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최진홍 기자] 데이터 3법(개인정보보호법·신용정보법·정보통신망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가운데, ICT 산업 현장에서는 연일 환영의 메시지가 쏟아지고 있다. 인공지능 및 클라우드 등 미래 ICT 기술이 발전하려면 데이터라는 ‘연료’가 필요하며, 그 연장선에서 데이터3법이 핀테크부터 다양한 미래 테크 기업에 커다란 순기능을 안겨줄 것이라는 장밋빛 전망이 쏟아지고 있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반드시 짚어야 할 부작용이다. ICT 테크 인사이드 조정혁 대표는 “데이터3법이 가동되는 것은 환영할만한 일이지만,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부분도 있다”면서 “특히 개인정보 활용에 대해 많은 안전장치를 걸어야 한다는 시민단체의 의견에 귀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최근 ICT 업계 트렌드가 개인정보보호에 쏠리고 있는 민감한 시점을 맞아 다양한 가능성을 타진해야 한다는 뜻이다.

▲ 데이터 3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가운데, 일각에서는 우려도 나온다. 출처=갈무리

좋은 일이지만...넘어야 할 산은?

데이터 3법의 국회 본회의 통과를 기점으로 소위 데이터 경제의 기반이 마련된 것은 고무적이라는 평가다. 특히 비식별 정보의 활용을 합법의 틀로 규정하고 개인정보의 일원화 등을 꾀하는 지점에 기대가 크다. 무엇보다 기업이 데이터를 활용할 수 있는 허들이 낮아졌다는 점에서, 데이터라는 연료를 적극적으로 산업 현장에 활용할 수 있는 길이 마련됐다.

데이터 거래소와 같은 신사업이 등장할 수 있는 여지도 생겼다. 정부 주도로 이미 마련된 빅데이터 플랫폼 및 거래소를 기점으로 다양한 산업을 아우르는 시너지가 발생할 수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자연스럽게 관련 일자리 창출과, 새로운 산업 활성화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다.

데이터 3법을 통해 다양한 가능성을 타진할 수 있다는 공감대는 형성됐으나, 문제는 부작용에 있다. 실질적인 활용, 개인정보 보호 등 두 가지 관점에서 분석할 필요가 있다.

전자의 경우 데이터 활용에 대한 지원책이 아직 없다는 비판이 나온다. 데이터를 개방해 이를 적극적으로 활용할 수 있다는 방침을 정했으나, 데이터를 제공하는 쪽에서 자기의 데이터를 플랫폼에 제공했을 때 어떤 이득을 얻을 수 있을지는 확정되지 않았다. 아직 청사진도 나오지 않았다는 뜻이다.

블록체인 생태계를 예로 들면, 토큰 이코노미를 바탕으로 디앱 생태계가 뻗어나갈 수 있는 여지를 만들어 준다. 그러나 현행 데이터 3법은 데이터를 교환할 때 어떤 이득을 제공할 수 있느냐는 아직 구체적인 가이드 라인이 나오지 않았다는 말이 나온다. 또 데이터를 확보하는 쪽에서도 해당 데이터를 얼마나 개방하고 활용할 수 있는지에 대한 로드맵이 부재하다는 지적도 있다.

후자의 경우에는 역시 개인정보보호와 관련된 이슈다. 최근 삼성전자의 갤럭시 스마트폰을 통해 클라우드 아이디 및 비밀번호가 유출되어 큰 파장을 일으키는 상황에서, 데이터3법이 개인정보보호 의무를 지키지 못한 기업에 일종의 면죄부가 될 수 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데이터3법을 통합 데이터 산업 자체에 대한 접근이 잘못됐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데이터 산업을 부흥시키자는 취지는 옳지만, 데이터를 어떻게 활용하느냐를 제시하는 것이 아니라 ‘어떤 것을 하지 말아야 하느냐’는 가이드 라인을 제시했어야 옳다는 주장이 나온다. 블룸러스 테크 연구소 김형준 연구원은 “데이터 3법의 경우 기업들이 데이터를 잘 사용할 수 있도록 돕는 방안이지만, 이대로라면 개인정보유출 사고에 있어 기업들에게 면죄부를 줄 수 있다”고 우려하며 “산업에 대한 접근 자체를 바꾸는 것이 더 안전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 연구원은 유럽의 GDPR(General Data Protection Regulation), 미국의 CCPA(California Consumer Privacy Act 2019)을 예로 들었다. 그는 “GDPR과 CCPA의 경우 강력한 개인정보보호와 관련된 규범이지만, 이는 역으로 해당 가이드 라인을 어기지 않는 이상 어떠한 사업도 할 수 있다는 뜻”이라면서 “개인정보보호라는 절대적인 가치를 설정하고, 이를 어기지 않는다면 데이터 유동성을 보장하는 접근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 애플은 최근 개인정보보호에 더욱 집중하고 있다. 출처=갈무리

개인정보, 그 미묘한 시기

데이터 3법이 클라우드 및 미래 ICT 산업에 상당히 큰 역할을 하리라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 다만 유럽의 GDPR이나 미국의 CCPA처럼 개인정보보호에 대한 강력한 원칙을 내걸고, 그 외 산업 활성화를 추구하는 것이 데이터 산업에 대한 올바른 접근이라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최근 ICT 업계의 트렌드가 개인정보보호에 방점이 찍혔다는 점도 눈여겨 볼 포인트다. 애플은 세계 최대 가전제품 박람회인 CES 2020에 등장해 개인정보보호와 관련된 다양한 전략을 공개했고, 구글과 페이스북도 헬스케어 및 기타 ICT 데이터 플랫폼에 대한 관심을 표방하며 개인정보보호를 최우선적으로 내 걸었다.

글로벌 ICT 업계가 개인정보보호를 두고 선택이 아닌 ‘필수’ 서비스로 규정한 상태에서, 국내 데이터 3법에 대한 구체적인 시행령 단계에서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온다. 김 연구원은 “데이터 경제를 세우는 것 만큼 그 민감한 폭발력에 주목해야 한다”면서 “정부의 시행령 마련 과정에서 다양한 의견이 수렴되어야 하는 이유”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