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강민성 기자] 지난해 하반기부터 서울 주택시장이 요동치면서 주요 은행들의 주택담보대출이 큰 폭의 증가세를 보인 가운데 금융당국은 가계대출에 고삐를 바짝 조이고 있다.

특히 부동산 정부정책과 맞물려 금융당국이 주택담보대출을 중심으로 규제를 강화하고 있는 데다, 파생상품시장도 크게 위축되면서 자금조달에 대한 은행 경쟁은 갈수록 치열해질 전망이다.

가계대출을 줄이라는 금융당국의 전방위 압박이 거세지면서 은행들은 안정적인 수익처인 가계대출을 줄여야만 한다. 은행들은 영업환경이 어려워지는 만큼 대책마련에 분주한 상황이다.

당장 기업대출을 확대하기 어렵기 때문에 은행들은 예대마진을 통해 벌어들였던 자금운용을 다른 부문에서 조달하기 어려울 것으로 관측된다. 또 수익 효자노릇을 해왔던 파생상품 판매도 올해부터 신탁부문을 제외하고 사실상 취급이 어려워져 대체할 수익원 찾기에 비상이 걸렸다. 

올해 은행권의 경영환경은 그야말로 앞뒤로 꽉꽉 막혀있는 상황이다. 

변동형 주담대 금리가 상승세를 보이면서 차주 또한 대출문턱이 높아질 것으로 예측되며 은행은 이자수익을 보완하기 위해 기업영업에 주력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물론 글로벌 경제가 회복세를 보이지 않고 있는 가운데 미중 무역전쟁과 중동의 지정학적 리스크까지 노출된 상황이어서 대기업을 제외하고는 불안한 상황이 예상돼 이 역시 위험성은 크다.

◇ 가계대출에 쏠려있는 은행, 1년간 NH농협·신한銀 가계대출 증가율 9% 초과

여신구조가 가계대출에 편중된 은행이 올해 당국 정책에 따라 기업으로 자금흐름이 선회될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지난해 은행의 가계대출은 하반기를 기점으로 주담대가 가파르게 상승했다.

▲ 출처=각 은행

특히 농협은행과 신한은행은 지난 1년간 주담대와 신용대출을 큰폭으로 확대한 결과 가계대출 증가율이 9%를 초과했다. 이와 함께 우리은행과 하나은행, 기업은행도 모두 6% 이상의 가계대출 증가율을 보였다. 금융당국은 은행권 가계대출 잔액의 연간 증가율이 5%를 넘지 않도록 관리 목표치를 제시했지만 지난해 국민은행을 제외하고 주요 시중은행들은 가계대출 목표치를 넘어섰다.

농협은행은 지난해말까지 주택담보대출 잔액이 74조255억원으로 2018년 12월 65조8386억원 대비 12.4% 증가해 시중은행 중에서 주담대 증가율이 높았다. 농협은행은 이자부문 수익이 늘어나면서 지난해 3분기 영업이익이 1조8766억원으로 전년 동기 1조5150억원 대비 23.9% 확대됐다.

신한은행은 지난해 주담대와 신용대출이 모두 오름세를 보였다. 특히 1년간 신용대출 증가율은 13.5%로 주요 시중은행 가운데 가장 높았다. 하나은행의 경우 주택담보대출 증가율이 연간 10.6% 상승하면서 가계대출 증가율을 끌어올렸다. 하나은행은 지난해 6월부터 주담대가 급격히 상승해 잔액이 80조원을 넘었다. 12월 말 하나은행의 주담대 잔액은 83조2492억원에 달한다.

금액 기준으로 볼 때 주담대 잔액은 국민은행과 우리은행이 규모가 많다. 지난해 12월 말 국민은행과 우리은행의 주담대 잔액은 각각 109조67억원, 93조7850억원을 기록했다. 특히 우리은행은 주담대가 전체 가계대출의 78.34%를 차지하고 있다. 금융당국이 주담대 규제를 강화하고 있는 만큼 올해 우리은행은 주담대 감소로 인한 예대 마진이 업계서 가장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우리은행을 비롯해 주요 시중은행도 지난해 12월 말 기준 주담대 비중이 65%를 넘었다.

국민은행과 하나은행은 주담대가 전체 가계대출에서 각각 73.82%, 72.54% 비중으로 우리은행(78.34%)의 뒤를 이었고 신한은행과 농협은행도 각각 66.54%, 65.83%로 높은 수준을 차지했다.  

가계대출이 주담대를 중심으로 가파른 증가세를 보인것과 달리 기업대출은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해 말 기준 기업대출 잔액은 한달동안 6조2000억원 줄어드는 등 감소세를 보였다. 한국은행 측은 “대기업과 중소기업 대출이 12월 기간 동안 각각 2조2000억원, 3조9000억원 줄었다”면서 “재무비율 관리를 위한 일시 상환, 은행의 부실채권 매매·상각으로 감소했다”고 밝혔다.

한편 올해 금융당국은 은행권의 신예대율 규제를 적용하는 동시에 금융상품에 대한 소비자보호를 강화하기로 발표했다. 또 기업대출 중에서도 제조업으로 자금흐름이 집중되길 계획하고 있다. 

신사업 발굴을 위한 움직임도 가속화 될 것으로 전망된다. 실제로 주요 은행 수장들은 대내외 경제환경이 어려워지면서 올해 디지털 강화 전략과 신남방 국가에 해외사업을 공략을 계획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국내외 적극적인 인수·합병(M&A)으로 사업거점을 넓힐 것을 예고했다.

올해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신년사를 통해 “가계보다는 기업으로 기업 중에서는 기술력이 있는 중소·벤처기업으로 자금을 보다 생산적인 곳으로 물꼬를 대전환하기 위한 정책지원”을 계획했다.

은행권은 이미 지난해 한해동안 금융당국의 가계대출 목표치를 넘어선 만큼 올해는 주담대를 비롯해 신용대출까지 철저하게 관리할 것으로 예측된다. 금융권 관계자는 “은행은 그동안 예대마진으로 수익이 대부분 확보하면서 보수적인 영업을 해왔지만 앞으로는 우량 중소기업을 중심으로 영업을 확대하거나 신탁 상품 운용을 강화하는 등 적극적인 영업 행태를 보일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