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박성의 진짜유통연구소 소장] 최근 몇 년 사이 유통업의 업태간 경계는 점차 약해지고, 온라인과 오프라인 그리고 인근 업계까지 모두 치열한 경쟁을 보이고 있다. 과거 물리적인 거리와 상권의 차이로 직접 경쟁하지 않던 업체들이 모두가 모바일에서 서로 경쟁자로 만났다. 이것은 신규 이커머스 사업자의 등장과 스마트폰 보급, 통신속도의 향상에 기인한 것이다. 그로 인해 이제 무언가 필요한 것이 있을 때 가장 먼저 떠올리는 것이 시장이나 마트, 슈퍼가 아닌 휴대폰 속에 커머스 앱이 되었다. 

반면에 과거 소비자들이 즐겨 찾던 시장과 마트는 점차로 방문객이 감소하고, 시장을 선도하던 입장에서 이제는 뒤쫓는 입장으로 바뀌었다. 처음 마트가 등장했을 때 전통시장이 고객의 선택에서 조금씩 멀어졌고, 온라인 상점들이 늘어나고 익숙해지면서 매장을 방문하는 일이 특별한 일이 되어 가고 있다. 

30년 전 만화 '2020 원더키디'에서 보던 우주로 생활권이 넓어지는 정도의 놀라운 변화는 아니지만, 오프라인과 직접 대면을 주로 하던 세상이 이제는 모바일, 언택트 중심으로 변했다. 이렇듯 많은 변화가 일어나고 있는 사이에도 그다지 변화하지 않고 비슷한 형태를 보이는 것이 있다. 매번 선거철마다 반복되는 각종 규제들이다. 

각 당마다 나름의 정치적 견해를 가지고 유권자의 표를 얻어 실제 현실에 반영하기 위해 노력한다. 다양한 정당이 존재하는 만큼 각 정당이 내세우는 가치에도 차이가 있다. 비슷하면 서도 다르고 어떤 면에서는 큰 차이를 보이기도 한다. 다원적 사회에서 나의 가치와 부합하는 다양한 정당이 존재하며 서로 유권자의 마음을 얻기 위해 경쟁하는 것은 바람직하다 할 수 있다. 

그런데 이렇듯 각기 다른 정당들이 과거 선거철 마다 비슷한 아니 거의 동일한 행태를 보인 것이 있다. 그것은 새로운 유통업에 대한 규제들을 항상 선거철마다 내세웠다는 점이다. 과거의 여러 규제들은 유통업체들 간의 경쟁을 제한하여 결국 소비자들의 불편과 이익을 저해하는 경우가 많았다. 매번 누구를 위한 규제인지 모를, 특정 집단의 이익을 대면하기 위해 규제를 만들지만 실제 이익 보다는 다수의 소비자가 손해를 보는 일이 더 많은 규제들을 만들어냈다.

상식선에서 문제가 되거나, 기존의 법망에서 불법으로 규정된 부분이 아니라면 최대한 업체들 스스로의 경쟁을 통해 성장하거나 쇠퇴하도록 두어야 하고 그 과정에서 소비자들은 각자의 편의에 따라 서비스를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어야 한다. 새로운 업체는 항상 기존업체의 불편한 점을 파고들어 고객의 마음을 훔치기 마련이다. 기존업체는 신규 서비스에 대응하면서 성장 혹은 소멸하는 것이 당연한 것이다. 모두에게 해를 끼칠 수 있는 독과점 문제가 아닌 이상 시장과 소비자는 스스로 선택을 통해 생태계를 만들어 낼 수 있다. 누군가를 위한 그것도 특정 시기에 급하게 만들어 내는 규제는 시장의 다양한 면을 반영하기 어렵다. 

올해는 21대 국회의원 선거가 치러지는 해다. 올해 또 어떤 규제가 유통업계에 드리울 지 조금 걱정된다. 각 업체의 전략에 소비자에 스스로의 선택을 취할 수 있도록 더 이상의 불필요한 규제가 없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