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연준과 대학의 공동연구 보고서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중국 상품 관세 부과에 대해 미국 기업과 소비자들이 대가를 치르고 있다는 사실이 재확인되었다.   출처= MSN

[이코노믹리뷰=홍석윤 기자] 트럼프 대통령의 무역전쟁에 정작 재정적 타격을 입은 당사자는 중국이 아닌 미국의 기업과 소비자들인 것으로 나타나 미국이 "관세로 중국을 죽을 지경으로 만들고 있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주장을 무색하게 만들고 있다고 뉴욕타임스(NYT)가 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뉴욕 연방준비은행의 메리 아미티 이코노미스트는 국가경제조사국 조사보고서에서 “미국의 관세는 거의 전적으로 미국 기업과 소비자가 부담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보고서에는 컬럼비아대학교의 데이비드 E. 와인슈타인 교수와 프린스턴대학교의 스티븐 J. 레딩 교수도 공동 저자로 참여했다.

지난해 10월까지 집계한 데이터로부터 관세의 여파를 조사한 보고서의 저자들은, 미국인들이 지난 1년 동안 부과된 관세를 실질적으로 계속 부담해 온 것을 발견했다. 이 보고서는 이전 연구를 업데이트한 것으로, 수입 관세의 ‘거의 100%’를 미국 수입업자가 냈다는 사실을 밝힌 것이다.

이번 조사 결과는, 미국에 유리한 무역 조건을 쓰기 위해 관세를 즐겨 사용한 트럼프 대통령의 비용을 유권자들과 미국 기업들이 몽땅 지불하고 있다는 가장 최근의 증거다.

이코노미스트들은 미국 제조업의 둔화는 최소한 부분적으로 무역 분쟁에 따른 불확실성에 기인하고 있으며, 기업들은 양국간 긴장 상태가 어떻게 끝날지 혹은 과연 끝나기는 할 것인지를 지켜보면서 기업 투자를 미루고 있다고 설명했다.

미국과 중국은 이달 중 1차 합의서에 서명하며 무역 휴전에 돌입할 예정이지만, 3600억 달러 어치의 중국산 제품에 대한 관세는 그대로 유지될 전망이다. 25%나 되는 세금이 부과되면서 일부 다국적 기업은 사업장을 중국에서 베트남이나 멕시코 같은 나라로 이전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과 그의 지지자들은, 중국이 미국의 지적 재산권을 침해하고 중국 기업에 국가 보조금을 제공하는 것과 같은 불공정한 경제 행위를 포기하도록 하기 위해서는 강경 전술을 쓸 수밖에 없었다고 주장한다. 그리고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기업과 소비자가 아닌 중국이 관세 비용을 지불하고 있다고 계속해서 억지 주장해 왔다.

관세 부과 협박이 중국을 협상 테이블로 끌어내기 위한 협상용 칩으로 작용했을 지 모르지만, 이번 학문적 연구는 그 영향으로 미국 기업들과 소비자들에게 가파른 대가를 치르게 만들었음을 보여준다.

이번 연구의 저자들은 관세 전후의 수입가를 조사하고 여파를 추적하기 위해 세관 자료를 이용했는데, 이 연구 결과 관세가 중국에는 거의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는 것을 보여준 것이다.

컬럼비아대학교의 와인슈타인 교수는 NYT와의 인터뷰에서 "우리는 외국인들이 관세 비용을 부담하는 것을 전혀 보지 못했다"며 "이는 매우 놀라운 일"이라고 말했다.

연구자들은 또 관세 부과 2년차에 일부 수입품의 경우 평균 두 배 감소하면서 관세 부과로 인한 영향을 가능한 지연시키려고 노력하고 있음을 발견했다.

저자들은 “그것은 기업들이 관세를 피하기 위해 공급망을 재정비하는 데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라고 쓰고 있다.

▲ 무역전쟁이 미 제조업에 타격을 입히며 제조업 침체를 초래했다. 기업들은 이 긴장의 추이를 지켜보며 투자 결정을 미루고 있다.    출처= 美구매자관리협회/Haver Analytics

그러나, 관세에 대한 반응은 업종에 따라 다양하다. 예를 들어 철강업계에서는 미국에 철강을 수출하는 외국 기업들이 가격을 떨어뜨려 사실상 다른 나라들(수출국)이 관세 비용의 ‘반 값’을 지불하고 있음을 시사하고 있다고 보고서는 밝혔다.

그러나 철강에 관한한 중국은 미국에 10번째 공급 국가에 불과하기 때문에, 실제로는 유럽연합(EU), 일본, 한국의 수출업체들이 그 비용의 상당 부분을 부담하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 게다가 외국의 철강 가격이 하락함에 따라 국내 철강 생산은 거의 미동도 하지 않았으며, 철강 산업의 고용도 전혀 개선되지 않았다고 저자들은 지적했다.

와인슈타인 교수는 "결과적으로 미국의 철강 산업은 그렇게 많은 보호를 받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전의 연구에서, 저자들은 2018년 12월까지 수입 관세가 미국 소비자들과 수입업체들에게 매월 32억 달러의 추가 세금과 이와는 별도로 매월 14억 달러의 효율성 손실을 입히고 있다고 밝혔는데, 이번 연구에서도 그 숫자들을 그대로 유지했다.

이들의 분석은 트럼프 대통령이 2018년 초부터 부과한 관세가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는지 조사하는 많은 연구기관들의 연구와 궤를 같이하는 것이다.

지난해 12월 말, 연준의 두 경제학자 애런 플라엔과 저스틴 피어스가 발표한 연구에서도, 관세가 중국 수입으로부터의 보호 측면에서 미국 기업에 미치는 긍정적인 효과보다 비용이 더 큰 것으로 조사됐다. 두 경제학자는 이러한 비용에는 기업들이 중국으로부터 부품을 수입하기 위해 지불해야 하는 비용이 인상된 것과 중국이 이에 대응해 미국에 부과한 보복 관세가 포함되어 있다고 분석했다.

하버드대, 시카고대, 보스턴 연방준비은행의 학자들이 지난해 10월에 발표한 연구에서도 관세의 거의 모든 비용이 중국의 기업에서 미국 수입업체로 전가되고 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이 연구는 중국이 보복성으로 미국 상품에 관세를 부과한 것과는 상황이 같지 않다는 것을 발견했는데, 이 경우에는 미국 기업들이 중국 수입업체들에게 관세 비용을 제대로 떠넘기지 못했다는 것이다. 이는 판매되는 상품의 종류 때문일 가능성이 가장 높다.

미국이 중국에 수출하는 제품 중 상당수는 농산물과 같은 차별화되지 않은 상품들이지만 중국은 실크 자수, 노트북, 스마트폰 같은 전문 소비재를 미국에 많이 수출한다. 중국은 브라질산 콩으로 미국산 콩을 쉽게 대체할 수 있지만, 중국이 미국에 수출하는 상품들은 미국 기업이 쉽게 대체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뉴욕 연준의 아미티와 동료 연구원들은 또 다른 연구에서도 관세 비용을 추적했다. 이 연구에서도 중국산 제품의 수입가격은 관세가 시행된 이후에도 대체로 변하지 않았으며, 이미 더 이상 이익을 줄일 수 없을 정도의 낮은 가격과 마땅한 경쟁업체가 없다는 것이 중국 수출업자들이 여전히 위축되지 않는 이유라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