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 아바스틴 바이오시밀러 시장에서 경쟁이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 바이오시밀러 시장 규모는 더욱 확대될 전망이다. 삼성바이오에피스 연구원이 연구를 하고 있다. 출처=삼성바이오에피스

[이코노믹리뷰=황진중 기자] 글로벌 제약사 암젠, 화이자 등이 항암제 ‘아바스틴(성분명 베바시주맙)’의 바이오의약품 복제약(바이오시밀러)로 미국 시장에 진출하고 있다. 

글로벌 제약사의 미국 바이오시밀러 시장 진출은 셀트리온과 삼성바이오에피스 등 한국 바이오시밀러 기업에 악재라는 분석이 나오지만 업계에서는 당연한 수순이며, 이에 따른 전략까지 만들어뒀다는 반응이 나온다. 한국 바이오시밀러 업계는 미국에서 약값을 낮추기 위한 정책도 속속 발표되고 있어 최근의 바이오시밀러 시장의 변화가 일종의 호재라는 말도 나온다.

아바스틴 바이오시밀러, 미국서 격돌?

13일 제약바이오 업계에 따르면 글로벌 제약사 화이자는 이달 안에 아바스틴 바이오시밀러 ‘자이라베브’를 미국에서 출시할 것으로 보인다. 이는 화이자가 미국 시장에 처음으로 출시하는 자체 개발 바이오시밀러다.

아바스틴은 로슈이 개발한 항암제로 2004년 판매허가 이후 글로벌 매출 10위권에 드는 블록버스터 의약품이다. 2018년을 기준으로 아바스틴 미국 매출액은 29억달러다. 해당 의약품의 미국 특허는 지난해 7월 만료됐다. 유럽에서는 이달에 만료가 예정됐다.

▲ 아바스틴 제품. 출처=한국로슈
▲ 아바스틴(성분명 베바시주맙) 바이오시밀러 관련 기업. 출처=업계

아바스틴 바이오시밀러 중 가장 먼저 출시 돼 ‘퍼스트무버’ 효과를 누리고 있는 바이오시밀러는 암젠이 개발한 ‘엠바시’다. 이는 전이성 대장암, 비소세포폐암, 교모세포종, 전이성 및 재발성 자궁경부암, 전이성 신장암 치료제로 미국과 유럽에서 품목허가를 획득했다.

화이자 ‘자이라베브’는 엠바시에 이어 미국에서 두 번째로 미국에서 시판허가를 획득했다. 허가 당시 미국 식품의약품청(FDA)은 진행성 비소세포폐암 환자를 대상으로 아바스틴과의 동등성을 확인하는 임상 3상 결과에서 전체 반응률(ORR)과 1년 무진행생존율(PFS), 전체 생존률(OS) 등의 데이터에 기반을 두고 자이라베브가 아바스틴과 동등한 효과를 나타낸다는 점을 확인해 판매를 승인한다고 밝혔다.

삼성바이오에피스는 아바스틴 바이오시밀러 ‘SB8’의 글로벌 임상 3상을 종료한 후 지난해 9월 FDA에 판매허가를 위한 서류를 제출했다. FDA는 사전 검토를 마친 후 11월부터 본격 심사에 돌입했다. 이는 올해 안에 허가를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셀트리온도 아바스틴 바이오시밀러 ‘CT-P16’ 글로벌 임상 3상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바이오시밀러는 퍼스트 무버 지위를 획득할 시 확실히 유리한 측면이 있다”면서도 “바이오시밀러 제품군이 확대되고 동시다발적으로 임상이 진행되면서 제품군 확대와 가격 경쟁력이 중요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영업력 뒷받침도 필요하다. 그럼에도 아바스틴 시장은 매력적”이라면서 “영업력에서 결판이 날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글로벌 제약사, 바이오시밀러 시장 진출 왜?

화이자는 셀트리온이 개발한 바이오시밀러 ‘램시마(성분명 인플릭시맙)’을 수입해 ‘인플렉트라’라는 이름으로 미국에서 판매하고 있다. 램시마는 ‘레미케이드’의 바이오시밀러다. 레미케이드 바이오시밀러는 화이자도 ‘익시피’를 보유하고 있지만 셀트리온과의 판매 계약에 따라 미국에 출시하지는 않았다.

일각에서는 대규모 자금과 인력, 기간을 연구개발(R&D)에 투자할 수 있는 글로벌 제약사가 바이오시밀러를 자체 개발하는 것을 두고 한국 바이오시밀러 기업에게 불리한 시장이 형성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업계에서는 해당 우려는 일리가 있지만 글로벌 제약사의 바이오시밀러 진출에 대해서 한국 바이오시밀러 기업이 충분히 대응 전략을 갖춰가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임상 개발 등 바이오시밀러를 개발하기 위해서는 시간이 많이 필요하다”면서 “그동안 이미 어느 회사가 어떤 바이오시밀러를 개발하는지, 완료 예상일자는 언제쯤인지 다 정보가 나와 대응 전략을 짤 수 있다”고 말했다.

글로벌 제약사가 바이오시밀러를 개발하는 이유로는 포트폴리오 다각화를 통한 ‘틈새 채우기’라는 분석도 나온다. 유사한 효능과 안전성을 나타내는 의약품이라도 다양한 품목을 보유하고 있으면 의사들이 공급을 요구하는 의약품에 대해 납품하기가 수월하다는 점과 신약을 개발하기 전까지 매출의 일정부분을 채우기 위한 것이라고 풀이된다.

다른 업계 관계자는 “글로벌 제약사가 왜 바이오시밀러를 개발하느냐, 셀트리온이나 삼성바이오에피스와 같은 기업에 더 불리해지는 것 아니냐는 점은 일반인이 보기에는 충분히 일리있는 지적”이라면서도 “화이자 같은 경우는 이미 미국에서 판매 네트워크가 확고한 기업. 제품 포트폴리오 확보, 매출 볼륨 확대를 위한 차원”이라고 말했다.

바이오시밀러 시장 더 커진다?…친화 정책 주목

시장조사업체 프로스트&설리번에 따르면 글로벌 바이오의약품 시장 규모는 2015년 약 2020억달러에서 연평균 9.8% 성장해 2025년 4220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향후 일정 기간 동안은 오리지널 바이오의약품의 강세가 지속될 것으로 보이지만 바이오시밀러가 바이오의약품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같은 기간 1.9%에서 14.2%로 크게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 글로벌 바이오의약품 및 바이오시밀러 시장 규모 전망(단위 억달러). 출처=프로스트&설리번

바이오시밀러 시장 확대에 영향을 주는 요인으로는 오리지널 바이오의약품과 동등한 효능 대비 저렴한 비용, 오리지널 바이오의약품 특허 만료, 바이오시밀러 사용 권장하는 우호적인 규제환경 조성, 보건의료 재정 압박 증가 등이 있다.

바이오시밀러가 보유한 강점에 따라 2016년부터 2026년까지 글로벌 바이오시밀러 시장은 연평균 34%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같은 기간 오리지널 바이오의약품 연평균 성장률은 8.4%로 예상된다.

미국에서는 올해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약가 인하 공약 등이 다양하게 발표될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에서는 보건의료 재정을 줄이고, 미국인의 의료비 지출을 낮추기 위해 바이오시밀러를 권장하는 정책을 지속해서 내놓고 있다.

지난해 5월 FDA가 발표한 바이오시밀러 ‘상호교환성’ 최종 지침이 시장에서 어떻게 운용되는지에 대해 관심이 모인다. 이는 스위치 임상 등을 통해 오리지널 바이오의약품과 바이오시밀러의 ‘상호교환성’을 인정받을 시 의사의 처방 없이도 ‘대체 조제’를 허용하는 지침이다.

업계 관계자는 “의사 처방과 관계 없이 약국 수준에서 처방을 따로할 수 있는 제도다”면서 “예를 들면 의사는 아바스틴을 처방했는데 약사가 엠바시, 자이라베브 등을 처방할 수 있는 것. 실제적으로는 환자가 더 저렴한 바이오시밀러로 대체 조제해달라고 요구까지 할 것으로 보인다. 구체적인 건 더 봐야하지만 긍정적인 시그널인 것은 확실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