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강민성 기자] 지난해부터 금융당국이 생산성금융 기반 구축을 위해 금융지원 프로그램을 가동한 가운데 은행권도 제조업에 자금 지원을 확대했지만 부실채권이 크게 늘어나고 있다.

주요 은행권에 대출받은 제조업은 주로 국내 경제 근간이 되는 중소기업 제조업체다. 이들 기업들은 대기업에 수주를 받아 제품을 납품하는 등 경기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이에 따라 제조업 부실채권(NPL)이 장기간 확대될수록 불황에 대한 신호가 뚜렷해질 것이라는 경고음이 나오고 있다.

9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국책은행인 산업은행과 기업은행의 제조업 고정이하여신액은 1년간 크게 증가했고, 시중은행 중에서는 신한은행이 연간 6% 이상 늘어나는 등 부실 증가율이 뚜렷했다.

고정이하여신은 고정, 회수의무, 추정손실여신을 말하며 부실채권(NPL)으로 분류된다.

▲ 출처=은행연합회

지난해 3분기 기준 산업은행은 고정이하여신으로 분류된 대출금액이 3조1517억원으로 2018년 3분기 2조5740억원 대비 22.4% 증가했다. 산업은행은 총 여신금액 중에 제조업 대출 비중이 56%에 이르는 등 막대한 규모를 대출해줬지만 부실채권이 늘어나면서 대손충당금 잔액도 확대했다.

산업은행은 지난 1년간 제조업에 2조3306억원 규모의 대출을 실행했지만 부실대출 증가로 충당금을 375억원 늘렸다. 지난해 3분기 산업은행은 제조업 대출실행으로 인한 충당금으로 2조9257억원의 충당금을 잡았다. 이와 관련해 산업은행 관계자는 “2018년 말에 동부제철과 한진중공업이 요주의에서 고정이하로 분류됐지만 작년 말 매각되면서 정상적인 수준으로 돌아왔다”고 밝혔다. 

2018년 3분기 기준 산업은행의 고정이하여신 규모는 1조8415억원 수준으로 2019년 4분기는 이와 유사한 수치를 보일 것이라는 게 산업은행 측의 입장이다. 국책은행인 기업은행도 지난해 3분기 기준 고정이하여신 규모가 1조9984억원으로 1년새 1569억원(8.5%)가량 부실채권이 늘어났다.

기업은행은 1년간 제조업 대출이 4조3738억원 증가했고 비율상 4.4% 늘어났는데 고정이하여신은 8.5% 증가해 대출증가율 대비 부실채권비율이 상승한 것으로 확인됐다. 제조업에 금융지원은 확대했지만 부실에 대한 리스크는 더 커진 셈이다. 기업은행은 중소기업 대출 상품이 시중은행보다 다양하고 기술력이 있는 중소기업에 설비투자 등을 지원하기 위한 펀드를 조성하기도 한다.

특히 지난해는 정부가 생산적인 곳에 자금의 물꼬를 트기위한 일명 ‘생산적 금융’ 지원을 확대하면서 자동차부품업체, 조선기자재업체를 비롯해 장기자금이 지원됐고 기업금융지원을 강화했다.

올해도 금융당국은 성장지원펀드 등 총 479조원의 정책금융을 통해 시중자금이 생산적인 부문으로 흘러들어갈 수 있도록 계획했다. 이와 함께 올해 초 금융위원회는 가계보다 기업으로 대출을 확대하고 기업 중에서는 기술력이 있는 중소·벤처기업에 정책지원을 확대한다고 밝혔다. 당국의 이러한 움직임으로 볼 때 제조업에 대한 국책은행의 대출 지원이 더 강화될 것으로 예측된다.

▲ 출처=은행연합회

한편 시중은행의 경우 신한은행이 지난 1년간 제조업 부실대출이 가장 증가했다. 지난해 3분기 기준 신한은행의 제조업 총 여신규모는 47조5444억원으로 2018년 3분기 47조5444억원 대비 0.94% 증가했지만 부실채권으로 분류되는 고정이하여신은 1년간 6.2% 증가했다. 잔액 기준으로 3분기 제조업 부실대출 규모는 6036억원으로 시중은행 중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신한은행을 비롯해 주요 시중은행들은 올해 신예대율 규제 적용을 앞두고 기업 대출 유치에 사활을 걸고 있다. 신 예대율(예수금 대비 대출금 비율)은 가계대출 가중치는 15% 상향되고 기업대출은 15% 낮아지기 때문에 기업대출을 늘릴수록 예대율을 맞추기 유리하다. 이에 따라 은행들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우량 중소기업을 중심으로 기업대출을 확대하려고 노력할 것으로 보인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대기업의 경우 시중은행에서 대출을 진행받기보다 회사채를 통해 자금을 대부분 조달하고 있기 때문에 중소기업, 그중에서도 제조업 대출이 높을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이어 “경기가 어렵다보니 대출받고자 하는 중소 제조업체의 수요가 높아지고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