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라스베이거스, 이코노믹리뷰=최진홍 기자] 세계 최대 가전제품 전시회인 CES 2020가 7일(현지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가운데, 현대자동차가 모든 부스를 차세대 모빌리티에 전부 투입해 눈길을 끈다. 일반적인 자율주행차가 아닌, 말 그대로 차세대 모빌리티 플랫폼의 청사진을 보여준 셈이다. 아무리 CES가 미래를 보여주는 전시회라고 하지만, 파격적인 승부수라는 말이 나온다.

현대차 CES 2020 부스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것이 바로 PAV다. 우버와의 협력을 통해 탄생한 PAV 컨셉 S-A1이 실물크기로 제작되어 참관객들을 맞이한다. 간간히 프로펠러를 돌리며 현실감을 살리지 않으면, 존재 자체로 비현실적으로 보일 지경이다.

▲ 현대차 부스는 미래 모빌리티 플랫폼으로만 가득하다. 사진=최진홍 기자
▲ 우버와의 협력으로 탄생한 도심 항공 모빌리티. 사진=최진홍 기자

S-A1은 최고 비행 속력은 290km/h에 달하고, 최대 약 100km를 비행할 수 있다. 또 100% 전기 추진 방식으로, 이착륙 장소에서 승객이 타고 내리는 5~7분여 동안 재비행을 위한 고속 배터리 충전이 가능하다. 여기에 각각의 프로펠러에 전기 분산 제어가 가능하도록 설계돼 최적의 안전 성능을 제공하며, 도심 비행에 적합하도록 소음도 최소화 했다는 설명이다.

현대차의 비전은 우버의 도움이 있기에 가능했다는 것이 정설이다. 우버는 우버에어 및 우버엘리베이트의 조속한 확장을 위해 현대차와 같은 숙련된 제조사가 필요하고, 현대차는 우버와 같은 미래 모빌리티 플레이어를 통해 새로운 가능성을 타진하게 됐다.

정의선 현대차 수석 부회장과 우버의 다라 코스로샤히(Dara Khosrowshahi) CEO가 만나 'UAM(도심 항공 모빌리티) 사업 추진을 위한 협력 계약'을 체결한 배경이다. 정의선 수석부회장은 "우버와의 협력 등을 토대로 인간의 이동을 자유롭게 할 새로운 기술 개발과 사업을 적극 추진하겠다"며 "사람들의 이동의 한계를 재정의하고, 그를 통해 보다 더욱 가치 있는 시간을 선사하는 기업으로 거듭나도록 끊임 없이 혁신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 정의선 수석부회장과 다라 코스로샤히 우버 CEO가 만나고 있다. 사진=각 사

우버의 다라 코스로샤히 CEO는 "현대차의 대규모 제조 역량은 우버 앨리베이트에 커다란 진전을 가져다 주게 될 것"이라며 "현대차의 자동차 산업 경험이 항공 택시 사업으로 이어진다면, 하늘을 향한 우버의 플랫폼은 더욱 가속화 되고, 전세계 도시에서 저렴하면서도 원활한 교통 서비스가 가능해 질 것이다"고 말했다.

두 회사의 하늘을 향한 질주에 업계의 시선이 집중되는 가운데, 업계에서는 두 회사가 일단 만난 것 자체로 큰 의미가 있다는 분석이다. 미국의 교통정보분석기업 '인릭스(INRIX)'는 2018년 미국 운전자들이 교통정체로 도로에서 불필요하게 허비한 시간을 연평균 97시간으로 추산했으며, 금액(기회비용)으로 환산하면 1인당 1348달러(약 157만원), 미국 전체적으로는 총 870억 달러(약 100조원)에 달한다고 발표했다.

UAM은 세계적인 거대 도시화로 급격히 저하되고 있는 이동 효율성 문제를 극복하는 동시에 모빌리티 업계의 패러다임을 대전환시킬 혁신 사업으로 꼽힌다. 도로에서 낭비되는 시간을 획기적으로 줄여, 고객의 삶을 보다 풍요롭고 가치 있게 만들어 주는 것은 물론, 교통사고 감소, 환경 오염 저감 등 막대한 사회적 비용을 최소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결국 사회의 문제를 해결하고 메가시티의 그림자를 걷어낼 수 있다는 점에서, 두 회사의 만남은 미래 모빌리티의 모든 것으로 봐야 한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 S-A1을 간접적으로 체험할 수 있는 가상현실. 사진=최진홍 기자

한편 우버와 만난 현대차의 PAV(UAM(Urban Air Mobility : 도심 항공 모빌리티의 하위개념) 전략이 눈길을 끄는 가운데, PBV(Purpose Built Vehicle : 목적 기반 모빌리티)와 Hub(모빌리티 환승 거점)도 부스에 모습을 드러냈다.

UAM은 하늘을 정조준한 모빌리티 전략이며 PBV는 다양한 라이프스타일이 수용 가능한 개인화 설계 기반 도심형 친환경 모빌리티로 정의된다. 또 Hub는 하늘의 UAM과 지상의 PBV를 연결하는 구심점이자 새로운 커뮤니티다. UAM과 PBV가 각각 하늘과 땅을 의미한다면, Hub는 이를 연결하는 플랫폼이 되는 셈이다.

▲ 지상을 오가는 차세대 모빌리티 플랫폼 PAV. 사진=최진홍 기자
▲ 지상을 오가는 차세대 모빌리티 플랫폼 PAV. 사진=최진홍 기자

PBV는 현장에서 가장 많은 관심을 받은 아이템이다. 시각적으로 보기에는 UAM이 돋보였으나, 실용적인 측면에서 보면 PBV의 존재감도 상당했다. 캡슐형태로 만들어진 PBV는 모빌리티 플랫폼을 두고 발상의 전환을 꾀한 작품이라는 분석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