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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R궁금증] 주류 '종량세' 전환, 맥주값 변동 체감 안되는 이유?제도 적용의 시차, 달라지는 맥주가격 소비자 체감 시간 걸려
▲ 출처= 뉴시스

[이코노믹리뷰=박정훈 기자] #서울 한 공기업에 재직하고 있는 직장인 김수호(35)씨는 자타공인 맥주 마니아다. 다양한 맥주의 맛을 즐기는 수호 씨의 집 냉장고에는 우리나라 브랜드 맥주부터 미국, 유럽 등지의 여러 맥주들이 항상 구비돼있다. 그러던 어느 날 김 씨는 2020년부터 국가가 맥주에 부과하는 세금 제도가 바뀌어 맥주 가격이 변할 수도 있다는 소식을 들었다. 이에 수호씨 주변의 어떤 이는 “맥주 가격이 또 오를 것”이라면서 아주 찰지게 나라 욕을 하는 반면 또 다른 누구는 “맥주 가격이 싸질 것”이라면서 “수호 씨는 좋겠네”라고 한다. 그런데, 여느 날과 같이 맥주를 사러 마트에 간 수호씨는 살짝 당황했다. 지난해에 맥산 맥주의 가격과 달라진 것이 없기 때문이었다.

정부가 지난해 약 52년만에 주세(酒稅) 부과 기준을 바꾸기로 결의했다. 이에 따라 맥주, 탁주부터 시작해 국내에 유통되는 모든 주류에 부과되는 세금체계는 점차 바뀌게 된다. 그러나 당장 맥주 가격만 보더라도 일반 소비자들이 체감하기 어렵다. 이는 지난해 출고된 제품들의 유통, 제도 적용의 시차, 그리고 생산 업체들의 변동된 세금 제도 미반영 등 여러가지 이유가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변경된 주세는 명확한 법 체계를 이해하지 못하는 소비자들에게 혼란을 주고 있다. 기존 종가세에서 종량세로 변경한 주세는 구매한 주류의 가격에서 세금이 차지하는 비중부터 기존 대비 얼마나 가격 변동이 생겼는지 선뜻 알아채기 어렵다. 또 모든 주류가 아닌 일부 대상으로 변경돼 각기 다른 법 체계를 적용하는 모호함까지 내포하고 있다.

주세란?

‘주세’는 주류에 붙는 세금으로 이 세금을 납부할 의무는 두 주체에게 주어진다. 국내 생산시설에서 주류를 직접 제조해 ‘주류를 출고하는 자’와 해외에서 국내로 주류를 수입하는 절차를 거쳐 ‘관세를 납부할 의무가 있는 자’다. 1949년에 국내 첫 주세법 도입 당시에는 종량세가 적용됐고 1968년에 주류소비 억제 및 세수증대를 위해 종가세 체계로 전환됐다가 2020년부터 다시 종량세 전환이 결정됐다.

주류는 그 속성상 국민건강에 대한 잠재적 유해성, 음주운전 등으로 유발되는 사회적 비용이 크다. 이것을 고려해 주류 생산자와 소비자가 그 사회적 비용을 부담하도록 하는 것이 주세의 목적이다. 위험성을 전제한다는 속성 때문에 다른 소비품목에 비해 높은 세율(최고 72%)을 적용하고 있으며 여기에 부가하는 교육세(최고 30%)가 있다.

종량세 개정의 이유?

정부는 지난 수 년 동안 계속된 논의를 통해 그간 맥주의 출고가격에 비례해 세금을 매겨왔던 기존의 ‘종가세’를 2020년 1월 1일부터 출고되는 양에 비례한 세금을 매기는 ‘종량세’로 전환됨을 밝히고 본격적으로 시행에 들어갔다. 이에 따라 국내에서 직접 맥주를 생산하는 업체들과 해외 브랜드 맥주를 수입·유통하는 유통업체들은 올해부터 달라진 체계에 맞춰서 세금을 납부하고 제품을 판매해야 한다. 주세 종량세 전환은 국내에 생산시설을 두고 맥주를 생산하는 업체들과 영세 수제맥주 업체들의 불만사항들을 반영한 조치다.

<종가세 과세표준>

**국내 제조맥주 과세표준 = 제조원가 + 판매관리비 + 이익
**수입 맥주 과세표준 = 수입가액 + 관세

지난해까지 국내에 유통되는 모든 맥주 제품들은 생산비용에 비례한 세금을 매겨왔다. 이는 해외에서 생산된 제품을 수입하는 수입맥주 유통업체들에게 유리한 제도였다. 수입 현지의 생산 비용을 투명하게 공개할 의무가 없었기 때문에 의도에 따라 어느 정도 세금의 조정이 가능했고 그렇기에 수입 맥주들은 우리나라에서 막강한 가격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었다. 이에 대해 국내에서 맥주를 생산하는 주류 기업들과 소규모 양조장을 운영하는 수제맥주 업체들이 항의했고, 수 년 간의 논의 끝에 제도가 개정됐다.

국산 맥주 가격이 내려가나?

내려간다. 종전 종가세 기준으로 500ml 병 맥주 1병의 출고에 부과되는 주세와 교육세는 각각 792원, 238원이다. 종량세 기준으로 주세와 교육세는 415원, 125원이 된다. 출고의 가격이 내려가니 중간 유통업체들이나 도매상들이 맥주를 매입하는 가격이 나려가고 이들이 다시 소매상에 납품하는 단가도 내려간다.

▲ 출처= 관세청

다만, 제품이 출고되는 용량에 따라 세액 적용이 약간 달라질 수 있다. 이를테면 용기의 생산비용이 높은 대신 출고 시의 용량이 작은 캔맥주는 종전보다 판매가격이 내려간다. 반면 병맥주, PET 맥주 그리고 특히 대용량 업소용 생맥주 등 출고 시 용량이 큰 맥주들은 종전보다 가격이 오를 수 있다. 이에 관세청은 향후 2년 간 생맥주에 한정해 주세를 20% 만큼 경감하는 방안을 마련했다. 편의점, 마트 등 소매 유통채널에서 소비자들에게 직접 판매되는 제품들의 대부분이 캔맥주임을 감안할 때 국내산 캔맥주는 확실하게 종전보다 판매가격이 저렴해진다. 아울러 소규모 양조 시설을 두고 맥주를 생산하는 수제맥주 업체들도 종량세로 인해 세금 부담을 덜 수 있게 돼 추후에는 수제맥주도 ‘1만원에 4캔’이라는 상징적인 가격으로도 판매될 수 있을 전망이다.

수입 맥주들이 비싸지나?

종전까지의 종가세가 수입 맥주들에 대해 매우 유리했던 점을 감안하면 판매가격은 오를 수 있다. 그러나 이것은 어디까지나 각 브랜드마다 다르게 적용될 수 있기 때문에 종량세 적용으로 모든 수입맥주 브랜드 제품이 주세 전환 이전보다 가격이 비싸지는 것은 사실과 다르다. 출고량에 따라서 오히려 이전보다 세금 부담이 낮아지는 수입맥주 브랜드들도 있기 때문이다.

▲ 출처= 관세청

그간 수입단가와 판매단가의 차액으로 막대한 이익을 챙겨온 수입맥주 유통업체들의 유통 마진이 줄어든다고 해도 여전히 인건비가 낮은 베트남 등 동남아 수입맥주 공장에서 생산되는 제품들의 원가는 국내 제품들과 비교해 현저히 낮다. 그렇기에 수입맥주의 가격이 오른다고 해도 그 폭은 어디까지나 제한적 일 수밖에 없다. 다만, 국내 소비자들에게 인지도가 높은 주요 수입맥주 브랜드들의 판매가격은 오를 가능성이 높다.

맥주 가격변동, 체감이 잘 안 되는 이유

주요 주류업체들은 지난해 말과 올해 초에 걸쳐 주요 제품들의 출고가 인하를 공표했다. 지난해 10월 오비맥주는 자사의 주력제품 ‘카스’ 맥주 전 제품의 출고가를 평균 4.7% 인하했다. 롯데주류 역시 클라우드 캔(500㎖)의 출고가격을 기존 1880원에서 1565원으로, 같은 용량의 피츠도 1690원에서 1467원으로 내렸다. ‘테라’, ‘하이트’ 등을 판매하고 있는 하이트진로도 곧 주요 제품의 출고가격 조정이 있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그러나 현재는 소비자들이 체감으로 변동된 맥주 가격을 인지할 수 있는 단계는 아니다. 종가세 기준으로 지난해에 이미 출고돼 시중에 유통되고 있는 제품들이 많기 때문에 전환된 세율을 당장 적용하는 것은 어렵기 때문이다. 현재 음식점과 주점 등 채널들은 아직 출고가가 낮아진 일부 제품들을 납품받지 못한 곳들도 있다.

마트와 편의점 등에서 판매되는 캔맥주를 시작으로 서서히 소비자들은 주세 전환으로 변동된 맥주의 가격을 체감할 수 있을 전망이다. 올해 중에는 유통업체에서 일반음식점, 주점까지 변동된 맥주 가격이 서서히 판매 가격에도 반영될 것으로 보인다.

박정훈 기자  |  pjh5701@econovill.com  |  승인 2020.01.07  10:3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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