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출처=이미지투데이

[이코노믹리뷰=권유승 기자] #. 치아보험에 가입한 A씨는 고액의 임플란트 치료를 위해 보험금 청구를 문의했으나 치료가 끝나기 전에는 보험금 지급이 되지 않는다는 청천벽력 같은 소리를 듣게 됐다. A씨가 받아야 할 임플란트 치료는 4개에 달해, 그가 당장 결제해야 할 치료비만 수백에서 많게는 천만원까지 이른다. A씨는 치료비 지불을 위해 대출을 해야 할 판국이라며 불만을 토로한다. 돈이 없어서 치아보험을 드는 것인데, 치료가 모두 끝나는 1년여 가량을 기다려야만 보험금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은 불합리하다는 지적이다.

불티나게 팔렸던 치아보험이 민원폭탄으로 부상하고 있다. 보험사들은 보장성보험을 확대하기 위한 일환으로 보장을 강화한 치아보험을 경쟁적으로 판매해 왔다. 하지만 과열경쟁에 따른 불완전판매는 물론 손해율 악화 우려에 보험사들이 지급심사를 강화하고 보장을 줄줄이 축소하자 고객들의 불만도 커지고 있다.

▲ 출처=금융감독원

◇ 출혈경쟁 여파에 민원 급증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상반기 손해보험사 치아보험 보험금 산정‧지급 유형의 민원은 356건으로 전년 동기 230건 대비 54.8% 증가했다. 2016년 치아보험 집중판매 후 면책기간(2년) 경과에 따른 보험금 청구 증가와 함께 민원도 증가했다는 분석이다.

보험사들은 포화된 보험 시장 속 틈새상품을 공략하기 위해 치아보험 판매를 경쟁적으로 벌여왔다. 2022년 도입될 새 국제회계기준(IFRS17) 도입을 대비해 보장성보험 판매가 절실해지면서 2018년 상반기부터 치아보험 판매에 집중한 것이다. 한국신용정보원에 따르면 지난해 6월 치아보험 가입 건수는 444만건으로 2016년 말 297만건 대비 49.2% 증가했다.

치아보험 가입건수는 2018년 상반기 동안 23.4% 증가하며 가파른 증가세를 보였다. 당시 라이나생명, AIA생명 등 중소형 외국계 보험사에서 주로 판매하던 치아보험 시장에 대형사들까지 가담하며 GA(법인보험대리점)의 시책비 경쟁으로 이어지기도 했다.

▲ 출처=한국신용정보원

◇ 지급심사 강화‧보장 축소

경쟁적으로 치아보험을 판매하다 보니 보험사들은 최근 손해율 악화 우려에 면책기간, 가입한도 등 보장성도 줄줄이 줄였다. 치아보험 보철치료 업계 가입한도는 기존 400만원에서 250만원으로 점점 축소되고 있으며, 간편가입 상품도 없어지고 있는 추세다. 지급심사도 강화되고 있다. 앞전 A씨의 사례도 현재 치료가 마무리 돼야 보험금을 지급 하도록 규정이 변경돼 발생한 상황이다. 과거에는 임플란트 치료가 끝나지 않아도 보험금 지급이 가능했다.

업계 관계자들은 향후 치아보험의 민원이 더욱 치솟을 것으로 전망한다. 출혈 경쟁에 따른 불완전판매는 물론 2년가량의 면책기간이 끝나는 시기가 도래하면서 본격적인 보험금 청구가 시작될 것이란 관측에서다. 치아보험은 실손의료보험과 달리 중복 보상이 가능해 여러 회사 상품을 가입하고 보험금을 의도적으로 타내는 역선택의 리스크도 크다. 실제로 치아보험 중복가입자는 늘어나고 있으며, 지난해 상반기 기준 중복가입 비율은 전체 치아보험 가입자의 5%를 차지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 출처=한국신용정보원

최종원 한국신용정보원 조사역은 "치아보험에 대한 관심은 더욱 높아질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치과치료 보험금 청구·지급이 늘어남에 따른 손해율 및 민원 증가에 주의할 필요가 있다"고 진단했다.

보험업계 한 관계자는 "임플란트 뿐만이 아니라 크라운 등도 치료가 모두 끝난 후 보험금 지급이 이뤄진다"며 "이에 소비자들의 불만이 커지자 병원에서 치료를 다 한 것처럼 관련 서류를 미리 발급해 주는 경우도 생기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