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권유승 기자] 실적상승 주역이었던 한화보험사(한화손해보험, 한화생명)의 장수 CEO들이 실적 부진을 이유로 줄줄이 떠나갈 것으로 보인다. 한화손해보험은 새 CEO로 강성수 부사장이 유력시 되고 있으며 한화생명은 여승주 사장 단독체제로 이어갈 전망, 이들의 실적 개선 부담도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이번 실적 악화는 저금리, 고손해율 등 업계 고질적인 문제와 환경변화에서 비롯, 수장을 교체한다고 해결 될 문제가 아니라는 지적도 나온다.

▲ 차남규 한화생명 부회장(좌), 박윤식 한화손해보험 사장. 출처=각 사

◇ 실적악화에 떠나는 수장들

7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말 차남규 한화생명 부회장에 이어 박윤식 한화손해보험 사장이 오는 3월 주주총회를 끝으로 임기를 마칠 전망이다.

보험업계 한 관계자는 "박윤식 사장의 후임자가 이미 회사 내에 와 있어 박 사장의 사퇴는 기정사실화 된 분위기"라며 "박 사장은 타 보험사 CEO자리를 노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한화손해보험 관계자는 "아직까지 확실히 정해진 바는 없다"고 말했다.

박 사장의 사퇴는 악화하고 있는 실적에 기인한 것으로 보인다. 한화손보의 지난해 3분기 당기순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95.8%나 감소했다. 지난해 1~3분기 누적 순익 역시 86.6% 급감했다. 

지난해 말 차남규 한화생명 부회장도 용퇴를 결정했다. 당시 차 부회장은 세대교체를 통한 새로운 경영환경을 조성한다는 이유로 자리를 떠나게 된 것으로 전해졌으나, 업계에서는 연이은 실적 악화가 크게 영향을 끼쳤다는 평가가 주를 이룬다. 한화생명의 지난해 3분기 순익은 전년 동기 대비 56.6% 감소했으며, 같은 기간 누적 순익은 60% 떨어졌다.

▲ 출처=NH투자증권

◇ 잘 나갔던 ‘장수 CEO’

박 사장과 차 부회장은 한 때 각각 한화손보와 한화생명의 실적 상승을 이끌던 주역으로 꼽혔다. 2013년 3월 한화손보 경영총괄 부사장으로 임명된 박 사장은 영업적자에 허덕이던 한화손보를 이듬해 흑자전환 시키고, 2015년부터 수익성을 개선하는 성과를 보였다. 이어 3연임에 성공하며 장수 CEO의 반열에 들었다. 박 사장은 2009년 한화손보와 제일화재의 합병 후 연임에 성공한 첫 번째 CEO로, 박 사장 이전의 대표이사들은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중도 사임했다.

차 부회장 역시 대표이사 취임 8년이 넘었던 장수 CEO다. 차 부회장은 2002년 한화그룹이 대한생명(현 한화생명)을 인수할 때 지원부문 총괄 전무를 맡았으며, 2009년 6월 한화생명 보험영업총괄 부사장으로 재합류했다. 2011년 대표이사 사장을 역임하고 4연임을 했으며, 2017년 11월 부회장으로 승진했다. 당시 차 부회장은 자산 100조, 수입보험료 15조원, 연평균 4300억원대 순익 등 한화생명의 연이은 기록을 갱신하며 괄목할만한 성과를 나타냈다는 평가를 받는다.

◇ 업황 악화 속 실적개선 요원할 듯

박 사장의 후임자로는 강성수 사업총괄 부사장이 유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재무통'인 강 부사장은 한화 재무팀장, 한화손보 재무담당 전무 등을 역임한 바 있다. 각자대표이사 체제를 이어오던 한화생명은 차 부회장이 떠나면서 여승주 사장 대표이사 단독 체제로 꾸려질 전망이다.

실적 한파에 떠내려간 빈자리를 메워야 할 이들의 부담은 더욱 증가할 것으로 보이나, 업계 공통의 고질적인 문제로 인해 실적 개선은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로 한화손보의 지난해 3분기 자동차보험의 손해율은 96.0%로 전년 동기 대비 5.4%포인트 올라 사상 최악의 손해율을 기록했다. 업계에서 보는 자동차보험의 적정 손해율은 76~78% 수준이다. 같은 기간 장기위험손해율도 102.9%로 12.0%포인트 상승했다.

자동차보험과 실손의료보험의 손해율은 업계 난제로 거론되고 있다. 악화하는 손해율에 적자규모도 치솟고 있지만, 소비자 물가 등을 고려해 보험료 인상폭을 조절하라는 금융당국 눈치에 손해율을 보전할 만큼의 보험료 인상이 어렵기 때문이다. 또 보험사기 등 보험금 누수도 늘어나고 있지만 뚜렷한 해결책은 찾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한화생명도 저금리 등 업계 고질적 문제에 당면했다. 한화생명의 지난해 순익 하락은 주식 관련 손실 및 변액보증준비금 적립 등에 기인했다. 한화생명의 지난해 3분기 투자이익률은 3.3%로 전년 동기대비 0.5%포인트 감소했며, 운용자산의 주식형 자산 투자손실이 약 400억원 발생했다.

생보사들은 저금리 장기화와 채권 금리하락으로 운용자산이익률이 떨어지고 있으며, 확정형 고금리상품으로 인한 역마진 리스크도 커지고 있다. 한화생명의 지난해 3분기 고금리확정형 상품 비중은 57.9%에 달해 2022년 도입될 새 국제회계기준(IFRS17) 대비에도 열을 올려야 하는 상황이다.

보험업계 한 관계자는 "통상 CEO의 연임 여부는 실적으로 갈리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단기간 업황 개선이 쉽지 않을 전망에 당분간 호실적을 기록하기는 어려워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