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출처=이미지투데이

[이코노믹리뷰=권유승 기자] 보험설계사 정규직 바람이 불고 있지만 설계사도 보험사도 정규직화에 따른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인센티브 비중이 높은 설계사 직업 특성상 4대보험 적용 시 실적 좋은 설계사들의 경우 세금부담만 늘어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근로자성이 강해질수록 업무환경에도 제약이 커져 상대적으로 시간활용이 용이했던 직무 이점이 반감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 근로안전성 높인다

10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법인보험대리점(GA) 정규직 설계사 채용이 늘어나고 있다. 설계사 4000명 이상을 두고 있는 대형 GA 피플라이프는 정규직 보험상담매니저(EFA)를 100명 가량 채용할 예정이다. 기본 연봉 3000만원에 인센티브를 추가로 제공한다는 조건이다. 리치앤코도 오프라인 보험샵 '굿리치라운지'에서 월 250만원의 기본급과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정규직 보험 매니저를 채용했다.

GA 정규직 채용이 늘고 있는 것은 이직이 잦은 '철새 설계사'를 방지하고, 고능률 설계사를 모집하기 위한 전략으로 풀이된다. GA 설계사의 정착률은 저조한 수준이다. GA 설계사의 13개월 정착률은 54%로, 1년 후 절반 이상의 설계사가 그만두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설계사 정규직 채용은 수당만 보고 보험상품을 판매하는 불완전판매를 예방하기 위한 측면도 있다.

설계사들의 정규직 전환에 대한 논의는 2018년부터 가시화되기 시작했다. 정부는 특수고용직 고용 안전성을 위해 이들의 근로자 전환을 추진하고 있다. 특수고용직은 사업주와 개인 간 도급계약이 체결된 근로형태로 보험설계사, 택배기사, 캐디 등이 이 직종에 해당한다. 이들은 근로자처럼 일하지만 정식 노동자로 인정이 되지 않아 산재보험 적용이 안 되고 퇴직금도 받지 못한다.

◇ “근로혜택 오히려 반감”

그러나 대다수의 설계사들이 정규직 전환에 미온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실적에 따라 높은 인센티브를 받는 것이 설계사의 이점인데, 4대보험 적용 시 세금 부담은 늘고 인센티브는 줄어드는 등 오히려 혜택이 반감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GA 설계사 정규직 전환은 과거에도 시도된 적 있었지만, 대부분 성공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 출처=보험연구원

한 GA 설계사는 "자기가 하는 만큼 벌어갈 수 있다는 점이 설계사 직종의 매력이 아닐까 한다"며 “정규직으로 고정급 받고 일을 할 것이라면 굳이 적극적으로 영업에 나설 필요가 있나 싶기도 하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정규직 채용 시에도 인센티브가 주어진다고 할지라도, 일단 기본급을 받기에 일반 설계사급의 인센티브만큼은 받을 수 없다"며 "과연 메리트가 있을지 의문"이라고 덧붙였다.

실제로 보험연구원이 2017년도에 보험설계사 2560명을 대상으로 정규직 전환에 대해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현행대로 개인사업자 방식을 선호한다는 응답 비율이 78.4%에 달했다.

정규직 전환 시 세금부담도 늘어난다. 생명보험협회에 따르면 연 5000만원의 소득을 내는 설계사의 경우 개인사업자 상태에서 내는 세금(사업소득세)은 62만원이다. 하지만 근로자로 전환될 경우 부담해야 하는 근로소득세는 396만원으로, 약 6배 이상 증가한다. 또 근로자성이 강해질수록 업무환경에 제약이 커질 것이란 우려도 있다. 통상 설계사는 상대적으로 업무 시간활용이 자유롭다는 이점이 있다.

▲ 출처=보험연구원

◇ 보험사들도 ‘글쎄’

보험사들도 설계사 정규직 전환에 대해 부정적인 반응이 주를 이룬다. 설계사가 정규직으로 전환될 경우 보험사가 부담해야할 비용이 막대해 결국 리쿠르팅을 줄이거나, 실적 나쁜 설계사들을 대상으로 구조조정을 감행해야 할 것이란 지적이다. 국회입법조사처에 따르면 약 20만명의 보험설계사에 4대보험을 적용할 시 보험사가 부담해야할 추가 비용은 6000억원에 달한다.

한 보험사 관계자는 "설계사들이 정규직으로 전환되면 회사에서 부담해야할 비용이 늘어나 수익에 타격이 생긴다"며 "들어가는 비용이 커지는 만큼 사업비 감축을 위한 구조조정도 불가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