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무비자 또는 도착 비자로 입국이 가능한 나라 수를 기준으로 매긴 헨리 여권지수에서 일본, 싱가포르, 한국이 1,2,3위를 차지했다.   출처= Tourist Advisor

[이코노믹리뷰=홍석윤 기자] 세계에서 가장 여행하기 좋은 여권을 주기적으로 측정하는 헨리 여권지수(Henley Passport Index) 가 새로운 10년을 시작하는 첫 보고서를 발표했다.

일본 여권이 전세계 191개국에 무비자 또는 도착 비자(visa-on-arrival)로 입국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나면서 리스트의 맨 윗 자리를 차지했다.

이어 싱가포르 여권이 190개 국가로 2위, 대한민국 여권이 189개 국가로 독일과 공동 3위를 기록하는 등, 아시아 국가들이 상위를 휩쓸었다.

이어 이탈리아, 핀란드, 스페인, 룩셈부르크, 덴마크, 스웨덴, 프랑스, 스위스 등이 이름을 올리며 유럽 국가들이 강세를 보였다.

반면 미국과 영국은 계속 하락하고 있다. 이번에 발표된 2020년 리스트에서 두 나라는 184개 국가로 공동 8위를 기록했는데, 5년 전인 2015년에는 두 나라가 공동 1위였다.

영국의 경우 현재의 상황을 볼 때, 브렉시트 이후 영국과 북아일랜드의 이동의 자유에 대한 불확실성이 완전히 제거되지 않음에 따라, 영국의 하향 추세가 조만간 반전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보고서는, 옥스퍼드대학교 이민연구소의 매들린 섬션 소장의 말을 인용해 "새로 선출된 보수당 정부가, 자유 이동보다 훨씬 제한적이긴 하지만 비-EU 시민들에 대해 현재보다는 더 자유로운, ‘호주식’ 점수 기반 방식(Australian-style points-based system)을 약속했다. 그러나 대규모 이민에 대한 국가들의 정책이 바뀌고 있어, 실제 이동성 수준이 어떻게 변할 지는 예측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섬션 소장은 또 “EU 시민의 영국 순이주는 2015년과 2018년 사이에 59% 감소했다. 많은 EU 시민들은 아마도 브렉시트를 목전에 두고 있는 영국에 정착하는 것을 경계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번 순위에서 아일랜드는 영국보다 한 단계 위인 7위를 기록했다. 2016년 브렉시트 투표 이후 영국인들의 이주 신청이 꾸준히 늘어나면서 2019년에 사상 최대인 90만권의 아일랜드 여권이 발급됐다.

중동 국가 아랍에미리트(UAE)가 지난 10년간 47계단 올라 18위에 오른 것도 주목할 만한 사건이다. UAE여권으로 171개 국가를 무비자 또는 도착 비자로 입국할 수 있다.

이번 보고서를 작성한 헨리앤파트너스(Henley & Partners)의 동남아시아 담당 파트너 도미니크 볼렉은 "글로벌 이동성이라는 새로운 현실을 포용하는 국가들은 번창하며, 그 나라 국민들은 여권의 권위와 여행의 자유뿐만 아니라 그에 수반되는 다양한 혜택들을 누린다"고 말했다.

그러나 보고서는 여행의 자유라는 영역에도 양극화가 나타나고 있는데, 최근에 나타나는 이동성 격차는 2006년 이 지수를 추적한 이래 가장 크다고 지적했다.

예를 들어 1위인 일본 여권 소지자는 191개 국가에 무비자 또는 도착 비자로 입국할 수 있지만 최하위를 차지한 아프가니스탄의 여권으로 무비자 또는 도착 비자로 입국할 수 나라는 26개국에 불과해 그 차이가 165개국이나 된다.

2020 최고 여권
(   )는 무비자 또는 도착 비자로 입국할 수 있는 나라 수

1. Japan (191)
2. Singapore (190)
3. South Korea, Germany (189)
4. Italy, Finland (188)
5. Spain, Luxembourg, Denmark (187)
6. Sweden, France (186)
7. Switzerland, Portugal, Netherlands, Ireland, Austria (185)
8. United States, United Kingdom, Norway, Greece, Belgium (184)
9. New Zealand, Malta, Czech Republic, Canada, Australia (183)
10. Slovakia, Lithuania, Hungary (181)

2020 최악 여권
무비자 또는 도착 비자로 입국할 수 있는 나라 수가 40개 미만인 나라

100. North Korea, Sudan (39)
101. Nepal, Palestinian Territory (38)
102. Libya (37)
103. Yemen (33)
104. Somalia, Pakistan (32)
105. Syria (29)
106. Iraq (28)
107. Afghanistan (26)

기타 지수

헨리앤파트너스의 여권 지수는 금융회사들이 세계 여권의 순위를 매기기 위해 제공하는 몇 가지 지수 중 하나이다. 헨리 여권지수는 국제항공운송공사(IATA)가 제공한 자료를 토대로 하며, 199개국의 여권과 227개의 행선지를 대상으로 한다. 각국의 비자 정책 변경이 시행되는 시점에 따라 실시간으로 업데이트된다.

이 외에 아튼 캐피털(Arton Capital)이 제공하는 여권지수는 193개 유엔 회원국 외에 대만, 마카오, 홍콩, 코소보, 팔레스타인 자치구, 바티칸 등 6개국의 여권을 포함한다. 다른 나라에 부속된 영토는 제외된다. 아튼 캐피털의 2020년 지수는 UAE가 무비자 입국 국가 179개국으로 1위, 독일, 핀란드, 룩셈부르크, 스페인이 172개국으로 그 뒤를 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