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강민성 기자]  금융당국의 신 예대율 규제가 올해부터 적용되는 가운데 은행권은 기업고객 유치에 사활을 걸고 있다. 

신 예대율 규제로 가계대출을 늘리는데 한계가 있는 만큼 시중은행들은 우량 중소기업 고객확보와 자영업자로 분류되는 개인사업자를 타깃으로 한 대출 전략에 주력하고 있다.

특히 지난해 은행들은 새로운 기업고객을 확보하기 위해 소호(개인사업자)대출을 중심으로 영업을 확대했다. 개인사업자 대출의 경우 경기상황이 좋지 않을 경우 부실로 연결될 수 있다.

최근 제조업체에 불어닥친 경기불황 여파로 중소기업에 한계법인이 늘어나고 있는 데다, 자영업자들의 폐점율이 늘어나고 있는 만큼 은행들은 연체율과 관련해 주의가 요구될 것으로 전망된다.

◇ 4대 시중은행, 개인사업자 대출 연 평균 7% 이상 증가

▲ 출처=각 은행

시중은행 모두 지난해 말 개인사업자대출 비중이 기업대출의 절반을 웃돌았고, 매년 상승세를 보였다. 13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4대 시중은행은 지난해 개인사업자 대출이 평균 7.3% 상승했다.

지난해 은행별 개인사업자 대출 증가율로 볼 때 신한은행이 가장 빠른 속도로 성장했다.

소호대출 절대 강자인 국민은행은 개인사업자 대출 증가 속도는 더뎠지만 규모면에서는 2위 신한은행과 여전히 크게 차이가 난다. 신한은행은 지난 1년간 개인사업자 대출이 9.7% 증가했다.

지난해 12월 말 신한은행의 개인사업자 대출 잔액은 46조7849억원으로 중소기업 대출에서 51.3% 수준이다. 신한은행은 지난 2013년 상권분석 시스템을 개발해 자영업자의 창업과 운영을 지원하는 컨설팅을 시작했고 2017년부터는 ‘신한두드림 프로젝트’를 본격적으로 가동했다.

특히 이 사업에서 신한은행은 ‘성공 두드림 SOHO사관학교’를 열어 자영업자를 대상으로 대출지원과 함께 영업노하우, 마케팅전략 등 다양한 분야에서 직접 지원하는 프로그램을 만들었다.

해당 프로그램은 자영업자 대한 금융지원 뿐만아니라 동종업종 사업자 간 서로 연계하는 효과를 가져다 주면서 큰 호응을 얻었다. 또한 지난해 윤석헌 금감원장은 SOHO사관학교를 방문해 자영업자 대상 컨설팅 사업을 격려했고, 실질적인 도움이 될 수 있도록 지원해 달라고 당부하기도 했다.

신한은행은 자영업 컨설팅을 비롯해 지난해 2월 최저 임금 인상에 따른 인건비 부담 증가를 겪고 있는 자영업자를 대상으로 대출금리를 인하해 주는 등 금융지원에도 박차를 가했다. 이어 지난해 10월에는 서울시 세곳에 ‘SOHO 성공지원센터’를 개소해 맞춤형 컨설팅 운영을 시작했다.

신한은행의 SOHO성공지원센터는 강남구·중구·금천구에서 운영 경과를 검토한 이후 향후 지방 주요거점에도 확대하기로 계획했다. 앞으로도 자영업 대출에 힘을 쏟겠다는 방침으로 풀이된다.

자영업자 대상 금융지원과 사업확대로 신한은행은 지난해 개인사업자 대출 부문에서 압도적인 성장률을 기록했고 자영업 대출 업계 1위인 국민은행을 바짝 뒷쫓고 있다. 국민은행은 자영업 대출비중이 중소기업 대출의 67%를 기록하는 만큼 은행권에서 가장 많은 대출물량을 보유하고 있다.

국민은행의 개인사업자 대출 규모는 69조2215억원에 달한다. 반면 1년간 개인사업자 대출 증가율 속도는 5.5%로 시중은행 중 가장 낮았다. 국민은행은 2002년 소호 금융서비스를 시작으로 금융지원을 확대했고 2016년 9월부터 ‘KB소호 창업컨설팅’ 서비스를 실시했다. KB소호 창업컨설팅은 신한은행과 유사한 방식으로 실질적인 창업컨설팅과 금융지원 노하우를 접목한 컨설팅이다.

국민은행은 업계에서 가장 빠르게 소호 창업컨설팅 센터를 열어 예비창업자와 창업후 경영애로를 겪고 있는 사업자 대상으로 상담을 진행했다. 국민은행의 창업지원센터는 양평동, 광화문, 서초동, 쌍문동 등 서울소재 4개 지역에 있다. 지난해 국민은행은 소상공인을 위한 무료 창업 아카데미를 열기도 했다. 국민은행과 신한은행은 서울 신용보증재단과 연계해 창업을 지원해주고 있다.

국민은행과 신한은행이 개인사업자 대출 경쟁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가운데 하나은행도 빠른속도로 잔액을 늘려가고 있다. 하나은행의 개인사업자 대출 규모는 44조8320억원으로 1년간 8% 증가했다. 하나은행은 법인과 자영업자 대출 증가에 힘입어 중소기업대출이 1년간 10.5% 상승했다.

하나은행의 중소기업 대출 성장은 중기대출 지원을 위해 만들어진 기업은행(8.1%)보다 높았다.

하나은행은 지난해 7월 개인사업자 고객이 영업점 방문없이 기업뱅킹 서비스를 가입할 수 있는 비대면 서비스를 오픈했고, 금융권 최초로 기업고객에게 모바일 OPT를 발급하기도 했다. 지난해 개인사업자 대출이 6% 증가한 우리은행은 지난해 3월 소상공인 창업지원센터 운영을 시작했다.

창업절차와 금융상담 맞춤형 컨설팅을 지원하는 등 국민·신한은행과 유사한 방식이다. 우리은행은 지난해 8월 소상공인 전용 비대면 통장인 ‘우리사장님 e편한통장’을 출시해 은행방문이 부족한 소상공인을 위한 상품을 출시한데 이어 9월 ‘우리 소상공인 종합지원 부산센터를 개소했다.

해당 센터는 자영업자와 예비창업자를 대상으로 마케팅, 세무, 노무 컨설팅을 제공해주는 곳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올해 정부 주택안정화정책에 따라 금융당국의 가계대출 규제가 더 강화되면서 은행들이 기업대출 확대에 더욱 주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우량 중소기업의 경우 지역 단위로 점포를 추가 개설하는 방식으로 영업을 확대하고 소호 대출은 자영업자 대출지원과 컨설팅을 통한 사업확대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면서 “신예대율과 가계대출 규제로 기업대출을 놓고 은행권의 경쟁이 치열해지고 기업금융 활성화 전략에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 개인사업자 대출 증가…부실로 이어질까 노심초사

▲ 출처=은행연합회

은행권은 올해부터 적용되는 신예대율과 금융당국의 가계대출 물량 제한으로 기업대출 영업에 초점을 맞추고 있지만 수익성과 리스크 측면에서 기업 대출을 무작정 늘리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이와 함께 최근 국내에 불어닥친 제조업 경기불황 여파로 기업대출 연체율이 증가하고 있고, 기업대출 증가율이 개인대출보다는 성장속도가 빠르지 않아 수익성도 더딜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3분기까지 신한·국민·하나·우리은행의 1개월 이상 연체된 기업 대출 연체금액은 총 1조4974억원에 달하며, 이 중 개인사업자 연체금액은 7008억원 수준이다.

은행별로, 도소매업과 숙박·음식업 연체율은 신한은행이 각각 674억원, 202억원으로 4대 시중은행중 가장 많았고, 부동산업 연체는 국민은행이 501억원으로 압도적으로 연체 물량이 많았다.

서비스업 부문에서는 하나은행이 749억원으로 연체된 규모가 가장 많았다. 도소매업, 숙박음식업 등 자영업자 대출과 연관된 연체비중은 하나은행이 51.3%으로 가장 높았고, 신한은행이 40.7%로 가장 낮았다. 하나은행에 이어 국민은행과 우리은행의 연체비중은 각각 48.8%, 47.8% 수준이다.

자영업자 연체금액은 전체 대출에서 1% 이하 수준이지만 비중이 전체 산업에 절반에 육박할 만큼 높기 때문에 경기 불황이 장기화될 경우에 위험이 커질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입장이다.

은행업계 관계자는 “제조업을 비롯해 자영업 대출 연체는 은행의 부실로 이어질 가능성은 있다”면서 “다만 지난해말까지 연체율을 비롯해 건전성은 안정적으로 관리되고 있는 상황”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