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우주성 기자] 강력한 12.16 대책이 서울 집값을 억누르는 데 성공하고 있다. 전세대출 후 시세 9억원을 초과하는 주택을 구입하거나 두 채 이상의 주택을 구입하는 경우 대출해준 금액을 회수하도록 강제하는 '전세대출 이용 갭투자 방지 대책'도 1월 중순 시행이 예고됐다.

이런 강력한 규제속에서 일부 투자자들 역시 빠르게 적응 해나가고 있다. 정부가 동 단위의 핀셋 규제로 규제 지역을 확장해가자 투자자들은 단지 단위로 투자하는 ‘핀셋 갭투자’로 맞서는 모양새다.

같은 자치구 내에서도 갭투자 경향도 달라지고 있다. 서울 일부 자치구에서는 9억원 이하 아파트 중 대출이 수월하고 전세가율이 높은 개별 단지들을 중심으로 갭투자 수요가 발생하는 중이다. 특히 향후 투자 상승 기대가 높은 마포구와 성동구의 중저가 일부 단지를 중심으로 이런 '핀셋 갭투자' 수요가 감지되고 있다. 노원구에서도 기존 고가 아파트 대신 전세가율이 높은 중저가 단지들 중심으로 갭투자와 실수요가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마포구와 성동구, 9억원 이하 단지 중심으로 ‘핀셋 갭투자’ 이어져

마포구는 12.16 대책 이후로도 주택 매매가격의 상승폭이 크게 둔화되지 않은 지역 중 하나다. 12월 30일 KB 리브온의 ‘주간 주택동향’에 의하면 마포구 아파트의 매매가격 주간변동률은 0.51%로 서울 아파트 평균 매매가격 변동률인 0.17%를 크게 상회했다. KB 리브온 관계자는 “대출 규제로 매수가 어려워진 수요가 전세로 몰리고 이로 인해 주춤한 전세시장이 상승하면서 갭투자 수요가 이어지고 있다”고 그 이유를 분석했다.

▲ '마포구 대흥태영아파트' 전경. 사진=이코노믹리뷰 우주성 기자

실제 마포구에서는 9억원 이하 일부 단지의 경우 갭투자로 인해 수요 대기까지 나타나고 있다. 마포구 일대에서 그런 경향이 두드러지는 단지는 염리동의 ‘상록아파트’와 ‘대흥태영아파트’가 대표적이다.

해당 단지 인근의 A 공인중개업소에 따르면 “염리동 상록아파트의 경우 매매 가격도 저렴해 상대적으로 대출도 아주 어렵지는 않다. 58㎡의 경우 아직 8억원 이하 가격이다. 최근 실거래는 7억9000만원에 거래됐다. 상록아파트의 경우는 매물이 거의 없어 실수요는 물론 갭투자로 인한 대기수요도 있는 판”이라고 말했다.

대흥역 인근의 B 공인중개업소의 중개업자는 “고가 단지 중심의 갭투자는 예전보다는 많지 않다. 12.16 이후로 고가 아파트에 대한 대출도 그렇고 마포의 전세가율도 그렇게 높지는 않기 때문이다. 중저가 아파트도 전세가율에서 높은 편은 아니지만 최근 마포 쪽에서는 갭투자로 낮은 가격의 아파트 단지인 태영아파트와 상록아파트 등을 찾는 수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한 C 공인중개업소는 이런 식의 투자 수요가 있지만 수익의 면에서 그렇게 유리하지는 않다면서 “일반적으로 갭투자 흐름 역시 12.16 대책 이후로는 조용하다. 어차피 중저가 아파트라도 갭투자를 위해서는 4억원에서 5억원의 여유 금액은 있어야 가능한 상황이다. 태영아파트가 83㎡의 매매가격이 대략 8억5000만원 선인데 4억5000여만원인 전세를 끼고 매매해도 4억원은 필요하다. 다만 대출 등에서 유리한 점이 있으니 일부 그런 움직임이 있는 것다”라고 덧붙이기도 했다.

▲ 뚝섬역 인근 아파트. 사진=이코노믹리뷰 우주성 기자

한편 마포구와 함께 성동구의 경우도 일부 지역도 그런 모습을 보이고 있다. 성동구의 경우 전반적으로 갭투자 등의 투자 분위기가 주춤한 것이 역력하지만 행당역 인근 중형 단지들이나 성수동의 중저가 아파트 단지에서는 실수요와 함께 갭투자 수요도 간간히 눈에 띄고 있다.

행당역 인근의 한 중개업자는 “갭투자는 올해 말까지 꾸준히 많았다. 12.16 가격 이후 상승세는 꺾였지만 인근 단지의 가격 방어는 되고 있다. 하지만 실거래는 뜸해졌다”면서 “관망세에서 매매 거래는 확실히 줄었지만 그럼에도 실수요나 갭투자 문의는 있다”고 답했다.

해당 인근의 중개업자들이 행당역 인근에서 주목하는 단지는 “행당대림아파트”로 한 중개업자는 이미 저번 주말에도 갭투자 수요로 84㎡도 9억5000만원 매물이 거래됐다고 밝혔다. 한진 아파트의 매매가격은 84㎡ 역시 비슷한 가격대인 9억5000만원에서 10억원 사이다. 행당한진타운과 행당대림아파트의 84㎡ 기준 전세가격은 5억3000만원에서 5억5000만원으로 인근에서는 전세가가 높은 단지 중 하나라고 해당 업자는 말했다.

다만 성동구의 아파트 매매가격 자체가 높은 편이라 마포구만큼의 중저가 목표의 갭투자 수요는 많지 않다고 중개업자들은 설명했다. 뚝섬역 인근 한 중개업자는 “9억원 밑으로 투자를 하려해도 전세가가 높지 않아서 이른바 갭이 5억원을 넘는 단지들이 많다. 그리고 전반적인 가격 상승으로 9억원 이하의 아파트가 그렇게 많은 곳은 아니다”라고 이야기했다. 그는 “마·용·성이라고 불리는 지역중에서 용산구보다는 낫지만 갭투자에 그렇게 호의적인 조건은 아니다. 성동구 전반적으로 다 그렇지만 역세권에서 떨어진 저렴한 중저가 아파트를 중심으로 관련 문의가 있는 편”이라고 덧붙였다.

뚝섬역 인근의 한 중개업자도 “중소형 단지 9억원 이하는 성수동에서 사실 찾기가 어렵다. 그런 수요가 많지는 않을 것”이라면서도 “그런 단지가 많지는 않은 이유와 투자 허들이 낮다는 이유로 수요는 여전히 있다. 서울숲역 인근의 ‘대림로즈빌 아파트’의 59㎡ 평형처럼 가격이 비교적 저렴한 아파트의 소형 평수에 대해서 세 낀 매물을 찾는 식의 갭투자 문의가 있다”고 전망했다.

김균표 KB국민은행 리브온 부동산플랫펌부 수석차장은 “마포구의 전세가격이 12월부터 오르기 시작하면서 강남3구 쪽에서 일어났던 현상이 마포에서도 최근 일어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 12월30일 기준 서울구별 아파트매매가격 주간변동률. 출처=KB 리브온

김 수석차장은 “강남 3구는 9억원 이상의 고가 아파트들로 대출의 한계가 있는 상태다. 강남 지역의 갭투자는 현금이 많은 조건이 아니면 굉장히 어려워졌다”면서 “마포지역은 강남3구보다는 비교적으로 가격이 저렴한 9억원 인근의 중저가 가격의 단지들 위주로 갭투자 현상이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고 답했다.

김 수석차장은 또 “강남3구보다 중저가 비율이 높은 지역이기도 하고 또 9억원 이하 아파트도 용산구보다 많은 마·용·성은 투자자들이 볼 때 향후 추가적인 상승폭이 더욱 기대되는 지역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면서 “서울 지역에서 사실 갭투자는 드물어진 상황이지만 마·용·성 중에서 고가 주택 비중이 적은 마포구나 성동구의 경우 일부 단지들 중 대출 등에서 갭투자 여력이 있는 단지들은 ‘핀셋 투자’ 형식으로 투자가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은행사거리 대장주 청구건영 주춤한 새...을지초 학군은 갭투자 수요 꾸준

▲ 노원구 중계동 '신안아파트' 전경. 사진=이코노믹리뷰 우주성 기자

노원구는 학군을 중심으로 전세 강세를 보이는 지역이었지만 12.16 이후로는 매매 상승과 전세 상승이 주춤하고 있다. 기존의 은행사거리 인근의 대장주 단지인 청구, 건영 아파트의 상승세는 누그러진데 반해 중계동 을지초등학교 인근의 아파트들은 비교적 낮은 가격과 함께 높은 전세가율로 실수요와 갭투자 수요가 꾸준하다고 현지 중개업자들은 지목하고 있다.

중계동의 한 부동산업자는 “‘성원아파트’나 ‘신안아파트’의 84㎡의 매매가격은 7억5000만원으로 12.16 이후로도 가격대를 유지하는 상황이다. 이 곳은 거래는 빨리 되거나 늘지는 않아도 매매에 대해 알아보는 문의는 꾸준히 있다”고 답했다.

인근의 다른 중개업자 역시 ‘을지초등학교 중심으로 형성된 학군은 전세금액과 전세가율이 다른 지역 대비 낮지 않다. 갭투자 문의는 12.16 이후로도 꾸준히 있다"고 답했다. 해당 업자는 ”가격도 저렴하면서 전세가율이 높아 해당 학군을 중심으로 전세금을 높게 받고 빨리 나가는 경향이 잦다. 그런 곳을 찾아 투자하려는 사람들도 많다“고 설명했다.

▲ 노원구 중계동 '우성3차아파트' 전경. 사진=이코노믹리뷰 우주성 기자

다른 은행사거리 인근의 다른 중개업자는 “은행사거리 인근은 이전의 상승폭에 비해 요즘은 주춤한 상황이다. 매매가격은 인근 다른 아파트와 비교해서 더 비싸기도 하고 갭투자를 하려해도 갭차이가 큰 편이다, 84㎡평형의 가격이 10억원인데 전세는 6억원 정도라 4억원에서 5억원 정도가 필요하다. ‘신안아파트’나 ‘양지대림2차아파트’의 경우 3억이면 매매를 끼고 살 수 있는 물건이 있다. 이런 9억원 이하 저가 아파트들은 아직 거래가 빈번한 편이고 갭투자 문의도 이어지고 있다”고 전했다.

김균표 수석차장은 “노원구는 현재 통계 등을 보면 서울의 다른 상승 지역보다 매매가격이나 전세가격 등에서 두드러지는 않고 정체상태를 유지하고 있다. 전세 등의 품귀로 인해 거래가 줄어들면서 그럴 가능성이 있다”면서도 “국지적으로 일부 저가 단지를 중심으로 갭투자 수요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고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