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장은진 기자] 글로벌 금융시장과 국제원유시장은 8일 이란의 미군기지 미사일 공격으로 하루 종일 요동쳤다. 국내 증시도 코스피와 코스닥 모두 하락세로 출발, 장 중 내내 불안한 움직임을 보였다. 결국 코스피는 전일대비 1%, 코스닥은 3.4% 급락세로 마감했다.

시장관심은 이란의 미군기지 미사일 공격이 향후 주식시장에 얼마나 영향을 줄지에 모아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미국과 이란의 전면전으로 확대되지 않는다면 단기적인 변동성은 불가피하지만 장기적인 충격은 안될 것이라고 대부분 전망했다.

오현석 삼성증권 투자전략센터장은 "기본적으로 장기전, 전면전으로 가지 않을 것이란 분석이 시장에서는 우세하다"면서 "장기전, 전면전을 벌였을 때 미국과 이란 모두에게 좋을 것이 없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란은 현지시간 7일 이라크 내 미군 주둔기지에 탄도미사일을 12여발 이상 발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란의 미국 주둔기지 공격은 지난  3일 이라크 바그다드 공항에서 미군의 공습으로 이란 혁명수비대의 거셈 솔레이마니 총사령관이 사망한데 따른 보복 조치다. 앞서 이란 의회는 미 군 전체와 국방부를 테러 조직으로 지정법안까지 가결 시켰다.

전문가들은 국제 정세가 경색되면서 최근 호조세를 기록하던 국내 증시의 조정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고 있다. 최근 증시가 과열권에 진입했다는 분석이 있었던 만큼 코스피의 단기적 하락을 피할 수 없겠지만, 장기화되진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김학균 신영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전면전 가능성이 낮아 단기적 충격으로 이해해야 한다"면서 "유가 급등이 미국의 물가 상승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우려는 현실적으로 가능성이 낮다"고 분석했다.

증시 불확실성이 커진 점은 악재로 꼽히고 있다. 새롭게 등장한 변동성요인은 투자심리 위축시킬 위험이 크다고 지적했다.

김형렬 교보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중동 무력갈등이 글로벌 가계소비나 기업의 투자활동 등 생산활동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주는 변수는 아니다"면서도 "증시 방향성이 바뀌기보다는 변동성을 더하는 변수로 봐야한다"고 말했다.

최석원 SK증권 리서치센터장도 "글로벌 경제의 안전판 역할을 해온 것이 주요국의 적극적인 통화 완화와 재정정책이었는데 유가가 상승하면 이런 부분이 훼손될 가능성이 높아진다"면서 "글로벌 시장이 회복하는 상황에서 불거진 중동 지역 이슈는 유가 상승, 투자심리 악화 국면으로 번질 가능성이 높다"고 답했다.

중동 불확실성 장기화에 외국인·기관 매물 출회 가능성

중동 지역 이슈는 전면전으로 확대되지는 않지만 장기화될 가능성도 높다. 이란의 경우 내전상황이 아닌데다 주변지역이 우호국으로 둘러쌓인 형태이기 때문이다. 

서상영 키움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이란과 미국의 무력 갈등이 전면적으로 확대되지만 않으면 시장이 지속적으로 급락할 가능성은 많지 않다"며 "다만 이란이 미군 기지 주변에서 국지전을 펼치는 등 해당 이슈가 장기화될 가능성은 충분하다"고 설명했다.

중동 불확실성이 장기화될 경우 국내 증시에는 악재로 작용한다.

국내 증시는 지난달부터 매수세가 지속적으로 유입된 결과 외국인 선물과 기관이 매수한 프로그램 현물이 매물로 출회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실제 지난해 12월 코스피에서 기관은 2조7627억원을 순매수했으며 외국인은 6184억원을 순매수했다. 단기적으로도 시장 참여 주체들이 보수적으로 시장에 대응하면서 종목장세가 펼쳐질 가능성이 높다.

김용구 하나금융투자 연구위원은 "4분기 증권시장 참여자들이 글로벌 수출환경, 경기 회복에 대한 기대감을 갖고 펀더멘털(기초체력) 회복을 낙관했다면 이제 중동이 변수로 떠오르면서 상황 변화를 주시하는 시기"라며 "1월 옵션 만기 뿐 아니라 3월 선물·옵션 동시 만기까지 앞둔 상황에서 중동 이슈가 불거지는 증시 흐름이 전개될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