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황진중 기자] 춥고 건조한 겨울날씨에 남녀노소 모두 면역력이 약해지기 쉽다. 특히 노인들은 노화에 따른 생리적, 신체적 변화로 겨울철 질병 저항력이 더욱 떨어진다. 기관지가 약해 호흡기질환에 걸리기 쉽고 피부 두께가 얇아져 건조함을 많이 느낀다.

나이가 들수록 민첩성이 떨어지고 골밀도가 낮아지면서 노인 낙상 사고도 겨울에 늘어난다. 자칫 빙판길에 넘어지기라도 하면 골절로 이어지기 쉽다. 일조량이 짧아 기분이 크게 변화하기도 한다.

12일 의료업계에 따르면 서울아산병원은 겨울철 노인 호흡기‧낙상‧우울증‧피부질환 등을 관리하기 위한 방법을 제시했다.

겨울철 대표 질환 감기 등 ‘호흡기’ 관리해야

감기와 유행성 독감, 폐렴은 대표적인 호흡기질환이다. 추운 날씨로 면역기능이 저하되는 겨울철에는 노인의 호흡기질환 발생이 많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지난 겨울(2018년 12월~2019년 2월) 60세 이상 감기 환자는 약 200만명에 이르렀다. 나이가 들면서 기관지의 균 저항력이 약해지고 모세 기관지의 균 제거 기능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자연스레 상기도 감염이나 폐렴 위험이 높아진다. 지난 겨울철인 2018년 12월부터 2019년 2월까지 폐렴으로 병원 진료를 받은 환자는 총 53만 8000여명이었는데 이중 약 28%가 60세 이상인 것으로 확인됐다.

감기는 200여 종류 이상의 다양한 바이러스에 의해 발생하는 급성 호흡기질환이다. 바이러스 종류가 다양하기 때문에 한 번 감기에 걸렸다고 해서 면역이 완전하게 생기지 않는다. 다만 나이가 들수록 점차 면역력이 생겨 일 년에 3~4번 정도의 빈도로 감기에 걸리게 된다.

감기 바이러스는 눈, 코, 입을 통해 공기 중에서 인체 내로 들어오며 신체 접촉을 통해서도 감염될 수 있다. 이렇게 감염된 바이러스는 증상이 시작되기 전이나 병 초기에 외부로 나가 다른 사람을 감염시킨다.

감기 바이러스는 잠복기간이 짧아 감염된 후 이틀 내에 증상이 나타난다. 코 점막에 부종이 생기고 충혈이 되어 콧물과 재채기, 코 막힘이 나타난다. 미열과 기침이 동반되고 목 통증으로 인해 목소리도 약간 변한다. 독감에 비해 전신 쇠약감이나 두통은 비교적 약하다. 고열이 나는 경우는 거의 없다. 증상은 4~9일 정도 지속되며 건강한 젊은 층에서는 대개 합병증 없이 저절로 낫는다.

천식이나 만성 기관지염, 만성폐쇄폐질환 등이 있는 노인에서는 증상이 악화되기 쉽다. 특히 만성질환자, 비장 절제를 받은 사람의 경우 면역이 더욱 저하되어 급성 부비동염이나 급성 중이염, 폐렴과 같은 합병증으로 이어질 수 있다.

감기는 대개 경하며 저절로 낫는 병이다. 증상이 불편하면 호전될 때까지 증상을 경감시키는 약물을 복용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 감기에 걸린 노인은 적절한 휴식을 취하고 수분과 영양을 충분히 섭취해야 한다. 기침약, 비점막 충혈을 막아 콧물이나 코막힘을 완화시키는 약, 두통·미열·근육통에 효과적인 진통소염제 등을 처방 받아 불편한 증상을 줄일 수 있다. 항생제는 단순한 감기에는 효과가 없다. 세균에 의한 부비동염, 급성 중이염, 또는 폐렴 등 합병증이 발생했을 때 사용해야 한다.

독감에 걸린 노인이 있으면 적절히 휴식을 취하게 하고 수분을 충분히 공급해주는 것이 좋다. 만약 병이 회복될 즈음 다시 열이 나서 기침과 누런 가래가 생기면, 2차 감염에 의한 폐렴을 의심해볼 수 있다. 이 경우 반드시 의사의 진료를 받아야 한다. 증상이 심하거나 합병증이 우려되는 상황이면 항바이러스제 처방을 받을 수도 있다.

면역력이 약한 노인에게는 폐렴 구균 예방접종이 권장된다. 65세 이상 연령에서 다당질 백신(23가) 접종 시 1회 접종으로 충분하나, 65세 이전에 첫 번째 다당 백신을 접종 받은 사람이 65세 이상 되었을 겅우 접종일로부터 5년이 경과한 후 1회에 한하여 재접종이 필요하다. 폐렴구균 예방접종은 폐렴구균에 의한 폐렴 및 균혈증 같은 침습성 감염의 발생을 줄일 수 있다.

서울아산병원 호흡기내과 허진원 교수는 “감기는 신체 접촉이나 공기를 통해 전염되므로 유행 시기에는 사람들이 많이 밀집된 곳을 피하는 것이 좋다”면서 “밖에 다녀오면 항상 손부터 씻고 할 일을 한다. 감기에 걸린 환자는 되도록 접촉을 삼간다. 평소 면역력 강화를 위해 따뜻하게 입고 나가 걷기 등의 가벼운 운동을 한다”고 설명했다.

겨울철 노인 낙상사고 주의

날씨가 추워지면서 나타나는 반갑지 않은 일 중 하나가 노인 골절사고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2018년 대퇴경부골절로 병원 진료를 받은 환자는 9천여 명이었으며, 이중 60세 이상 환자는 7천여 명으로 전체의 약 85%를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날씨가 추운 1월과 11~12월에 환자가 늘어난 것으로 확인됐다.

노인이 낙상으로 인해 골절을 입으면 회복하는데 상당한 시간이 소요된다. 신체적·정신적·사회적 기능 감소, 간병과 의료비용과 같은 경제적인 부담도 뒤따라온다. 회복된다 해도 넘어지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 커진다. 외출이나 운동을 잘 안하고 집에만 있게 만들어 또 다른 건강문제가 발생한다. 정신적으로는 불안이나 우울증이 나타나 궁극적으로 환자의 삶의 질 저하로 이어진다.

특히 낙상으로 대퇴골 근위부가 골절되면 대부분 수술을 받아야 하는데, 회복까지 약 6∼12개월이 소요된다. 회복되더라도 약 3분의 1만이 이전 상태와 같이 몸을 움직일 수 있다. 대부분은 골절이 발생하면 골절부위 통증으로 인해 못 움직이고 누워만 있게 되어 욕창, 폐렴, 폐색전증, 근육 위축 등 전신적인 합병증을 얻는다. 수술 후 회복되더라도 장시간의 재활치료가 필요해 집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요양시설 신세를 지는 경우가 많다.

서울아산병원 노년내과 이은주 교수는 “노인은 기온이 영하로 떨어져 추운 날에는 외출을 삼가는 것이 좋다. 다만 날씨가 춥다고 운동을 전혀 하지 않거나 거동을 줄이면 오히려 심폐기능이 저하되고 근육이 위축될 수 있으니 기온이 올라가는 낮 시간을 이용해 걷기와 같은 운동을 가볍게 하는 것이 좋다”면서 “겨울에는 관절과 근육이 다른 때보다 굳어 있다. 무리한 운동을 피해야 하는 이유다. 평소보다 운동량은 20% 정도 줄여야 한다. 추위로 인해 근육이 떨려 기초운동량이 많아지기 때문이다. 실내에서 운동하는 것도 좋다”고 덧붙였다.

겨울철에는 일조량 적어 노인 우울증 나타날 수 있어

일조량이 감소하는 겨울에는 계절성 우울증에 걸리기 쉬운데, 외부 활동이 적고 거동이 불편한 노인은 특히 취약하다. 계절성 우울증은 특정 계절, 특히 날이 쌀쌀한 가을이나 겨울동안 우울증상이 반복적으로 나타났다가 봄이나 여름이 되면 호전되는 질환이다.

사람의 기분은 온도, 습도, 일조량에 크게 좌우된다고 알려져 있다. 노인이 보름 이상 우울하다고 하면 반드시 병원에 와서 진료를 받아야 한다. 노인은 우울증이 한 번 생겼을 때 치료를 제대로 안 받으면 자꾸 재발한다. 특히 세 번 정도 재발하면 90%는 이후에 또 우울증을 앓을 수 있기 때문에 초기 제대로 된 치료를 받는 게 중요하다.

노인 우울증의 전형적인 증상은 우울감, 의욕저하, 피곤함, 수면 질 저하, 식욕 저하 등이다. 
맛있는 것을 먹으면 기쁘고 재미있는 걸 보면 재미를 느껴야 하는데 우울증이 생기면 이런 쾌감이 없어진다. 저녁보다는 아침에 일어날 때 의욕이 안 생긴다. 잠도 거의 없어진다. 식욕이 떨어져 체중이 감소한다.

나이가 들어 원래 그렇겠거니 넘기는 것 이상으로 기력이 현저히 저하되고 집중력도 사라진다. 무엇보다 자신감이 결여되고 스스로가 잘 못 산 것 같은 느낌도 든다. 최악의 경우 극단적인 생각이 맴돈다. 인지기능에도 문제가 생긴다. 신문이나 TV를 봐도 재미가 없고 머리에 들어오지 않는다. 우울증이 생기면 세상일에 관심이 없어진다. 그래서 집중력과 판단력이 떨어질 수 있다.

우울증 환자의 80%는 성공적인 치료가 가능하다. 조기에 발견해 적극적으로 치료하면 치료 효과도 좋고 합병증도 막고 재발도 방지할 수 있다.

치료법은 다양한데, 환자 얘기에 귀 기울이고 정서적인 안정을 취하도록 돕는 게 기본 치료다. 이외 신경전달물질의 균형을 찾아주는 약물치료가 많이 이뤄진다. 세상에 대한 잘못된 인식을 바로 잡아주고 대인관계의 기술을 증진시키는 치료가 병행되기도 한다.

치료법의 선택은 우울증의 원인, 증상, 환자 상태에 따라 달라질 수 있으므로 반드시 의사와 상의해야 한다. 단순하게 기력을 보충하기 위해 한약을 복용한다던지, 약국에서 안정제를 사 먹거나 조용한 곳에서 휴식을 취하는 것 등은 우울증을 악화시킬 가능성이 많다.

서울아산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신용욱 교수는 “노인이 우울증에 걸렸을 때 중요한 것은 가족들의 대처다. 잘 들어주고 섣부른 충고는 하지 않는 게 좋다. 듣기만 해주는 것도 우울증을 겪는 노인에게는 큰 도움이 된다”면서 “노인 스스로가 어떠한 활동을 제안하면 함께하는 것이 좋다. 자주 대화를 나누고 기분 상태를 파악해둔다. 혹시라도 죽음에 대해 얘기하면 꼭 병원에 모시고 와 전문가로부터 상담이나 약물치료 등을 받게 한다. 노인성 우울증은 잘 호전되는 병이다. 가장 곁에 있는 가족들의 역할에 호전 속도가 빨라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노인 피부질환, 건조한 겨울철에 더 주의해야

노화하면 피부구조도 변한다. 피부 두께가 얇아지고 외분비선이 감소한다. 이 같은 피부 변화는 살갗을 건조하게 만든다. 특히 겨울은 공기 중 습도가 낮아 피부에 있는 습기를 빼앗아간다. 피부는 더욱 건조해지고 가려움증이 발생한다. 이는 자극성 접촉성 피부염, 건성습진, 소양성 양진으로 이어지기 쉽다. 만약 당뇨나 혈관질환으로 인해 말초혈액순환 장애가 있는 노인환자라면 2차 감염에 의한 봉와직염이 유발될 수도 있다.

피부는 얼핏 한 겹으로 싸여 있는 것처럼 보이나 실제로는 여러 개 개의 층으로 이루어져 있다. 피부 건조증은 피부 제일 바깥쪽인 각질층의 수분과 지질이 감소된 상태를 말한다. 겨울에는 날씨가 차가워지고 습도가 떨어져 피부가 손상을 입기 쉽다. 피지선과 땀샘 기능도 떨어져 외부자극으로부터 피부를 보호해주는 지질막이 잘 형성되지 않는다.

각질층의 수분과 지질이 감소하면 마치 한여름 가뭄에 논밭이 갈라지듯 피부도 갈라진다. 피부 건조증은 특히 하지, 팔, 그리고 손 등에 잘 발생한다. 특히 세정력이 강한 비누로 뜨거운물을 사용하거나 때를 미는 목욕 습관을 가진 중년이나 노년에서 흔히 생긴다. 겨울이 되면 노인의 약 반수가 피부 건조증으로 인한 소양증으로 고생하고 있다.

피부 건조증은 피부의 지질과 수분이 부족해서 발생하는 질환이다. 따라서 피부에 이 두 가지 성분을 충분히 공급하는 것이 중요하다. 목욕습관을 바꾸는 것이 좋다. 너무 뜨거운 물은 좋지 않다. 체온 정도의 미지근한 온도가 적당하다.

비누는 가급적 사용하지 않는 편이 좋다. 꼭 필요한 곳에는 세정력이 약한 유아용 비누를 사용한다. 목욕기름을 사용하는 것도 좋다. 때수건으로 피부를 미는 행위는 절대로 피해야 한다. 겨울철 온천욕도 오래 즐기지 않는 게 좋다. 피부 수분이 날아갈 수 있기 때문이다.

수분보충을 충분히 해준다. 목욕 후에는 피부에 물기가 약간 있는 상태에서 바로 보습제를 발라준다. 각질층의 수분이 소실되지 않도록 하는 것이다. 보습제는 얼굴뿐 아니라 손, 팔, 다리, 몸통 등 온몸에 발라준다. 피부의 지질 성분 중 하나인 세라마이드를 함유한 보습제는 피부에 부족한 지질을 빠른 시간 안에 보충할 수 있다. 각질이 과하게 있는 경우 각질완화제를 같이 사용할 것을 추천한다.

실내온도와 습도를 일정한 수준으로 유지한다. 실내온도 변화폭을 크지 않게 한다. 습도는 적절한 수준(50%이상)을 유지한다. 중앙난방을 하는 아파트에 살면 가습기를 별도로 사용하는 것이 좋다.

서울아산병원피부과 장성은 교수는 “건조한 피부에는 자극을 최소화한다. 가렵다고 긁으면 피부에 자극을 더 주어 습진이 생기거나 세균감염을 초래할 수 있다. 가려움증이 심하다면 경구 항히스타민제를 먹는다”면서 “건조해진 피부에 거친 옷이나 인조섬유, 모직물 등이 직접 닿으면 자극이 된다. 이는 추가 가려움증을 일으키게 되므로 가급적 면으로 된 내의를 입는 것이 좋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