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래경제팀 황대영 기자

[이코노믹리뷰=황대영 기자] 최근 대한민국 연예계는 CJ E&M 서바이벌 프로그램 ‘프로듀스X101’ 투표 조작 사건으로 홍역을 앓았다. 최종 인원을 선발하는 과정에서 비정상적인 랭킹(Ranking, 순위) 시스템이 들통난 것이다. 출발선상이 다른 경쟁 구도였다는 사실에 대중은 ‘헬조선’이란 단어를 다시 한번 상기했다. 제작진의 향응 접대, 금품 수수 등 명백한 일탈의 현장이 속속 드러나면서 분노는 대한민국을 뒤덮고 있다.

대한민국은 세계 어느 나라에 뒤지지 않는 ‘랭킹 공화국’이다. 랭킹 시스템은 학업 성취도를 평가하는 성적부터 지역 고등학교 순위, 대학교 순위, 기업 순위 어느 하나 빠지는 곳 없이 적용되고 있다. 대한민국에서 태어난 순간부터 치열한 경쟁이 펼쳐지는 랭킹 시스템 속에서 몸부림치며 살도록 정교하게 설계돼 있다.

랭킹 시스템은 플랫폼 시대가 도래함에 따라 더욱 발전했다. 어디에서나 쉽게 접할 수 있는 다양한 플랫폼에서 간단한 콘텐츠를 보더라도 랭킹 시스템은 돌아가고 있다. 게시글의 경우 어느 플랫폼이든 트래픽, 추천수에 따라 게시판 내 순위가 매겨지고, SNS(사회관계망서비스)에서는 팔로워 및 추천수에 따라 순위가 산정되고 있다. 또 서점, 쇼핑몰 등 기존 상권에서도 랭킹 시스템은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랭킹 시스템에서 누구도 자유로울 수 없다.

이런 랭킹 시스템은 우열을 가리는 직관적인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 보는 이의 흥미를 배가시킬 뿐만 아니라 참여자의 경쟁 심리까지 자극하고 있다. 이 때문에 각종 TV 프로그램, 게임, 음악 등 콘텐츠 분야에서 객관적인 지표로 활용되고, 쇼핑몰 및 도서 등 유통 분야에서는 소비자의 선택에 도움을 준다. 각종 플랫폼 내 상위권만 훑어보는 것만으로도 그 흐름을 파악할 수 있다.

그러나 ‘공평’해야 할 랭킹 시스템은 각종 이해관계자의 이권을 두고 조작이 가해지면서 문제가 불거지고 있다. 어디 ‘프로듀스X101’만 문제인가. ‘네이버 실시간 급상승 검색어’ ‘음원 차트’ ‘구글플레이 최고매출’ ‘아프리카TV 별풍선’ 등 모두 인위적인 조작으로 인해 세간의 입방아에 올랐다. 조작이 일어난 플랫폼은 대중들의 지탄을 받고 신뢰도 하락을 겪었다. 모두 공평하지 않은 랭킹 시스템을 운영한 결과다.

여기서 공평은 ‘기회의 공평’이다. 플랫폼은 랭킹 시스템을 통해 모든 콘텐츠, 크리에이터, 사용자 등에게 기회의 공평을 제공해야 한다. 특히 사회적 공기(公器) 역할을 맡는 플랫폼은 더 세심한 기회의 공평이 필요하다. 기회의 공평을 제공하지 않는 플랫폼은 상대적 박탈감 유발을 불러오면서 자유로운 경쟁이 펼쳐져야 마땅한 시장 논리에도 위배된다.

시대의 흐름 속에서 랭킹 시스템은 이미 우리 생활과 뗄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그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동반되는 어뷰징은 플랫폼과 ‘창과 방패의 싸움’이다. 때문에 랭킹 시스템에 조작을 가한 관계자에 대해 명명백백 책임을 묻는 한편, 어뷰징 사용자 계도로 더 신뢰성 있는 플랫폼을 지향해야 한다. ‘빈대(어뷰징)를 잡는다고 초가삼간(플랫폼)’을 태울 필요는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