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라스베이거스, 이코노믹리뷰=최진홍 기자] 세계 최대 가전제품 전시회 CES 2020이 7일(현지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는 가운데, 박일평 LG전자 CTO(사장)이 6일 만달레이베이 호텔에서 열린 프레스 컨퍼런스를 통해 인공지능과 가전의 만남을 4단계의 로드맵으로 설명해 눈길을 끈다. 스마트홈의 비전이 ‘언제 어디서나 연결되는 가전’을 전제하는 가운데, 사실상 LG전자 인공지능 중심의 새로운 스마트홈을 그리겠다는 의지다.

▲ LG전자 프레스 컨퍼런스에 입장하려는 사람들이 보인다. 사진=최진홍 기자

‘기대만발 LG’

LG전자 프레스 컨퍼런스는 매우 높은 관심속에서 열렸다. CES에서는 참가 기업들이 통상적으로 본격적인 개막 전 만달레이베이 호텔 등 라스베이거스 인근 장소에서 미리 프레스 컨퍼런스를 가지는데, LG전자는 6일 열리는 프레스 컨퍼런스 중 가장 이른 시간(현지시간 오전 8시)에 열렸다. 여기에 LG전자의 새로운 가전 경쟁력에 많은 참관객들이 몰리며 프레스 컨퍼런스는 대성황을 이뤘다.

현장에서 만난 유럽의 팀 칼도르 기자는 본지와의 대화에서 “LG전자의 가전 경쟁력에 대해서는 이미 정평이 난 것 아니겠느냐”면서 “최근 한국‘발’ 보도를 보면 간혹 건조기 등에서 문제를 일으켰다는 말이 나오는데, 이러한 어려움을 어떻게 극복하고 LG전자가 어떤 모습을 보여줄 것인지 관심이 많다”고 말했다.

프레스 컨퍼런스에 등장한 박일평 사장은 "2년 전 씽큐가 처음 공개됐다"면서 "씽큐를 통해 인공지능 기술력이 LG전자 가전에 연결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모든 LG전자 제품을 사물인터넷으로 연결하고 있다"면서 "이제는 인공지능의 미래를 살펴볼 때"라고 말했다.

현장에는 엘레멘트 AI CEO 장 프랑스와 가녜(Jean-François Gagné)가 등장해 박 사장과 대담 형식으로 인공지능의 미래를 살펴봤다.

박 사장과 장 프랑스와 CEO는 ‘인공지능 발전 단계(Levels of AI Experience)’를 발표하며 좌중을 휘어잡았다. 두 사람이 인공지능의 비전을 이야기하며 이를 가전제품에 어떻게 도입할 것인지 논의한 다음, 무대의 영상을 통해 실제적인 사례를 보여주는 방식이다.

그가 밝히는 인공지능 발전단계는 ▲1단계 효율화(Efficiency) ▲2단계 개인화(Personalization) ▲3단계 추론(Reasoning) ▲4단계 탐구(Exploration) 등 4단계로 구성되어 있다.

각각의 단계는 인공지능과 가전의 연결상황을 재정의한다. 1단계 효율화는 인공지능이 미리 정의된 명령이나 조건을 기반으로 시스템과 제품을 동작시켜 사용자의 편의를 높여주는, 이미 현존하는 기술이며 2단계는 사용자와의 누적된 상호작용을 통해 패턴학습(Pattern learning)을 할 수 있다는 특징을 가진다.

3단계는 인공지능은 인과학습(Causality learning)을 통해 각종 제품과 서비스를 사용하며 발견되는 특정 패턴과 행동의 원인 등을 파악한다. 2단계가 과거의 패턴을 통해 인공지능 큐레이션이 벌어진다면, 3단계는 종합적인 인과관계를 제안하는 방식이다. 마지막으로 4단계는 사용자의 삶을 더욱 윤택하게 만드는 단계다. 인공지능이 스스로 논리적으로 추론하고 가설을 세워 검증하며 더 나은 솔루션을 발견해내는 작업이라는 뜻이다. 사실상 ‘강 인공지능’에 가깝다.

박일평 사장은 “LG 씽큐(LG ThinQ)와 같은 인공지능의 의미 있는 성장을 위해 산업 전반에 명확하고 체계화된 로드맵이 필요하다”며 “올바른 기술 개발의 방향성을 제시하고 궁극적으로는 고객의 더 나은 삶을 만들어 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장 프랑스와 가녜(Jean-François Gagné) 엘레멘트 CEO는 “오늘 발표는 인공지능이 향후 우리 인간의 삶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이며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하는가에 대한 활발한 논의를 촉발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LG전자의 인공지능 4단계 로드맵은, 단순히 인공지능 기술력을 강조하는 것을 넘어 '어떻게 인공지능을 가전제품 라인업에 활용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으로 좁혀진다. 그 연장선에서 LG전자가 직접 길, 즉 표준을 제시하겠다는 의지도 엿보인다.

▲ 박일평 사장이 발언하고 있다. 사진=최진홍 기자

리얼 8KTV 눈길

LG전자는 지난해 IFA 2019 당시 삼성전자의 QLED TV와 신경전을 벌인 바 있다. 특히 CM을 기점으로 삼아 ‘진정한 프리미엄 TV 강자가 누구인가’라며 난타전을 벌였다. 프리미엄 TV 시장의 미래로 OLED TV에 강하게 집중하고 있으나, 자사가 보기에 프리미엄 TV로 보기 어려운 QLED TV가 시장 점유율 측면에서 앞서는 상황을 ‘참지 못했다’는 것이 중론이다.

LG전자는 올해 CES 2020에서 삼성전자와 신경전을 벌이지 않을 전망이다. 다만 자사의 TV 라인업에 ‘리얼’이라는 브랜드를 붙여 차별화된 기술력을 보여준다는 각오다.

2020년 OLED TV 라인업에 시선이 집중된다. 인공지능 프로세서 ‘알파9 3세대(α9 Gen3)’를 신제품에 새롭게 적용했으며 55, 65, 77, 88 등 기존 OLED TV 라인업에 48형 제품도 처음 내놓는다.

TV의 디자인에도 역시 많은 공을 들였다. 벽밀착 디자인이 눈길을 끈다. 화면, 구동부, 스피커 등을 포함한 TV 전체를 벽에 완전히 밀착한 방식이다. TV 내부와 후면 디자인 설계를 새롭게 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벽에 부착하는 부품인 브라켓은 본체에 내장해 벽걸이 부위가 겉으로 드러나지 않도록 했다. 2020년 형 일부에 해당 기술이 들어간다.

주변 기술도 강력해졌다. 주변 밝기나 장르에 따라 최적의 화면을 제공하는 ‘돌비비전(Dolby Vision) IQ’, 감독이 의도한 색감과 분위기를 살려주는 ‘UHD얼라이언스(Alliance)’의 ‘필름메이커모드(Filmmaker Mode)’ 등 최신 규격의 ‘HDR(High Definition Range)’ 기능이 대표적이다. 여기에 엔비디아(Nvidia)’의 ‘지싱크 호환(G-SYNC Compatible)’과 AMD의 ‘라데온 프리싱크(Radeon FreeSync)’를 동시에 지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