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라스베이거스, 이코노믹리뷰=최진홍 기자] 세계 최대 가전제품 전시회인 CES 2020이 7일(현지시간) 열리는 가운데, 행사가 열리는 미국 라스베이거스는 지금 모빌리티의 진화에 집중하고 있다. 토요타가 이팔렛트에 이어 우븐시티의 스마트시티 로드맵을 꺼내고 소니가 전기차인 비전-S를 공개하는 한편 퀄컴이 오로지 차량과 관련된 신기술을 선보이는 상황이다. 최근 화제를 모았던 그랩의 금융업 진출처럼, 모든 사업과 합종연횡할 수 있는 사업이 바로 모빌리티다.

CES 2020의 중심에 글로벌 온디맨드 모빌리티 플랫폼 우버가 큰 관심을 받는 이유다. 우버는 CES 2020를 통해 대중교통을 품어내는 우버 트랜짓의 네바다주 상용 서비스에 돌입하는 한편, 현대자동차와 만나 하늘을 노리는 본격적인 모빌리티 확장 전략의 정수를 보여주고 있다. 자연스럽게 우버 엘리베이트에 시선이 집중된다. 6일 에릭 앨리슨(Eric Allison) 우버 엘리베이트 총괄을 만나 이야기를 나눠보았다.

▲ 에릭 앨리슨 우버 엘리베이트 총괄이 발언하고 있다. 사진=최진홍 기자

창공의 패자 노린다

현대차는 우버와 만나 새로운 가능성을 타진하고 있다. 다소 파격적일 수준으로 보이는 도심 항공 모빌리티 전략을 공개했기 때문이다. ▲UAM(Urban Air Mobility : 도심 항공 모빌리티) ▲PBV(Purpose Built Vehicle : 목적 기반 모빌리티) ▲Hub(모빌리티 환승 거점)의 세 가지 핵심 로드맵이다.

UAM 분야에서 우버 엘리베이트와 협력한다. 에릭 앨리슨 총괄은 “보잉사(Boeing)의 자회사인 오로라 플라이트 사이언스(Aurora Flight Sciences), 벨(Bell), 엠브라에르(Embraer), 조비 항공(Joby Aviation), 피피스트렐 에어크래프트(Pipistrel Aircraft), 카렘 항공(Karem Aircraft), 전트 에어 모빌리티(Jaunt Air Mobility) 등 경험이 풍부한 제조사들과 협업한 것에 이어, 한국의 현대차와 새로운 도전에 나선 것에 환영한다”면서 “2023년 우버에어 상용화를 위해 다양한 협력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쉬운 일은 아니다. 우버 입장에서는 지금까지 ‘비행’과 관련된 제조사들과 협력했으나, 현대차는 아직 ‘비행체’를 만들어 본 경험이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에릭 앨리슨 총괄은 걱정하는 기색을 보이지 않는다. 

그는 “자동차 업계가 점점 커넥티드카 트렌드로 변하며, 제조사들의 생각도 많이 달라지는 것 같다”면서 “더 많은 자동차 제조사들이 하늘에 관심을 두고 있으며, 무엇보다 현대차는 세계 최고 수준의 자동차 제조사의 노하우를 가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현재 우버가 생각하는 우버 엘리베이트의 전략은, 최대한 많은 제조사들을 모아 일종의 생태계를 구축하는 일이다.

에릭 앨리슨 총괄은 “현대차와의 협업도 마찬가지지만, 다른 제조사들과의 협업에도 큰 관심을 가지고 있다”면서 “더 많은 제조사들과 함께하고 싶다. 우버와 많은 이야기를 할 수 있다는 것을 알았으면 한다”고 말했다.

그의 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현재 우버 엘리베이트의 우버에어는 2020년 시범운행에 이어 2023년 상용화에 나설 생각이다. 그 연장선에서 다양한 제조사들과 만나 생태계 저변을 넓혀야 하는 숙제를 가지고 있다. 

우버의 기술력이 들어간 비행체를 다른 제조사가 만들거나, 혹은 우버 플랫폼 내부에서 다른 제조사의 비행체를 불러올 수 있는 기능 등 다양한 경우의 숫자를 생각해야 한다. 결국 판을 키우기 위해 적극적인 외부 파트너 찾기에 나서야 하며, 그 연장선에서 내연기관 자동차 판매의 한계를 절감하고 있는 현대차와의 ‘하늘동맹’은 큰 의미가 있다는 평가다.

▲ 에릭 앨리슨 우버 엘리베이트 총괄이 정의선 현대자동차 수석부회장과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최진홍 기자

중심에는 우버가 있다

우버는 오랫동안 하늘길에 야망을 키워왔고, 이는 합종연횡을 통한 생태계 확장에 큰 도움이 된다. 동맹의 중심에는 우버의 기술력이 들어간다는 뜻이다. 당연히 우버가 지금까지 구축한 기술력에 시선이 집중된다.

현대차가 공개한 PAV 콘셉트 'S-A1'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 S-A1의 최고 비행 속력은 290km/h에 달하고, 최대 약 100km를 비행할 수 있다. 또 100% 전기 추진 방식으로, 이착륙 장소에서 승객이 타고 내리는 5~7분여 동안 재비행을 위한 고속 배터리 충전이 가능하다. 여기에 각각의 프로펠러에 전기 분산 제어가 가능하도록 설계돼 최적의 안전 성능을 제공하며, 도심 비행에 적합하도록 소음도 최소화 했다는 설명이다.

이러한 기술력은 우버가 업계에서 처음 시도한 것들이며, 또 발전시켜온 ‘역사’다. 에릭 앨리슨 총괄은 “미 항공우주국과 함께 오랫동안 기술협력을 해 왔다”면서 “최근 우리의 기술력을 바탕으로 현대차와의 협력이 이뤄졌음을 자랑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지난해 현대차는 지난해 미 항공우주국에서 영입한 신재원 부사장을 중심으로 영입하는 한편 UAM 사업부를 신설한 상태다. 이후 우버와 협력하면서 업계에서는 우버-미 항공우주국-현대차의 연결고리가 신 부사장인 것으로 보고 있다. 이러한 협력의 흐름이 각자의 상황과 맞아 떨어지며 강력한 하늘동맹으로 이어진 셈이다.

한편 에릭 앨리슨 총괄은 현대차와 협력하며 UAM 외에는 다른 모빌리티 협력을 생각하지 않고 있다고 선을 그었다. 또 우버 엘리베이트, 우버에어를 추진하며 규제 등의 리스크가 존재하지만 최근 미국 내 규제가 일종의 포지티브 규제로 변환, 성과 중심의 테스트에 나설 수 있어 큰 문제는 아니라는 점도 밝혔다.

에릭 앨리슨 총괄은 우버에어의 정교한 설계와 안전성, 강력한 사업성에 특히 자부심을 보이기도 했다. 그는 “일반적인 헬기의 경우 유지비용도 크고 안전에 대한 우려도 있지만 우버는 이 문제를 다각적으로 해결하는데 성공했다”면서 “당장 설계의 경우 소음도 줄이고 안전하게 운항할 수 있는 기술로 무장했고, 이를 바탕으로 우버 플랫폼 내부에서 다양한 가능성을 타진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