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빅데이터. 출처=픽사베이

[이코노믹리뷰=황대영 기자] 개인정보보호법 개정안, 정보통신망법 개정안, 개인신용정보법 개정안 등 이른바 '데이터 3법'이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했다. 이에 따라 금융, 헬스케어, 마케팅, 인공지능, 페이먼트, 게임, 모빌리티 등 관련된 산업에서 숨통이 트일 것으로 분석된다.

국회는 지난 9일 본회의를 열어 데이터 3법을 처리했다. 이날 데이터 3법은 본회의에 상정됐지만, 자유한국당이 갑자기 본회의 연기를 요구하며 개의가 지연되는 진통 끝에 극적으로 가결됐다. 본회의는 자유한국당을 제외한 '4+1 협의체' 소속 정당들이 범여권 단독 국회를 열며 진행됐다.

끝까지 진통을 겪은 데이터 3법

데이터 3법은 개인과 기업이 통계작성·과학적 목적 등을 이유로 수집해 활용할 수 있는 개인정보 범위를 확대하는 것이다. 기존 이동이 불가한 개인정보를 특정할 수 없도록 '가명 정보'로 변경한 뒤, 다른 기업에서도 해당 데이터를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표본 확보가 절실한 빅데이터 분야에서는 필수적이다.

당초 데이터 3법은 여야 3당 지도부가 합의를 통해 무난히 통과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됐다. 하지만 정쟁에 휘말리면서 표류했고 마지막까지 진통을 거듭했다. 관련 산업에서는 통과를 촉구했다.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은 표류하는 데이터 3법을 두고 쓴소리를 마다하지 않았다. 또 국내 스타트업 단체들도 공동 성명으로 조속한 처리를 고대했다.

당시 박용만 대한상의 회장은 "미국, 중국, 일본은 벌써 이미 일찍 규제를 풀어서 저만큼 앞에 뒤가 보이지 않을 만큼 앞서가고 있는데, 우리는 그 산업의 아주 기본 첫 단추조차 끼우지 못하고 있는 현실이다"라며 "글로벌 ICT 기업들이 빅데이터로 미래 먹거리를 찾고 있는데, 우리는 글로벌 기업은 커녕 스타트업이 사업을 시작도 못한 상태로 (데이터 3법 통과를) 계속 기다리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또 자유한국당 필리버스터, 일부 의원들의 반대 의견까지 데이터 3법은 처리까지 고난의 연속이었다. 여기에 법안 일부가 변경되면서 원래의 개정 취지와 목적에 맞지 않다는 비판의 소리까지 나왔다. 20대 국회 임기 종료를 불과 4개월을 남겨둔 채 데이터 3법은 처리됐다.

데이터 3법, 디지털 금융 변곡점

가결된 데이터 3법은 금융권에 변곡점으로 다가올 전망이다. 데이터 기반한 디지털 금융에 보다 혁신을 가져올 것으로 예상된다.

10일 신한금융투자는 데이터 3법이 금융권에 '개인의 정보이동권 부여', '마이데이터 서비스 본격화'를 가져올 것이라고 분석했다. 개인신용정보법 개정으로 개인의 신용정보 이동 권한이 확대되고, 기존 금융회사들은 고객의 신용정보를 독점했으나 향후 고객이 요구할 경우 신용정보를 제3자인 마이데이터 사업자에 의무적으로 제공하게 된다.

이를 바탕으로 마이데이터 사업자는 개인의 분산된 금융정보를 한 곳에 통합해 알고리즘 방식의 맞춤형 금융자문 및 금융상품을 추천할 수 있게 된다. 신한금융투자는 마이데이터 서비스 인가 신청이 예상되는 기업으로 카카오(카카오페이), NHN(페이코), 뱅크샐러드, 토스 등을 지목했다.

신용정보회사도 빅데이터를 통한 영리활동이 허용된다. 개인정보보호법 개정으로 가명정보 개념이 도입돼 가명정보를 개인 사전 동의 없이 활용할 수 있게 된다. 또한 신용정보 회사의 영리 활동 목적의 빅데이터 분석/컨설팅 업무가 허용된다. 이에 따라 신한금융투자는 자회사인 지니데이터를 통해 장기간 빅데이터 사업에 매진한 NICE평가정보의 목표주가를 상향했다.

신한금융투자 김수현, 염종선 연구원은 "9일 데이터 3법이 법사위를 거쳐 본회의에서도 극적으로 가결됐다"라며 "데이터 3법 시행은 빅데이터 산업 육성은 물론 금융권에도 큰 변화를 몰고 올 전망이다"고 말했다.

IT·모빌리티부터 제약·바이오, 스타트업까지 데이터 3법의 영향

▲ 대한민국 국회의사당. 출처=갈무리

데이터 3법은 인공지능(AI), 모빌리티, 사물인터넷(IoT) 등 차세대 먹거리 산업에 데이터를 활용하면서 '초연결'로 대변되는 4차 산업혁명 생태계를 조성할 것으로 보인다. 또 데이터 교류로 빅데이터, AI를 활용한 연계 산업 활성화도 가능해진다.

자율주행 차량에 가장 핵심 기술인 빅데이터 확보에 보다 걸림돌이 줄어든다. 또 제약·바이오 산업에서도 마찬가지다. 딥러닝 및 알고리즘을 개발하는 스타트업들도 데이터 3법 가결은 희소식으로 다가왔다. 이는 스타트업과 대기업 간의 유기적인 산업 생태계 조성에 수월하기 때문이다.

이번 데이터 3법 통과로 보다 인공지능 및 빅데이터에 관련한 산업이 국내에서도 활성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그간 국내 기업들은 국내에서 인공지능 연구소를 설립하는 것보다 해외에서 보다 많은 연구를 거듭해왔다. 실제 삼성전자, LG전자, 네이버 등 주요 기업들은 해외 인공지능 연구소를 마련하고 있다.

남세동 보이저X 창업자는  "그간 데이터를 가지고 있는 회사들 중에서 저희에게 문의해 온 회사들이 꽤 있었다. 하지만 법적으로, 현실적으로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는 법무팀 등의 의견에 막혀 협업은 커녕 논의도 하지 못했다"라며 "비식별화 처리된 정보라 하더라도 사용자 동의 없이는 해당 정보를 타사에 제공할 수 없게 돼 있었다. 그 취지는 납득하지만 인공지능 시대에 안 맞고, 인공지능을 활용해야만 하는 수많은 업체들의 경쟁력을 약화시키겠구나 생각하고 있었다"라고 밝혔다.

이어 남세동 창업자는 "데이터 3법이 통과돼 한국의 인공지능 업체들에게 너무 좋은 소식이다"라며 "가명 정보를 연구 목적 등으로 타사에 제공할 수 있는 데이터 3법 통과는 인공지능 업계의 사람으로서 그리고 한국에서 기업을 운영하는 사람 중 하나로서 환영한다"라고 덧붙였다.

관련한 산업 협회의 성명도 이어졌다.

대한상공회의소는 "데이터 3법 개정안의 국회 통과를 환영한다"며 "데이터는 4차 산업혁명 시대의 원유와 같은 것으로서 빅데이터, 인공지능 등 신산업 분야의 새로운 사업모델을 개발하는 일은 물론, 기업들이 고객 수요와 시장의 흐름을 조기에 파악·대응하는데 큰 힘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어 대한상의는 "우리가 미·중 등 경쟁국보다 늦게 출발하는 만큼 정부는 데이터 활용과 보호에 대한 시행령 개정 등 후속작업에 속도를 더해 주시기 바란다"고 덧붙였다.

한국바이오협회는 "그 어느 때보다 절박했던 산업계의 요구가 법제화된 것이 바로 데이터 3법"이라며 "지금이라도 골든타임을 놓치지 않은 것은 상당히 고무적인 부분"이라고 밝혔다. 이어 협회는 "데이터3법은 의료정보, 유전체, 생활건강 데이터 등 미래 먹거리인 바이오산업이 성장하기 위한 밑거름"이라며 "궁극적으로 빅데이터를 활용한 개개인 맞춤형 치료와 예방을 통한 국민 전반의 건강과 복지를 끌어올리는 단초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