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노성인 기자]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주요국들의 경제성장률보다 부채가 늘어나면서, 금융위기가 찾아 올 수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작년 달러화 강세가 글로벌 불확실성 감소, 미국과 다른 선진국들의 경기 모멘텀도 줄어들고 있어 올해에는 약세로 전환된다는 전망이다. 중국 산업 고도화와 최근 전 세계적으로 보호무역주의가 유지되면서 글로벌 가치사슬의 개편이 이루어지고 있다. 중국이 낮은 소비자물가와 생산자물가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  출처=현대경제연구원

현대경제연구원은 12일 올해 글로벌 경제시장에 영향을 끼칠 분야별 트렌드를 분석한 내용을 담은 '2020 글로벌 10대 트렌드''를 발표했다.  정치, 사회·문화에서는 3개, 경제분야는 4개, 산업·기술·에너지·자원 분야에서  3개를 선정했다.

경제부문에서 부각될 것으로 예상되는 트렌드로 ‘글로벌 부채 산사태’, ‘식어가는 달러’ , 글로벌 가치사슬 개편', '중국, 물가 공포의 서막'등 4개가 선정됐다.

글로벌 부채 산사태

글로벌 부채의 무게를 감당하지 못한 세계 경제가 산사태와 같이 무너질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경기가 둔화하고 있는 상황에서 부채 누적은 단순히 경제 복원력 약화뿐만 아니라 금융위기와 외환위기까지 연결될 수 있다.

2008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세계 경제 성장률은 위축되었다. 선진국을 중심으로 기준금리 인하와 양적 완화 정책 시행 등의 영향 주요 경제 대국들의 총부채 증가율이 경제성장률을 넘어섰다. 주요국들은 이런 완화적 통화정책 기조를 유기할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 연준은 저물가를 근거로 추가 금리 인하 가능성을 시사했다. EU 또한 엄격한 재정지출 규정 때문에 재정 확대가 어려워 유럽중앙은행의 통화정책 완화 기조가 유지될 전망이다. 중국은 경기 둔화를 대비해 지급준비율 인하했고, 지방정부의 채권 발생을 확대했다.

▲  출처=현대경제연구원

전 세계 기업부채의 GDP 대비 비율이 5년간 확대되어 2019년 1분기 현재 93.7%를 기록했다. 동기간 선진국보다 신흥국의 기업부채 수준이 크게 악화되었다. 연구원은 늘어나는 부채로 인한 수익성 악화, 부채 상환 부담 가중, 디폴트 증가 등 금융위험 발생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식어가는 달러

상대적으로 양호한 미국 경제나 미·중 무역 전쟁 등 글로벌 불확실성 확산은 달러 강세의 주된 요인으로 작용했다. 이런 달러화 강세 흐름이 2020년에는 약세로 전활 될 전망이다. 최근 미·중 1단계 무역 협상 타결이 발표됨에 따라 세계 경제 정책 불확실성은 다소 완화되면서 위험자산 선호 현상이 재부상하면서 약 달러 반전에 대한 기대감이 증가하고 있다. 2019년 9월 98.6p까지 상승했던 달러화 지수는 12월에 97.4p로 하락했다.

EU 등 주요국의 기술적 반등 등으로 미국과의 상대적 경기 모멘텀 격차가 줄어들고 있다. 가장 큰 변수인, 미 FRB(연방준비제도이사회)의 통화정책은 금리 동결 가능성이 크나, 제조업 경기 위축 등 리스크 관리를 위해 완화적인 기조를 이어갈 것이라는 분석이다. 약 달러를 선호하는 트럼프 대통령 또한 약 달러를 유도할 것으로 보인다.

▲ 출처=현대경제연구원

미국 재정 및 경상수지 적자는 확대될 가능성이 커졌다. 미국 경제 신뢰도 문제로 달러화 약세의 구조적 여건도 조성됐다. IMF는 미국의 GDP 대비 경상수지 적자가 2020년 –2.55%로 커질 것으로 전망했다. 미국의회예산국은 미국의 재정수지 적자 규모가 –1.0조 달러, GDP 대비 –4.6%로 확대될 것이라 예상했다.

연구원은 달러화 약세의 여건이 조정되고 있으나, 미·중 간 추가 협상의 불확실성, 미국 대선 등 주요 변수에 따라 외환 시장의 변동성이 커질 가능성을 대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글로벌 가치사슬의 개편

중국의 산업 고도화와 주요 국가들의 보호무역주의 지속으로 기존의 글로벌 가치사슬이 약화되고, 지역 내 국가 간 생산 분업이 상대적으로 활성화될 것으로 보인다. 중국의 GDP 대비 상품무역의 비중은 2008년 60% 이상을 차지했으나 2018년 34.0%로 하락했다. 중국의 수출 총액 중 해외에서 발생한 부가가치 기여율은 2005년 26.0%에서 2016년 기준 15.1%로 G20 평균 (2005년 16.9%, 2016년 15.6%)보다 크게 하락했다.

▲  출처=현대경제연구원

미국과 중국의 무역 분쟁을 비롯하여 전 세계적으로 보호무역주의로 인해 국가 간 통상마찰이 지속하면서 기존 글로벌 가치사슬의 작동이 원활하지 않고 있다. 전 세계 무역기술장벽(TBT) 국가 간 서로 다른 기술 규정, 표준, 적합성 평가 절차 등을 적용함으로써 상품의 자유로운 이동을 저해하는 무역상 장애 요소 통보 건수는 2015년 1,983건에서 2019년 3,337건으로 지난 5년 꾸준히 증가했다.

연구원은 향후 지역 내 생산 분업이 더욱 활성화되며, 아시아에서는 아세안 국가들이 기존에 중국이 담당한 생산기지의 역할을 빠르게 대체할 것으로 전망했다. 태평양 연안 11개국이 참여하는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 아태지역 15개국이 참여하는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 등이 진전, 지역주의 추세가 심화되면서 역내 생산 분업이 더욱 활성화될 것이다. 특히 아시아 내에서는 임금이 저렴한 베트남 등 아세안 국가가 기존 중국의 역할을 대신 할 것으로 예상했다.

중국, 물가 공포의 서막

중국 경제는 내년 경제성장률 하락과 함께 저물가 현상이 본격적으로 나타날 것으로 보인다. 이런 디플레이션 우려가 민간소비와 기업투자심리를 위축시킬 것으로 전망된다. 2019년 하반기 아프리카돼지열병 때문에 중국 전체 CPI(소비자물가지수)의 약 10%의 비중을 차지하는 돼지고기 가격이 급등해 다른 육류의 가격도 덩달아 빠르게 상승해 전제 CPI 상승에 이바지했다. 반면, 식품과 석유 가격을 제외한 근원소비자물가의 상승률은 1%를 기록해 소비심리에 압력으로 작용하고 있다.

▲  출처=현대경제연구원

중국의 생산자물가 증가율도 2017년 이후 하락해 2019년 하반기에 마이너스로 전환됐다. 전 세계적으로 제조업의 불황이 지속하면서 공업기업들의 매출액 및 영업이익 증가율도 2년간 마이너스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디플레이션이 본격화된다면 기업들의 투자심리에 부정적 영향을 줄 것이라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