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의 방한 소식과 연내 중국 단체 관광객의 한국 방문이 예상되는 등 한중 관계 해빙 무드에 한한령 완화 수혜 기대감이 커졌다. 출처=이미지투데이

[이코노믹리뷰=장서윤 기자] 연초 증시를 뒤흔든 미국과 이란의 갈등이 대화 국면으로 접어드는 가운데, 금융투자업계는 투자자들의 관심이 미중 무역합의로 다시금 옮겨올 가능성을 제기했다. 위안화 강세, 한중 관계 해빙 무드에 따른 한한령 완화 기대감 등 중국의 영향력에 다시 주목해야한다는 전망을 내놓았다.

13일 금융투자업계와 주요 외신에 따르면 미국과 중국의 1단계 무역 합의 서명식은 오는 15일 오전 11시 30분(미국 동부시간) 백악관에서 열릴 것으로 알려졌다.

서정훈 삼성증권 연구원은 "오는 13일부터 15일 류허 부총리의 워싱턴 방문이 확정된 가운데, 중국 정부의 움직임은 그간 수동적 행태에서 벗어나 전향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면서 "중국 상무부가 제시한 올해 경제성장 우선순위에서 개방 활성화와 함께 무역 및 투자부문 발전보장을 명시한 점도 미국 측 요구와 결이 같다"고 평가했다.

이어 "특히 트럼프 대통령과 므누신 미국 재무장관이 1단계 합의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은 환율이라고 강조했다"며 "마침 역외 위안화 환율은 지난 한달 간 가파르게 하락해 6.9위안 하향 돌파를 목전에 두고 있다"고 강조했다.

또한 "1단계 합의안에 대한 구체적인 정보가 미확인된 상태에서 긍정적인 서프라이즈가 공개된다면 위안화와 이를 추동하는 탄력적인 움직임이 나타날 것"이라면서 "위안화 강세를 감안한다면 중국 소비 관련주와 경기민감 섹터도 반등이 기대되는 영역"이라고 전망했다.

한한령 완화 기대감↑...엔터, 게임, 카지노 등 수혜 기대↑

금융투자업계는 올해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의 방한 소식과 연내 중국 단체 관광객의 한국 방문이 예상되는 등 한중 관계 해빙 무드에 한한령 완화 수혜 기대감이 커졌다고 밝히면서 특히 수익 성장성이 돋보일 상대적 저평가 종목에 집중해야한다고 강조했다.

한상웅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한한령의 직격탄을 맞아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는 엔터테인먼트 종목은 저점 매수 기회로 작용할 수 있다”면서 눈길을 끄는 종목으로 SM을 꼽았다.

SM의 경우 한한령으로 중국 공연 자체가 막히면서 초대형 악재를 맞았다. 한 연구원은 "SM은 한한령 이후 중국에서 활동이 전혀 없는 상태"라며 "SM이 사업을 다각화하면서 연결 기준 실적은 양호해 보이지만 별도 기준으로 보면 매출액은 답보 상태였다"고 지적했다.

유진투자증권에 따르면 SM은 2016년 주가순이익비율(PER)이 연결 기준 153배에 이르렀지만 지난해 38배까지 떨어졌다. 엔터테인먼트 업종에서 한한령의 해제는 커다란 이익 신장의 계기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카지노주도 성장세를 이어갈 것으로 전망됐다. 지난해 9월 개장한 중국 베이징 신공항 효과에, 미·중 무역분쟁 완화 기조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방한에 따른 한한령 해제에 대한 기대감으로 중국인 관광객 증가세를 노릴 만하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박성호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중국인 VIP 고객의 월평균 방문수가 이미 지난해 상반기 6000명대에서 4분기 7000명대로 올라간 만큼 올해 상반기에도 중국인 VIP 효과를 누릴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기훈 하나금융투자 연구원도 “미국과 중국이 1단계 무역합의를 달성하면 중국 VIP 고객 수요가 늘어날 여지는 충분하다”며 “마카오 카지노의 회복을 중심으로 국내 외국인 카지노 업체들에게까지 긍정적인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게임업계에는 한한령 해제와 함께 2년 9개월 만에 판호 발급이 재개될 것이란 기대감에 긍정적인 분위기가 감돈다. 지난해 4분기 가장 좋은 실적이 전망되는 엔씨소프트는 한한령 완화 기대감에 강력한 실적 모멘텀을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이종원 상상인증권 연구원은 “엔씨소프트의 지난해 4분기 리니지M과 리니지2M 일평균 매출이 각각 20억원, 35억원으로 추정된다”라며 “다소 보수적인 추정치를 대입하더라도 리니지2M의 전체 매출은 900억원 이상을 시현했을 것으로 판단되며, 중반기 이후 일평균 국내 매출액은 최소 24억원 이상을 시현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한령 해제, 관련 종목 무조건 상승 기대는 금물

업계에서는 한한령 해제가 본격화될 경우 중국 소비재 중심으로 엔터, 관광업종들이 수혜를 거둘 것이라 전망했다. 하지만 아직 시진핑 주석 방한 소식만 전해졌을 뿐 구체적인 시기나 의제가 정해지지 않아 속단하기 이른 상황이란 지적도 있다.

실제 왕이(王毅) 중국 외교 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이 지난 11월 방한 때에도 그 당시만 중소형주 위주로 상승세가 나타났을 뿐 구체적 결과로 이어지지 않자, 주가는 다시 하락했다.

한한령이 해제된다고 해서 관련 종목들이 무조건 상승할 것으로 기대하는 것도 문제가 있다는 분석이다. 한한령 해소 분위기는 지난해 말부터 꾸준히 이어져 온 만큼 관련 기대감이 주가에 선반영됐을 가능성이 높아서다.

한한령 해제가 기업 실적에 긍정적인 효과를 줄거란 확신이 없다는 점도 고민해볼 사안이다. 대표적으로 화장품 관련주의 경우  양국 관계가 경색되면서 중국소비자들에게 부정적 이미지로 자리매김하게 됐다. 

박은경 삼성증권 연구원은 "화장품 업계는 한·중 관계가 얼어붙은 당시 중국 소비자들로부터 인식이 나빠진게 가장 큰 원인"이라며 "향후 중국 내 국내 업체 이미지가 좋아진다면 화장품 섹터도 개선될 수 있겠으나 직접적인 영향은 크지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화장품업체들은 부정적 이미지 개선을 위해 제품 자체를 고급화하는 방법으로 전략을 바꿨다. 기존 중저가 시장에서 고급화 중심으로 시장을 새로 형성된 것이다. 현 상황에서 한한령 해체가 업체들의 실적에 얼마나 영향을 미칠지는 미지수다. 

주 소비층이 사라져 시장을 새로 형성한 것은 면세업계도 마찬가지다. 한한령 이전 면세점 주요 고객층은 중국 단체 관광객이었다. 그러나 중국 여유국에서 단체관광 비자를 제한하면서 현재 따이공(보따리상) 위주로 시장이 개편된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