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5년 이후 4년 동안 버핏은 이렇다 할 큰 거래를 하지 않았다.   출처= Flickr

[이코노믹리뷰=홍석윤 기자] 오마하의 현인 워런 버핏은 대형 물건을 찾는다. 그가 거느리고 있는 버크셔 해서웨이 (Berkshire Hathaway)는 어느 거래든 즉각 체결할 수 있는 1300억 달러(153조원)의 현금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거의 모든 주식이 사상 최고치에 육박하는 상황에서 버핏은 무엇을 살 가치가 있다고 여길까?

최근의 주가 폭등은, 주로 장기적인 관점으로 목표 물건의 값이 떨어지기를 기다리는 것을 선호하는 스타일로 알려진 버핏을 주춤하게 만들었다. 지난 2015년 이후에는 이렇다 할 큰 거래가 없었으니까. 버핏은 지난 주 파이낸셜타임스(FT)와의 인터뷰에서 “보석 소매업체 티파니(Tiffany)가 지난 가을 인수 요청을 했을 때 이를 거절했다”고 밝혔다.

FT는 LVMH의 베르나르 아르노 회장(버핏보다 부유한 지구상 3명 중 1명)이 티파니에 인수 가격을 제안한 이후 티파니가 버핏에게 접근했다고 보도했다. 티파니는 결국 LVMH에 매각하는 것에 동의했다.

현인의 취향에 비추어 볼 때, 티파니의 값이 너무 비쌌었는지는 모르지만, 이제 89세가 된 버핏은 조만간 큰 거래를 하고 싶다는 욕망을 숨기지 않았다.

버핏은 지난해 2월 연례 주주 서한에서 "나와, 올해 96살이 된 우리 회사 찰리 멍거 부회장은 올해에도 여전히 메가톤급 인수를 희망한다"고 썼다.

“이 나이에도 그런 생각이 나와 찰리의 심장을 고동치게 만듭니다.”

버크셔의 마지막 대형 거래는 4년 전인 지난 2015년 항공우주부품 제조업체 프리시전 캐스트파트(Precision Castparts)를 320억 달러(37조 5000억원)에 인수한 것이다. CNN은 7일, 버크셔가 곤경에 처한 거대 항공기 회사 보잉의 지분을 매입하는 데 관심이 있다는 소문이 돌고 있지만 그것은 100% 지분을 인수하는 완전 인수는 아닐 것이라고 전했다. 버크셔 해서웨이는 이에 대한 논평을 거부했다.

버핏 성향상 지금은 적기 아냐

투자은행 KBW의 마이어 실즈 애널리스트는 “버크셔가 이미 유나이티드, 사우스웨스트, 아메리칸, 델타 등 미국의 4개 대형 항공사의 지분을 소유하고 있고 민간 항공기 회사 넷제트(NetJets)의 지분 전체를 소유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할 때, 작은 규모의 보잉 지분 투자는 충분히 생각해 볼 만 하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실즈 애널리스트는 “버핏이 아무리 거래를 하고 싶어할지라도, 그는 어떤 것에 대해서든 결코 과다하게 지불하지 않는 사람”이라고 덧붙였다.

"지금은 시장이 과열돼 있습니다. 모든 종목이 다 비쌀 때 올바른 선택은 아무것도 사지 않는 것입니다”

실즈는 만약 주가가 지금보다 하락한다면, 버크셔는 기보유 항공사 중 한 곳의 남은 주식을 매입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버핏은 교통 부문을 좋아한다. 버크셔는 철도회사 벌링턴 노던 산타페 (Burlington Northern Santa Fe)도 소유하고 있다.

글로벌 투자조사회사 CFRA 리서치의 캐시 사이페르트 애널리스트는, 버크셔와 버핏이 비록 사모회사 3G와 크래프트 하인즈(Kraft Heinz)에 대한 투자에서 큰 손실을 입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소비자제품 같이 그들이 잘 알고 있는 산업들을 고수하려고 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앞으로도 버크셔의 투자 대부분은 여전히 소비자 부문일 것으로 예상되지만, 크래프트 하인즈가 버핏의 승승장구 기록에 남긴 선명한 오점이 버핏을 주춤거리게 만들었을 지도 모릅니다. 버핏이 티파니를 거부했다는 사실은 버크셔가 매우 신중해졌다는 것을 대변해 주는 것이라고 할 수 있지요.”

기술 산업 투자 엿볼까?

버크셔 해서웨이의 주주인 투자회사 텐글러 웰스 매니지먼트(Tengler Wealth Management)의 낸시 텐글러 최고투자책임자(CIO)에 따르면, 버핏이 애플에 대한 호감도가 높아지면서(현재 버핏은 애플의 최대 주주임), 버크셔가 기술회사를 인수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예상한다.

버크셔는 지난해,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 유통업체 테크데이터(Tech Data)에 인수 제의를 했지만 사모펀드 아폴로 글로벌 매니지먼트(Apollo Global Management)와의 입찰 경쟁에서 패했다.

아폴로는 최종적으로 약 60억 달러(7조원), 즉 주당 145 달러에 테크데이터를 인수했다. 아폴로는 지난해 11월 보도자료를 통해, 테크데이터가 익명의 경쟁 입찰자로부터 ‘월등한 가격 제안’을 받는 바람에 자신이 가격을 더 높여야 했다고 밝혔는데, 그 익명의 경쟁 입찰자는 버크셔 해서웨이를 지칭하는 것이었다.

텐글러 CIO는 기술 산업이 버핏의 강한 취향은 아니지만 사이버 보안 회사들이 버크셔가 보유하고 있는 대형 보험회사들에 적합할 수 있다면서, 크라우드스트라이크(CrowdStrike)나 사이버아크(CyberArk) 같은 회사들이 매력적인 목표물이 될 수 있다고 언급했다.

텐글러 CIO는 버크셔의 젊은 투자 참모인 테드 웨슐러와 토드 콤스가 사내 영향력을 크게 키웠다고 말했다. 콤스는 최근 버크셔 소유의 자동차 보험회사 게이코(Geico)의 새 수장으로 임명되었는데, 이 보직이 그를 뒷날 버핏의 후계자 중 선두 주자로 만들 수 있을 지 주목된다.

콤스가 막중한 책임을 맡았다는 것은 최소한, 이전에는 버핏 외에는 금기시됐던 투자 결정을 이제 새 얼굴이 할 수 있게 됐다는 신호일 수 있다.  

올해 버크셔는 투자하지 않고 계속해서 현금을 비축할 수도 있고, 최근 석유회사 옥시덴탈(Occidental)의 우선주에 100억 달러를 투자한 것 같은 전혀 다른 산업을 찾을 수도 있다.

어쩌면 버크셔가 주주들에게 배당금을 지불함으로써 현금 일부를 사용할 수도 있다. 특히 최근 버크셔의 주식은 시장의 과열 분위기에 비해 한참 못 미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버크셔가 주주들에게 배당금을 지불한 것은 1967년 단 한 차례뿐이다.

그러나 버크셔는 애플, 코카콜라, 뱅크오브아메리카 같이 배당금 지급을 잘 하는 주식을 좋아한다.

"버핏이 배당금 지급을 잘 해주는 기업에 투자한다는 것은 정말 이해할 수 없는 아이러니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