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기평은 올해 금융업계의 산업전망에 대해 '비우호적'이라고 말했다. 사진=이코노믹리뷰 장서윤 기자

[이코노믹리뷰=장서윤 기자] 올해 증권, 보험, 부동산신탁업의 산업전망은 모두 ‘비우호적’이라는 진단이 나왔다.

한국기업평가(이하 한기평)는 지난 9일 서울 여의도 신한금융투자빌딩에서 ‘2020년 주요 산업전망 및 신용등급 방향성 점검’이란 주제로 세미나를 열고 이 같이 전망했다.

금융부문 산업전망 - 증권

한기평은 올해 증권업 신용관리 핵심으로 ‘리스크 관리’를 꼽았다. 한기평에 따르면 증권업은 거래 위축으로 위탁매매 수수료가 계속 줄고, 투자은행(IB) 부문은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규제 강화와 경쟁 심화로 힘든 한 해를 보낼 것으로 예상된다.

안나영 한기평 연구원은 “금융당국의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규제 강화와 국내 자산 수익률 하락 등의 이유로 해외 대체투자에 대한 수요가 계속 있을 것”이라며 “따라서 해외 기업에 대한 투자와 현지법인의 직접투자의 비중과 빈도가 증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특히 종합 투자은행(IB)의 해외 현지법인 신용공여가 가능해진 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내다봤다. 올해 증권업계의 주요 크레딧 이슈로는 ‘해외대체투자’와 ‘PF투자’를 꼽았다.

한기평에 따르면 현재 대형 증권사가 부동산과 인프라를 중심으로 해외투자를 주도하고 있다. 지난해 9월 말 기준으로 자기자본 대비 해외익스포저 비중이 큰 증권사는 메리츠종금증권, 하나금융투자, 미래에셋대우, 한화투자증권, NH투자증권 순이다.

이들 증권사는 이미 금융당국의 규제 비율을 맞추기 위해 PF 관련 대출 규모를 많게는 2조원 이상 줄여야 하는 실정이다.

▲ 출처=한국기업평가

안 연구원은 “해외투자 리스크의 본질은 투자 노하우, 그리고 부족한데 마음 급한 증권사와 핵심 리스크 파악이 어려운 현지 상황”이라며 “대부분 증권사가 해외투자 한도, 국가별 한도, 자산별 투자 한도 등 해외투자 관련 리스크 관리를 체계화 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특히 최근 크레딧 이슈가 발생한 해외투자는 대부분 PF와 기업대상 투자였다. 지난해 문제가 됐던 호주 장애인 임대주택 현지 사업자 계약위반, 맨하탄 복합시설 임차 계약 미이행, 독일 헤리티지 개발지연, 호주 시드니 공동주택 사업부지 담보대출 연체 사태 등이 전부 PF투자다.

중소형사 중에서는 대신증권, 유안타증권, DB금융투자, 한화투자증권, 현대차증권, 하이투자증권 등이 올해 PF투자에 적극 참여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들 증권사는 부동산 투자여력이 풍부하고 IB영업을 강화하는 추세에 있기 때문이다.

안 연구원은 “실제 자기자본 규모 대비 PF익스포저는 중형사가 큰 편”이라면서 “대형사가 매각하는 PF익스포저는 투자여력이 풍부한 중형사로 상당수준 이전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메리츠종금증권을 제외한 대형사의 평균 PF익스포저는 30%인 데 비해 중형사는 평균 53%를 나타냈다.

▲ 출처=한국기업평가

- 보험

올해 보험업은 국내 경제의 저성장·저금리 지속과 규제강화에 따른 대응부담으로 이중고를 겪을 것으로 보인다.

송미정 연구원은 “올해 국내 경제는 GDP 2% 내외의 저성장이 지속될 것으로 보여 보험업에서의 신계약, (계약)유지율, 해약률에 부정적 영향을 줄 것”이라면서 “저금리 환경 지속은 보험사의 자산운용여건에도 비우호적”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올해 생명보험의 신용등급 전망은 부정적, 손해보험의 신용등급 전망은 중립적으로 평가했다.

▲ 출처=한국기업평가

올해 보험업계의 주요 크레딧 이슈로는 ‘저금리’, ‘규제 강화’를 꼽았다.

송 연구원은 “손해보험업계의 경우 자동차보험료 인상 폭에 따라 보험영업수지 개선의 여지는 보이나 저금리로 인해 투자성과는 기대하기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지난해 인상 효과가 본격화된 자동차보험은 올해 추가인상이 이루어질 경우 하반기부터 보험영업수지 개선을 기대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송 연구원은 “생명보험업계의 경우 보험영업수지는 예정이율이 인하될 때 개선이 가능할 것”이라면서도 “생명보험업계는 부리이율(이자율에 붙이는 이율)이 높아 저금리에 따른 이차역마진 부담이 크다”고 설명했다.

한기평은 2022년 도입되는 새로운 국제 회계기준(IFRS17)과 신지급여력제도(K-ICS)의 연착륙을 위해 금융당국이 RBC(Riek Based Capital), LAT(Liability Adequacy Test·부채적정성평가) 제도를 강화함에 따라 보험사의 대응부담이 커질 것으로 진단했다.

▲ 출처=한국기업평가

한기평은 RBC 규제 강화에 대해 “생명보험사는 RBC비율이 200% 내외로 전반적으로 우수하나 손해보험는 생명보험사 대비 RBC비율이 낮은 수준”이라면서 퇴직연금 비중이 높아 올해 6월말 RBC비율이 큰 폭으로 하락할 것으로 판단되는 롯데손보와 듀레이션갭이 커 금리위험액 증가가 예상되는 한화손보에 대한 모니터링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 출처=한국기업평가

LAT제도강화는 생명보험사에 큰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송 연구원은 “LAT제도 강화에 따른 위험에 노출된 회사는 순잉여액비율 5% 미만의 생명보험사와 고금리확정형 비중이 높은 대형사”라면서 “당사 등급보유 업체 중에서는 한화, 교보, 농협, KDB, 푸본현대생명 등이 해당돼 이에 대한 모니터링을 강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 부동산신탁업

한기평은 부동산신탁업의 올해 전망을 사업환경 ‘비우호’, 실적방향 ‘저하’, 등급전망 ‘부정적’으로 평가했다.

신용관리의 핵심으로는 ‘주력사업에 따라 부동산신탁사별 실적 차별화와 차입형 토지신탁 리스크 관리’를 꼽았다. 주요 크레딧 이슈로는 ‘차입형 토지신탁 관련 재무부담’과 ‘책임준공확약형 관리형 토지신탁(이하 책준형 관토신) 사업 확대’, ‘부동산 규제강화’ 등을 꼽았다.

정효섭 한기평 연구원은 올해 부동산신탁업의 사업환경 또한 비우호적이라 판단했다. 정 연구원은 “지방 주택시장 침체에 따라 신규수주 감소세가 이어져 사업 리스크가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면서 “신규인가와 대주주 변경으로 경쟁이 심화될 것으로 전망된다”고 설명했다.

▲ 출처=한국기업평가

한기평에 따르면 지방 부동산 시장은 누적된 공급물량, 지역경제 침체, 미분양 물량 적체 등으로 지방 주택가격의 하락이 전망돼 침체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정 연구원은 “특히 차입형 토지신탁 수주가 가장 큰 영향을 받을 것”이라면서 “2018년 이후 차입형 토지신탁 수주 감소의 여파로 사업 규모가 2015~2016년 수준으로 축소될 전망”이라고 말했다.

이어 “책준형 관토신 사업 확대에 따라 단기적으로는 경쟁지위와 수익성 측면에는 긍정적이나 중장기적인 리스크 관리가 신용도의 방향성을 좌우할 것”이라고 첨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