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온라인 여행사 익스피디아의 시애틀 본사 건물 스카이 브리지 외부(위) 및 내부 공간(아래). 직원들에게 최대한 자연노출 공간을 제공한다. 출처= Expedia

[이코노믹리뷰=홍석윤 기자] 아메리칸 항공 그룹이 회사 직원들을 대상으로 새로운 사무실 공간에서 무엇을 원하는 지 조사했을 때, 직원들의 대답은 놀랍게도 우리 모두에게 이미 친숙한 것이었다. 바로 ‘다리를 뻗고 쉴 수 있는 공간’이었다.

디자인 회사 허먼 밀러(Herman Miller)는 지난 달 아메리칸 항공 그룹 전직원이 이주를 마친 텍사스주 포트워스의 새 본사 건물에 다리를 뻗을 수 있는 공간을 더 갖춘 특별한 책상을 만들었다.

아메리칸 항공의 ‘문화 및 변화’ 담당이사 조나단 피어스는 "새 건물에는 개인 사무실은 없지만 1000개 이상의 회의실이 있다"고 말했다. 수영장과 크리켓장도 있고, 야외 회의장에도 컴퓨터 시스템이 연결되어 있어 대형 옥외용 모니터에서 파워포인트 프레젠테이션이 가능하다. 이른 바 백색 소음(white noise, 주파수 성분이 같은 세기로 골고루 분포되어 있는 잡음)도 천장을 통해 빠져나가도록 해 게 함으로써 탁 트인 사무실 내부 주변의 청각적 산만함을 감소시켜준다.

"마치 보스 헤드폰을 쓰고 듣는 것 같은 효과를 내지요.”

채용 업체들과 경영전문가들은, 미국 고용시장이 과열됨에 따라 사무실에서 일하는 근로자들을 행복하게 하는 것은 인재 유지(이탈 방지)의 가장 중요한 요인 중 하나가 되었다고 말한다. 보다 많은 회사들이 직원들의 불만을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고, 직원들의 생각을 반영하는 사무실을 꾸미기 위해 수백만 달러를 지출하고 있으며, 고용주들은 아무리 작은 요구라도 들어주기 위해 노력한다.

▲ 맥도날드에서는 직원들이 스마트폰 앱으로 사무실 온도를 조절할 수 있다. 출처= Mcdonald’s

맥도날드는 지난해 시카고에 새 본사를 열면서, 직원들이 사무실 온도를 휴대폰으로 조절할 수 있도록 온도조절기능 앱을 출시했다. 이 앱은 직원들에게 사무실 평면도와 자신의 위치를 보여주며, 세 가지 선택사항 즉 ‘좀 더 따뜻하게’ ‘좀 더 시원하게’ 또는 ‘지금 딱 좋음’ 중에 선택할 수 있게 한다.

맥도날드의 직장문제해결 담당이사 쉐리 말렉은 "대부분의 직원들이 이 앱을 다운로드 받았다”고 말했다. 

"사람들이 불편하면 그들은 생산적이지 않습니다.”

온라인 여행사 익스피디아 그룹은 지난해 10월 시애틀 엘리엇만(Elliott Bay) 강둑에 9억 달러를 들여 지은 시애틀 캠퍼스 1단계 오픈 전에, 조명 디자인, 가구 선택, 사무실 오픈 행사 등을 테스트하기 위해 작은 사무실을 차렸다. 익스피디아의 글로벌 부동산 담당 부사장 마크 네이글은 "이번 조사 결과, 직원들을 자연에 보다 더 가까이 접할 수 있게 해주는 소위 자연애착본능(biophilia)에 충실한 설계 방식이 사람들에게 인기가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고 말했다.

큰 미닫이 유리 문은 날씨가 좋으면 바깥쪽으로 열어놓아 실내 복도가 바람이 잘 통하는 앉아서 쉬기에 딱 좋은 자리로 변한다. 40 에이커(5만평)에 달하는 캠퍼스는 하이킹 및 자전거 도로가 휘두르고 있고, 와이파이 안테나가 내장된 광섬유 바위가 20여 곳에 설치되어 있어 직원들은 잔디밭 한 가운데서나 소화전 근처에서도 일할 수 있다.

익스피디아의 조사는 사무직 근로자들이 가능한 많은 자연광에 노출되기를 압도적으로 원한다는 것을 보여준다. 이 회사는 배를 닮았다고 해서 ‘뱃머리’라고 이름을 붙인 천장이 유리로 된 회의실도 만들었는데, 벽도 온통 유리여서 아래로 강이 내려다 보인다.

"이것은 우리가 그동안 직장에서 잘 해내지 못했던 인간의 단순한 욕구 충족입니다."

▲ 출처= 월스트리트저널(WSJ) 캡처

자연은 안으로 들어왔지만, 자리는 밖으로 나왔다. 익스피디아의 인재담당임원(CPO) 아카나 싱은 예전에는 직원들이 사무실에 자신의 책상을 가지고 있었지만 새로운 공간에서는, 직원들에게 ‘이웃’이라는 구역이 할당되고 이 구역 내 빈 자리 어디든 앉을 수 있다. 소지품은 가까운 곳의 개인 사물함에 보관한다.

이와 같은 개방형 사무실(Open offices)은 평방피트당 더 많은 사람들을 수용할 수 있어 기업들에게도 인기 있는 선택이다. 싱 CPO는 이러한 공동 공간 사용에 대해 직원들과 몇 달 동안 소통했다고 말했다. 만약 누군가가 예전처럼 자신의 고정 책상을 원한다면 관리자나 동료와 상의해 그렇게 할 수도 있다.

그러나 사무실의 설계 결정에는 인간의 욕구 충족이외에 또 다른 요인도 작용한다. 예를 들어, 회사들이 어느 특정 부서에 어느 정도 면적을 할당하느냐는 그들이 시장을 어떻게 예측하고 있느냐를 반영한다.

아칸소주 벤튼빌(Bentonville)에 있는 월마트는 지난 해 여름 무려 1만 7000명의 직원을 수용할 수 있도록 설계된 350 에이커(43만평)의 새 캠퍼스에서 일을 시작했는데, 새 건물에서의 부서 배치를 보면 이 회사가 향후 어느 부분에 중점을 둘 것인지를 알 수 있다. 회사는 새 배치가, 창문도 거의 없고 피크 시간에는 주차하기도 어려운 옛 창고 건물인 현재의 본사에서와는 전혀 다른 근무생활방식(work lifestyle)을 육성하겠다는 취지라고 말했다. 아직 새 캠퍼스에 입주하지 않은 직원들은 여전히 시내 곳곳에 다른 건물에 흩어져 있는데, 새 캠퍼스가 완공되면 10동 이상의 사무실 건물, 15에이커(1만 8000평)의 호수와 주변 산책로, 직장 어린이집, 체육관, 호텔이 들어서게 된다.

최근 들어 많은 회사들이 개방형 사무실을 도입하고 있다. 보다 많은 인원을 수용할 수 있어 부동산 비용을 절약할 수도 있지만, 사생활과 집중에 대한 요구를 만족시키는 것이 새로운 과제라고 설계 회사 랩트 스튜디오(Rapt Studio)의 데이비드 갈룰로 CEO는 지적했다.

"그래서 직원들이 조용한 시간대에 의례적인 일을 할 수 있는 도서관 공간을 설계하고 있지요."

랩트는 최근 설계한 사무실에서 직원들이 회의실에 들어가 전에 회의실 문에 휴대폰을 넣어둘 수 있는 함을 만들었다.

"직원들이 회의 도중 딴전을 피지 못하도록 하기 위해 회의실에 스크린을 없애 달라고 요구하는 고객들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