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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1기 신도시 산본·평촌, 투자수요 몰리며 호가 심상찮다실수요보다 투자수요 높아 걱정...전문가 "오래가지 않을 것"

[이코노믹리뷰=신진영 기자] "시장이 비정상적으로 활발해졌다. 실거래 건수는 많지 않은데, 거래가 이뤄질때마다 호가는 상승폭이 커지고 있다" (산본 C 공인중개업소 관계자)

1기 신도시인 산본과 평촌신도시 부동산 시장이 심상찮다. 12·16대책으로 비교적 규제가 덜 미치는 지역을 찾는 투자 수요들이 교통 호재가 있는 저평가된 수도권 지역으로 이동한 결과다. 투자 수요가 수도권 저평가 지역으로 '갑자기' 몰려 들었다는 것이 이 지역 부동산 관계자들의 말이다.

산본은 GTX-C라인, '비규제' 호재

산본과 같은 1기 신도시로는 분당·일산·평촌·중동신도시가 있다. 노태우 정부의 주택 200만호 공급이란 명목 하에, 1988년 서울 올림픽 이후 유동자금이 부동산으로 몰려 서울 집값을 잡기 위해 탄생한 도시다. 1기 신도시의 입주는 1991년부터 1995년 사이에 시작됐다. 산본은 1992년부터 입주를 시작했다.

▲ 산본신도시. 사진 = 이코노믹리뷰 신진영 기자

1기 신도시 공급 이후 서울 집값은 한시적으로 잡혔고, 수요도 분산됐지만, 오랫동안 '서울 생활권' 역할 이외 자족기능을 갖추지 못했다. 분당이 판교 테크노밸리 개발로 제2의 전성기를 누렸지만, 산본은 별다른 호재가 없었다.

그러나 최근 산본은 12·16대책 반사이익을 받고 있는 분위기다. 산본에서 20년 이상 공인중개업을 했다는 A씨는 "산본 신도시가 지금까지 집값이 안 오르는 이유는 소형이 너무 많았다"며 "실수요자가 가장 선호하는 중간 평수 27~28평대가 많이 없다"고 분석했다. 그러나 "서울이 아닌 비규제지역을 찾아 소규모 투자자들이 산본에 몰려들고 있다"고 현재 달라진 시장 상황을 전했다.

또한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 C노선 수혜를 받는 지역이다. 지하철 4호선 산본역은 GTX-C가 지나가는 금정역과 한 정거장 차이다. A씨는 "금정역에서 걸어서 갈 수 있는 '래미안 하이어스' 단지가 GTX-C 노선 수혜를 받고 있다"고 말했다. '래미안 하이어스'는 84㎡기준 8억1500만원까지 거래가 됐다. 그에 따르면, 2018년 GTX-C 발표 이후로 7억6000만~7억7000만원까지 올랐고, 잠시 주춤하다 2019년 하반기에 오른 가격이다.

이러한 호재(?) 덕분에 산본 신도시가 수원과 용인 만큼은 아니더라도 최근 살아나고 있다는게 시장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다른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지난해 거래는 서울 규제 영향을 받아서 약보합이었다. 재작년 9·13대책 영향을 받고 꾸준히 수요는 유입됐는데, 12·16대책을 벗어난 지역으로 각광을 받고 있는 듯하다"며 "매매가가 낮은 지역이고 투기지역도 아니기 때문이다"고 설명했다.

▲ 세종주공 6단지. 사진 = 이코노믹리뷰 신진영 기자

"40%가 실거주자, 60%가 투자자나 임대사업자다"

부동산 시장 관계자에 따르면, 산본 투자수요는 2014년부터 들어왔다. 그해 7월 최경환 경제부총리의 취임으로 주택담보대출 규제 완화와 재건축 연한 단축, 청약제도 개편 등 부동산 시장에 군불떼기가 시작됐다. 전국적으로 빚을 내 집을 사는 분위기가 확산돼, 이 시점에 산본 투자수요가 몰린 것으로 분석된다.

산본역 인근에 있는 B 공인중개업소 대표는 "2014년에는 소형 평수가 인기였다"며 "그렇게 투자자들이 들어오더니 전세가와 매매가 차이가 크지 않아 2016년부터는 '갭투자'의 성지가 됐다"고 말했다. 산본은 투자 시장이라고 강조한다. 그는 "투자수요 시장인 20평대 매물은 실수요자가 40% 밖에 안 된다. 대부분이 전월세 세입자다"고 설명했다.

한 공인중개업자는 "임대사업자나 법인임대사업자들로 골치가 아픈 면이 있다"며 "주택임대사업자로 등록하면 임대의무기간이 8년이라서 시장에 나오는 집이 점점 줄어든다"고 말했다. 이어 "그런데 법인임대사업자로 등록을 하면 대출을 많이 해준다"며 "오히려 투기를 양산하는게 아닌가 싶다"고 덧붙였다.

▲ 최근 투자자들 수요 몰린다는 한라 1차. 사진 = 이코노믹리뷰 신진영 기자

시장은 비정상적으로 활발 , 집값 담합 정황도 의심

산본 C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차라리 부동산 규제를 할 거면 전국적으로 부동산 규제를 해야 한다"며 "투기지역만 핀셋 규제니, 9억원 이상 등 조건을 달아 놓으니 시장이 비정상적으로 달아 오른 것 같다"고 말했다.

집값이 유독 오르고 있는 단지들도 있다. 산본역 인근 B 공인중개업소 대표는 "2018년 즈음에 4단지와 5단지가 급등을 했다"며 "14개 단지 중 2~3개 단지만 집값이 오르고 있는건 부동산 전문가들 강의 듣고 찾아온 투자자들 때문이다"고 상황을 전했다.

수요가 갑자기 몰리다보니 일부 신도시에서 보이는 집값 담합 정황도 의심되는 상황이 포착됐다. 이날 기자에게 한 관계자는 "부동산 한쪽에서 적극적으로 호가 높이기에 동조를 하면 물건을 다 그쪽으로 준다"며 "조금이라도 호가를 낮게 올리면 블랙리스트에 올린다"며 조심스럽게 말을 건냈다. 다른 관계자는 "담합 정황은 한달 전부터 포착된 걸로 아는데, 자세한건 말씀드릴 수 없다"고 말끝을 흐렸다.

4단지 인근 D공인중개업소 대표는 "4단지가 57㎡ 매매가 2억7000만원이고, 86㎡ 매매가는 3억5000만원이다"며 "최근 한달 사이에 투자자들이 몰려들더니 매매가 5000만원을 올리고 갔다"고 말했다. 1992년도에 입주를 한 한라 1차 아파트는 용적률이 115%다. 대지지분도 꽤 많이 나와 사업성이 좋다고 투자자들에게 알려져 있다.

투자자들이 갑자기 몰리고, 집값이 오르다 보니 정말 실거주가 필요한 수요자들이 급등한 가격에 주저하고 있다. D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한달 전에 1억8000만~2억원 매매가가 현재 2억7000만원이다"며 "문제는 꾸준히 투자가 이뤄지면 괜찮은데 잠깐 들어왔다가 호가만 높이고 나가 걱정이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그는 "시장이 정상적으로 활발하다고 말할 수 없다. 실수요자 비율도 많고, 투자 비율도 많아 어느정도 적절히 비율이 섞여야 하는데 실수요자들이 너무 없다"며 "실제로 입주를 하려고 집을 사는 분들이 많이 없다"고 말했다.

이어 "문의는 많은데, 거래건수는 많지 않다"며 "예전에는 100만원, 200만원 단위로 가격이 올라갔다면 지금은 500만원, 1000만원 단위로 상승폭이 커진 상황이다"고 말했다. 지난해 연말부터 투자자들이 다시 몰리기 시작하면서 부터다.

▲ 평촌 신동아9단지가 보인다. 사진 = 이코노믹리뷰 신진영 기자

GTX-C의 또 다른 수혜 지역, 평촌

"물이 새도 아직 재건축 리모델링 연한이 안된다고 하니, 진행도 못하는 상황이다" (9단지 인근에 위치한 자영업 관계자)

GTX-C 노선 정류장 금정역을 사이에 둔 산본과 평촌 시장은 투자 문의가 꾸준하다. 평촌 신동아9단지 인근에 위치한 한 공인중개업소 대표는 "물건이 한 두개 있는 건 아니지만, 거래가 빨리 되는 편이다"며 시세가 오름세를 타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평촌이 조정지역이긴 하지만 다른 지역에 비해 덜 올라서 이제야 투자 수요가 들어오고 있는 추세다"며 "오를 땐 몇 개월 사이에 1억원 단위로 오른다"고 현장 분위기를 설명했다.

▲ 평촌에 위치한 한 아파트 단지. 사진 = 이코노믹리뷰 신진영 기자

그에 따르면, 3단지 우성아파트가 84㎡ 기준 매매가는 5억8000만~6억원이다. 3단지 인근에 있는 한 공인중개업소는 "3개월 사이에 5000만원이 올랐다"고 덧붙였다. 이어 "6단지 초원 한양도 84㎡ 기준 5억6000만~6억원 선이다"고 말했다.

권일 부동산인포 리서치팀장은 "산본을 비롯해 의왕·안양·평촌 등 월판선 개통 예정 호재와 전철역 입지가 큰 역할을 하고 있다"며 "9억원 미만 주택으로 수요가 이동하는 부분이 투자 수요를 늘리는데 역할을 했다"고 말했다. 다만 원래 시장이 매물이 많지 않은 시장인데 수요가 유입되니 가격이 오른 면도 있다고 덧붙였다.

권 리서치팀장은 "이 분위기가 오래갈 것 같지 않아 보인다"며 "매물 수 대비 수요가 몰려드는 추세라 분위기가 고평가된 부분이 있다"고 전망했다.

▲ 리모델링을 추진하고 있는 평촌 구축 단지들. 사진 = 이코노믹리뷰 신진영 기자

재건축 보다 리모델링 추진, 진행 상황은 지켜봐야

한편, 현재 산본이나 평촌 등 1기 신도시는 리모델링을 추진 중인 단지가 많다. 이날 기자가 찾아갔을 때도, 정비사업 관련한 플래카드가 걸려 있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지난해 12월 경기연구원에서 펴낸 ‘1기 신도시 리모델링이 필요한가’에 따르면, 경기도 내 분당과 평촌·산본·일산·중동 등 1기 신도시는 2021년부터 준공 30년이 도달해 주택재건축사업 대상이 된다.

평촌 E 공인중개업소 대표는 "재건축은 부가가치가 그렇게 있지 않다"며 "1대 1이라던가, 내 돈 들여 재건축 해야 하는데 그렇게 하기 쉽지 않다"고 말했다.

산본 D 공인중개업소 대표는 "산본도 노후된 아파트가 많아 리모델링 계획을 하는 단지가 많다"며 "6단지도 리모델링을 추진하는 걸로 알고 있고, 7단지도 그런 얘기가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아직 주민들의 동의를 구하는 초기 단계라 향후 진행 상황을 지켜봐야 한다고 전했다.

신진영 기자  |  yoora29@econovill.com  |  승인 2020.01.12  11:0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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