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신진영 기자] 정부의 '주택시장 안정화 방안'(이하 '12·16대책')으로, 교통·개발호재가 있거나 서울 접근성이 좋은 수도권 내 저평가 된 지역을 찾는 수요들이 많아졌다. 최근 1년 사이 비교적 규제가 덜 미치는 지역을 찾는 30~40대 젊은 투자자들이 늘어났다고 업계는 설명한다.

문재인 대통령이 14일 신년 기자회견에서 "9억원 이하 주택 가격이 오르는 풍선효과나 전셋값이 오르는 상황을 예의주시하며 보완대책을 강구해 나갈 계획"이라 밝힌 대목에서 전문가들은 풍선효과로 젊은층들이 집을 투자의 수단으로 인식하게 된 사태가 주택시장만의 문제로 인식되어서는 안된다고 지적한다. 

▲ 수도권 내 공인중개업소들. 사진 = 이코노믹리뷰 신진영 기자

"수첩들고 30대 정도 돼 보이는 고객들이 둘 셋씩 찾아온다. 투자자들이 찾아오는데 주변 단지 시세만 물어보고 간다" (경기도 비규제지역 내 한 공인중개업소) 

지금까지 빛을 보지 못한 1기 신도시 한 지역의 A 공인중개업소는 "임대업자들이 대출을 받아서 집을 사들인다"며 "법인임대사업자는 주택담보대출을 80%까지 받아 신탁등기까지 해서 집을 몇 채 사들인다"고 귀띔했다.

올해 공인중개업을 한 지 20년이 넘었다는 김씨(가명)는 "옛날에는 법인임대사업자가 그렇게 많지 않았는데 최근 6개월에서 1년 사이에 많이 늘었다"며 "그 사람들이 사재기를 하니 우리는 피해가 없지만 실거주가 목적인 수요자들은 피해를 볼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임대업자가 기존 전세가 시세에서 더 받기 위해, 수리를 통해 가격을 올리는 추세다. 그는 "전세집들이 과거에는 수리도 하지 않고 시세 형성되는 대로 팔았다. 투자자들이 전세가를 올리려고 수리까지 하는 추세다"고 전했다. 문제는 '서울 생활권'에 입성하려고 하는 신혼부부처럼 젊은 수요자들이 수도권 내 저평가 지역이라도 전세대출을 많이 받아서 계약을 한다는 것이다. 

산본에 있는 B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산본은 역전세 상황이다. 그런데도 전세 물건을 더 부풀리려 한다"며 "집을 못 사는 사람들에 대한 걱정도 있고, 이게 언젠가는 꺼질 거품이라 생각하니 우려가 된다"고 밝혔다.  

익명을 요구한 한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투자자가 산 한 집의 갭(매매가와 전세가 차이)이 1억2000만원 정도라면 수리를 잘 해서 전세금을 올려 내놓는다"며 "그렇게 해서 갭을 8000만원에서 9000만원 사이로 좁혀 놓는다"고 말했다.

▲ 지난해 수도권 지역에서 분양된 한 아파트 단지. 사진 = 이코노믹리뷰 신진영 기자

"투자자들 연령대가 많이 어려졌다. 수원과 동탄지역이 최근 가격이 오른 이유가 30~40대 투자자들이 몰려온 결과다" (수원 C 공인중개업소 대표)

지난해 12월 분양된 수원 팔달구 노른자라 불리는 팔달6구역 재개발 '힐스테이트 푸르지오 수원'은 분양 이후로도 연일 들썩인다. 한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분양 이후로 전국에 있는 떳다방들이 꽤 들어왔다"고 전했다. 

수원 팔달구는 조정대상지역이나 조정대상지역 전매행위 제한기간은 ‘3지역(공공택지 외)’에 해당돼 청약 당첨자 선정일로부터 6개월 이후 전매 가능하다. 가수요가 제법 붙어 웃돈도 올랐다. 갭투자자들이 지난해 11월 중하순부터 팔달 재개발 지역을 매수해, 현재 팔달8구역은 조합원 물량이 84㎡기준 웃돈만 4억~4억5000만원 선에 형성됐다. 

갭투자 수요는 더 늘어났다. 매교동에 위치한 C 공인중개업소 대표는 "요즘 팔달구는 갭투자가 많이 들어왔다. 세류동 같은 경우 1억원 이상 올랐고, 매탄동은 2억원 이상 오른 곳도 있다"고 말했다. 

근처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들은 "갑자기 투자자들이 몰리는 상황이 지속되면 전세난이 우려된다"고 입을 모았다. D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길게는 1년, 짧게는 6개월 안에 전세난이 올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한다"고 말했다. 

하나 둘 모습을 드러내고 있는 수원 팔달구 재개발 지역 근처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들도 "최근 젊은층들이 투자자로 찾아온다. 임대사업자로 등록 하지 않은 개인 투자자들이 많이 들어왔다"고 말하며, 수원과 동탄신도시가 시세가 오른 이유가 젊은 투자자들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 서울 내 아파트 단지들. 사진 = 이코노믹리뷰 박재성 기자

전문가들은 투자자들의 연령대가 젋어진 것에 우려를 표한다. 미디어에서 보여지는 부동산 성공기나 투자처 소개를 보고 젊은 부동산 투자자들이 많아졌을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주택만의 문제가 아니라고 지적했다. 

이용만 한성대학교 부동산학과 대학원장은 "서울 내 아파트들은 전세가와 매매가 차이가 꽤 나니 갭 차이가 별로 없는 외곽으로 갭투자자들이 이동할 수 있다"며 "지난해 연말 서울 내 주택 대출 규제로도 투자자들이 수도권 외곽으로 갈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12·16대책 이전부터 이런 수요 이동은 있었다"고 덧붙였다.

이 대학원장은 부동산 투자자들이 젊어진 상황에 대해 "인터넷이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 여러 정보를 접할 통로들이 이전에 비해 많아졌고, 부동산 투자에 대한 정보도 상대적으로 이런 통로를 이용해 젊은층이 많이 노출된다"며 "인터넷 상의 '부동산 투자 성공' 사례를 접하고 투자로 들어갔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김덕례 주택산업연구원 주택연구실장도 우려를 나타냈다. 김 연구실장은 "내가 살 집이 투자대상으로 여겨지는 사회가 형성이 된 것이 건전해 보이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그는 "양질의 일자리가 양산되지 않고 젊은 세대들이 투자해야 하는 곳이 마땅치 않다보니, 상대적으로 시세차익이 많이 나는 주택시장에 관심을 갖게 되는 것으로 보인다. 어느 순간부터 사람들이 집을 투자상품으로만, 내 자산을 증식시킬수 있는 하나의 수단으로만 받아들이고 있는 현 상황이 문제라고 본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