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김덕호 기자] 젊은 인구 감소, 취업난, 공유차 증가 등 경제 여건이 변하면서 2040세대의 차 소비가 급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의 지난해 차 소비는 5년 대비 24% 줄었고, 수요 확대를 노리던 완성차 업체의 발목을 잡았다.

8일 카이즈유 데이터 연구소가 국토교통부 자동차등록 데이터를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최근 5년간 20~40대의 자동차 구매량은 24% 이상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2015년 83만2701대에 달했던 그들의 차 소비는 지난해 66만9993대로 급감했다.

반면 인구 구조 변화, 소득 증대가 이뤄지면서 5060의 자동차 구매는 크게 늘었다. 2015년 대비 12.6% 증가했고, 구매 차량 역시 고부가 제품이 많았다.

▲ 자료=카이즈유

◆ 30대 車 구매 5년간 26% 급감…5060은 급증

지난 5년 사이 완성차 업계의 주 고객이던 30대와 40대 소비자들은 차량 구매를 크게 줄인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30대 차 구매량 감소가 컸다. 

연령별 자동차 구매량을 보면 20대의 자동차 구매는 2016년 10만8691대를 기록하며 정점을 찍었다. 그러나 ▲2017년 10만5472대 ▲2018년 10만1925대 수준으로 감소했다. 지난해에는 9만1392대의 차량만이 판매되며 10만대 판매 달성에 실패했다. 전년 동기 대비 10.3% 줄어든 수치다.

30대의 차 소비도 줄었다. 2015년 33만8963대의 차량이 판매됐지만 ▲2016년 32만6621대 ▲2017년 29만8891대 ▲2018년 28만1715대 등으로 감소 추세가 이어졌다. 지난해에는 2018년보다 3만859대 줄어든 25만856대가 출고되는 데 그쳤다. 2015년 판매량 대비 26% 급감한 물량이다.

40대의 차 구매도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2015년 39만715대의 차량을 구매했지만 ▲2016년 37만7094대 ▲2017년 35만8248대 ▲2018년 34만8241대 ▲2019년 32만7745대 수준을 기록했다. 5년 전보다 5.9% 줄었다.

반면 베이비 부머 세대인 50~60대의 자동차 구매는 불황에도 증가 추세를 보였다.

50대의 자동차 구매는 ▲2015년 34만1468대 ▲2016년 34만4656대 ▲2017년 35만6867대 ▲2018년 35만6047대를 기록했다. 지난해에는 총 36만137대의 차량을 구매하며 증가세를 이어갔다.

60대의 자동차 구매도 늘었다. 2015년 17만260대에 불과했지만 ▲2016년 17만6201대 ▲2017년19만4529대 ▲2018년 20만5092대 ▲2019년 22만5720대 등으로 점차 비중을 늘리고 있다.

▲ 사진=이미지투데이

◆ 지갑 닫은 2030…이유는?

이 같은 변화는 취업난, 경기부진, 40대 이하 인구 감소 등 다양한 원인과 공유차 이용 증가 등 시장 변화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통계청이 밝힌 ‘2019년 고용 동향’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20~29세 청년의 실업률은 7.1%를 기록했다. 2018년의 실업률은 이보다 높은 8.1%에 달했다. 같은 기간 직장을 잃은 40대는 16만2000명을 기록하는 등 이들의 주머니 가 얇아지고 있다.

연령별 소득 불균형도 원인으로 지목된다. 중앙일보 보도에 따르면 2019년 2분기 기준 60대와 70대의 소득이 크게 증가한 반면 20대의 소득은 오히려 뒷걸음질 쳤다.

2016년 2분기 대비 2019년 2분기 세대별 소득 증가율은 ▲70대 41.2% ▲60대 32.7%를 기록했다. 30대의 소득 증가율은 13.0%로 나타났고, ▲40대 11.2% ▲50대 9.6% ▲80대 5.3% 순으로 증가폭이 컸다. 반면 같은 기간 20대의 소득 증가율은 -2.0%를 기록했다.

청년층이 복지와 고용정책의 혜택을 받지 못하고 있고, 이 양상이 자동차 시장으로 옮겨진 것으로 보인다.

▲ 셀토스. 사진=기아자동차

◆ 대응 나선 완성차 업체…젊은 디자인·개성 있는 車 출시 늘려

2030세대의 신차 구매가 급감에 따라 이들을 공략하려는 완성차 업체들의 대응도 이뤄지고 있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에도 젊은 소비자 타깃 소형SUV 출시를 이어가고, 보다 젊은 디자인 구성, 라인업 확대, 맞춤 할인 마케팅에 나선다.

현대·기아차는 주력 세단 라인업의 타깃 연령층에 변화를 줬다. 파격적이고 개성 강한 디자인 요소들을 추가했고, 다양한 전자 장비를 장착했다. TV 광고, 온라인 마케팅에도 젊은층에 어필하려는 노력들을 담았다.  

대표적인 차종이 현대차 그랜저와 기아차 K5다. 50대 이후 또는 고위층 마케팅에 집중했던 그랜저는 3040세대를 정조준 했고, 그 결과 사전계약 5만대 중 3040고객의 비중 52%를 달성했다. 연령대별 비중을 보면 40대(31%)가 가장 높았고, 50대(29%), 30대(21%), 60대(15%)의 순으로 나타났다.

▲ 그랜저 연령대별 구매 비중. 사진=현대자동차

가족차·아빠차로 상징되던 기아차 K5 역시 주 타깃 층을 2030세대로 잡았다.

호랑이 코 라디에이터 그릴, 직선으로 표현한 외관 디자인과 미래 지향적 요소를 담은 내관 등 젊은 세대가 선호할 디자인과 기능이 적잖게 반영됐다.

이에 최근 공개된 사전계약 1만대 중 20대가 차지하는 비중이 30%를 넘겼고, 30대 비중은 28%를차지했다. 40대와 50대는 각각 18%, 16% 비중을 차지했다. 이전 모델의 지난해 1~10월 판매량의 경우 50대 이상이 전체 구매 절반을 넘었고, 20대는 14%, 30대는 17%에 불과했다.

가장 빠른 변화가 이뤄진 시장은 '엔트리카' 부문이다. 생애 첫 차로 꼽히던 모닝, 스파크, 아반떼, K3, SM3는 젊은 층의 취향 변화에 대응하지 못했고, 그 자리를 티볼리, 베뉴, 셀토스 등 소형 SUV가 채워 나가고 있다. 올해에도 한국지엠 트레일 블레이저, 르노삼성 XM3 등 2종의 신규 차량이 추가로 고객을 맞는다.

현대차는 젊은 층을 위한 마케팅 프로그램도 출시했다.

부모 또는 배우자 중 1명이 현대차 구매 이력이 있다면 신차 가격의 20~50만원을 할인해 주는 프로모션이다. 80년 1월1일 이후 출생자가 대상이며, 해당 모델은 ▲아반떼 ▲아이오닉HEV ▲아이오닉 PHEV ▲벨로스터(N 포함) ▲i30 ▲쏘나타 ▲코나(EV,HEV제외) ▲투싼 등이다.

예를 들어 아버지가 현대차 1대를 구매한 이력이 있다면 2030세대 고객은 20만원을 할인 받고, 이미 2대의 차량을 보유하고 있다면 2030세대는 30만원의 혜택을 받을 수 있다. 할인 금액은 보유 차량의 수에 따라 최대 50만원까지 커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