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라스베이거스, 이코노믹리뷰=최진홍 기자] CES 2020의 또 다른 특징 중 하나는 생활밀착형 라이프스타일의 강조, 여기에 인프라에 스며든 기술의 존재다. 마지막으로 중국과 일본의 분위기도 앞으로 우리의 전략을 구축하는데 있어 중요한 관전 포인트다.

▲ 더 세로TV가 보인다. 사진=최진홍 기자

생활밀착형, 눈길

CES 2020의 가장 큰 특징 중 하나는 바로 생활밀착형 생활가전의 등장이다. 무기는 다양성이다. 밀레니얼 세대의 취향에 맞게 획일화된 디자인과 기능을 배제하고 다양한 경우의 수를 넣는 방식으로 생활밀착형 서비스에 돌입하고 있다.

삼성전자의 프리즘 프로젝트가 눈길을 끈다. 김현석 삼성전자 사장은 “세대변화, 고령화, 도시화의 3대 트렌드를 소비자에게 제대로 전달해 주기 위해서는 올바른 매개체가 필요하다고 생각해 프로젝트 프리즘을 만들었다”면서 “핵심은 공급자 위주의 제품 개발에서 다양한 소비자 위주의 제품 개발로의 전략 수정”이라고 설명했다.

결론적으로 프로젝트 프리즘은 ‘나만의 가전’을 선호하는 밀레니얼의 취향을 ‘저격’하는 한편, 딱딱한 제품 라인업에 유연한 생명력을 불어넣어 생활밀착형 플랫폼으로 끌어내려는 삼성전자의 전략으로도 풀이된다. 이는 큐브 냉장고의 형태로 CES 2020에 등판하기도 했다.

스크린 에브리웨어의 전략도 프로젝트 프리즘의 방향성과 닮았다는 말이 나온다. 생활밀착형 가전 라이프스타일을 추구하기 위해 등장한 스크린 에브리웨어의 방향성도 결국 생활밀착형이기 때문이다.삼성전자 영상디스플레이 사업부장 한종희 사장은 스크린 에브리웨어를 두고 “소비자 라이프스타일 변화에 따라 스크린을 최적화해 언제 어디서든 원하는 콘텐츠와 정보를 즐길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프로젝트 프리즘, 스크린 에브리웨어의 등장이야 말로 삼성저자 가전 라인업 로드맵의 건전성을 상징한다는 말이 나온다. 두 개념 모두 밀레니얼을 노리고 있는 미래 방향성을 보여주고, 이를 실현하기 위해 다양한 사용자 경험을 제공하는 고무적인 전술을 효과적으로 사용하기 때문이다. 나아가 큐브 냉장고, 더 세로TV처럼 일반적이지 않은 가전제품을 신선한 마케팅으로 밀레니얼의 생활밀착형 프레임으로 끌어내려는 전략도 힘있는 행보라는 분석이 나온다.

▲ 갤럭시 폴드 5G가 보인다. 사진=최진홍 기자

숨어있는 기술들

CES 2020의 혁신에는 보이지 않는 기술이 큰 역할을 한다. 이들은 눈에 잘 보이지 않지만 그 누구보다 중요한 기간 인프라로 활동하며 우리 생활의 미래를 책임지고 있다.

5G가 대표적이다.

2020년은 CES 2020을 맞아 5G에 대한 근원적인 고민과 함께 이를 적극적으로 '어떤 콘텐츠에 삽입할 것인가'라는 전략적 판단이 나올 전망이다. 단기적으로는 5G 요금제 인하 가능성에 시선이 집중된다. 통신사들의 5G 네트워크 인프라 투자 상황에 따라 비용에 대한 고민이 커지겠지만, 5G 일반 대중화를 위해 요금제 인하는 반드시 필요하다는 말이 나온다.

장기적 관점에서는 5G를 기점으로 통신 인프라에 러브콜을 보내는 콘텐츠 기업들도 많아질 전망이다. 특히 통신사들이 5G 시대를 맞아 통신 네트워크 기술 발전은 물론, 탈통신 전략을 구사하며 콘텐츠 사업까지 관장하며 다양한 이슈가 터지고 있다. 통신사들이 직접 콘텐츠 사업에 진출하는 비중이 높아지며 기존 콘텐츠 기업들은 이에 반격하거나, 혹은 함께 협업하며 기회를 모색하는 경향이 많아질 전망이다.

인공지능도 마찬가지다. CES 2020 현장에는 아마존 알렉사, 구글 어시스턴트 로고가 새겨진 TV를 다수 발견할 수 있다. 이 외에도 다양한 스마트 기기에 이들의 로고가 새겨져 있다. 모두 인공지능 생태계에 속해있다는 증거며, 이 지점에서 알렉사와 구글 어시스턴트는 외부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다. 가장 핵심적이고 기본적인 인프라로 남을 뿐이다.

클라우드도 눈에 보이지 않는 기반 인프라다. 다양한 제조사들은 단말기를 만들고, 이를 특정 기업의 클라우드에 올린다. 이렇게 되면 단말기에서 생성된 빅데이터가 네트워크를 타고 클라우드에 모이며, 이는 인공지능 작동의 원료가 되어 새로운 피드백을 단말기에 제공할 수 있다. 즉 초연결 생태계가 완성되는 것이다.

에릭 슈미트 전 알파벳 회장은 2015년 세계경제포럼에서 "인터넷은 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세계 최대 인터넷 기업인 구글 알파벳 수장이었던 그가 갑자기 인터넷의 종말을 말한 이유는 무엇일까? 그의 말을 해석하면 다음과 같다. "이제 기술은 눈에 보이지 않는다. 기간 인프라로 작동할 뿐"

2020년에는 그의 말대로 기술이 곧 공기가 되어, 우리의 눈 앞에서 사라지는 시대가 될 전망이다. 물론 하드웨어 기술의 변화는 눈에 보이지만, 핵심은 그 하드웨어 기술의 변화를 가능하게 만드는 가장 은밀한 곳의 기간 인프라에 있다는 뜻이다. CES 2020은 그 극적인 시대의 변화를 잘 보여줬다.

▲ 스카이웍스 부스가 보인다. 사진=최진홍 기자

중국과 일본의 반응은?

CES 2020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상당한 편이며, 이는 CES 2020도 마찬가지다. 아직 CTA의 집계가 나오지 않았으나 중국인 참관객 숫자는 미국인에 비해 여전히 2위일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미중 무역전쟁의 후유증으로 CES 2020에서 중국의 강렬한 존재감을 찾기는 어렵다는 말이 나온다. 당장 부스만 봐도 특별한 기술을 전시하는 것이 아니라, 이미 존재하는 기술력을 다시 보여주는 선에 머물러 있다.

화웨이가 대표적이다. 화웨이는 현재 미국과 상당히 껄끄러운 상황이다. 미중 무역전쟁은 합의수순을 밟고 있으나 여전히 트럼프 행정부는 화웨이에 대한 제재를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화웨이도 상당한 불만을 가지고 있는 상태다.

CES 2020의 화웨이 부스는 이러한 분위기를 잘 보여줬다. 부스의 위치와 크기는 예년과 크게 다르지 않았으나, 사실상 대부분의 전시물을 스마트폰으로 채우기만 해 눈길을 끈다. 메이트 최신 시리즈와 스마트워치 라인업을 제외하고는 특별히 등장한 아이템이 없다.

다만 화웨이 부스 뒷 쪽으로 마련된 비즈니스 룸에는 많은 참관객들이 오가는 분위기가 연출됐다. 결국 화웨이는 CES 2020을 포기하지는 않는 상태에서 최소한의 참가에만 의미를 두는 분위기다.

▲ 화웨이 부스가 보인다. 사진=최진홍 기자

일본은 분위기가 사뭇 다르다. 2020 도쿄 올림픽을 앞두고 신기술 개발에 나서는 한편, 다양한 화두를 던지며 전시장을 압도하는 분위기다.

일본 정부는 오는 도쿄 올림픽에서 세계 최초 8KTV 중계를 준비하고 있다. 그 연장선에서 소니의 라인업이 눈길을 끈다. 6일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프레스 컨퍼런스를 열어 브라비아 플래그십 마스터(BRAVIA® flagship MASTER) 시리즈에 탑재된 기술을 계승한 TV를 연이어 공개했다. 8K LCD TV ‘Z8H’ 시리즈는 최고의 이미지 프로세서 X1 얼티미트(X1™ Ultimate)로 무장했으며 OLED TV ‘A8H’ 시리즈는 밝기를 그대로 유지하면서 잔상을 최소화함으로써 빠르게 움직이는 이미지를 선명하게 표현하는 X-모션 클래리티(X-Motion Clarity)가 강점이다.

파나소닉은 프로젝션 매핑을 위해 디즈니와 협력한다는 방침을 밝혔다. 여기에 차량 인포테인먼트 시장에 빠르게 진출하는 한편 구글 안드로이드10과의 통합형 운전 기구 ‘이콕핏(eCockpit)’도 모습을 드러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