 되는 분위기다. 일각에서는 이번 화재로 1분기 낸드플래시 물량 1%가 증발했다는 말까지 나오는 가운데, 수요와 공급의 균형이 자연스럽게 맞아 떨어질 수 있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전체 메모리 반도체 시장 분위기도 좋다. 시장조사업체 가트너는 올해 글로벌 반도체 매출 규모를 4707억달러로 예상하며 전년 4183억원보다 소폭 올라갈 것으로 봤으며, 세계반도체무역통계기구(WSTS)도 올해 4330억달러 수준의 매출을 기대한다고 집계했다.

수출 전선에서도 반도체가 새해 벽두부터 두각을 보이고 있다. 13일 관세청에 따르면 1월 1일부터 10일까지 반도체는 11.5%의 수출 증가세를 보이며 고무적인 성과를 냈다. 메모리 반도체 업황 호조세가 시작되며 국내 반도체 업계의 기대감이 커지는 것과 관련이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반도체의 경우 지난해 수출이 전년 대비 –25.9%를 기록하는 등 크게 휘청였으나, 올해는 다를 것이라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 SK하이닉스 이천 공장이 보인다. 출처=SK하이닉스

“너무 빠르다”

메모리 반도체 업황 호조 가능성이 커지며 삼성전자 및 SK하이닉스 주가가 승승장구하고 있다는 것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 여기에 삼성전자의 경우 적극적인 배당이 저력을 발휘하며 주가 상승의 동력이 되고 있다는 평가다. 5G를 중심으로 하는 새로운 갤럭시 라인업에 대한 기대감도 일부 반영됐다는 분석이다.

문제는 주가 상승 속도가 업황 호조를 정확하게 반영하는 것이 아니라, 업황 호조에 대한 기대감만으로 움직이는 점이다.

메모리 반도체 업황이 올해 1분기부터 좋아질 것이라는 전망은 나오고 있으나, 아직 현실에 적용되지는 않았다. D램과 낸드플래시 가격이 하락세를 멈추고 바닥을 찍은 상태에서 ‘수평선’을 그리는 것은 사실이지만, 아직 반등하지 않았다는 점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

이런 상황에서 반도체 수퍼 사이클 당시 수준의 주가 상승은 ‘지나친 기대감 반영’이라는 말이 나온다. IC 플랫폼 연구소의 김일형 부소장은 “시장이 실물경제의 기대감을 타고 지나치게 빠르게 앞으로 나아가고 있다”면서 “냉정한 시각을 유지해야 하는 이유”라고 말했다. 최영산 이베스트투자증권 애널리스트도 “메모리 업황 반등 사이클의 초입은 맞지만 현재의 주가 상승세는 초입구간으로 보기에 무리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상과열징후가 보인다는 뜻이다.

다만 미중 무역전쟁이 합의점에 이르며 글로벌 반도체 업계의 불확실성이 일부 해소되고, 메모리 반도체를 중심으로 1분기부터 업황 호조세가 시작된다는 기대감이 커지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이런 가운데 당분간 삼성전자 및 SK하이닉스 주가는 강력한 상승세를 탈 것이라는 분석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업체 별 분위기는 다소 온도 차이가 느껴진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8월부터 일부 생산라인 전환을 통해 반도체 품목 다각화에 나서는 한편 설비 투자를 통해 1분기를 대비하고 있다. 시장 상황이 좋아질 것으로 보고 공격적인 투자를 준비하는 셈이다. 반면 SK하이닉스는 다소 보수적인 설비투자를 단행하면서도 이미지 센서 중심의 제품 라인업으로 소위 매출 다각화를 꾀하고 있다. 그러나 120조원이 투자되는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를 적극적으로 추진하며 시장 주도권을 가져오려는 행보를 멈추지 않고 있다. 오는 2022년부터 용인시 일대 135만평 규모의 부지에 4개의 반도체 팹(FAB)을 건설하는 사업을 통해 기존 메모리 반도체 경쟁력은 물론 차세대 메모리 반도체 시장도 잡아낸다는 설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