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출처=이미지투데이

[이코노믹리뷰=권유승 기자] 운전대를 잡지 않아도 운행이 가능한 자율주행차가 올 상반기부터 출시될 전망이나, 자율주행차 보험 개발은 지지부진해 '도로 위 시한 폭탄'으로 변모할 처지에 놓였다는 우려가 나온다. 보험업계 관계자들은 운전자와 제조사간 배상책임의 주체가 불분명해 법적 제도 개선이 우선시 돼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 손 안 대고도 운전 한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오는 7월부터 자동차로유지기능이 탑재된 레벨3 자율주행차의 출시·판매가 가능해진다. 자동차로유지기능은 운전자가 운전대를 잡지 않더라도 자율주행시스템이 스스로 안전하게 차선을 유지하면서 주행하고 긴급 상황 등에 대응하는 기능을 말한다. 이번 부분 자율주행(레벨3) 안전기준 도입을 통해, 지정된 작동영역 안에서는 자율주행차의 책임 아래 손을 떼고도 지속적인 차로유지 자율주행이 가능해지는 것이다.

자율주행 레벨3는 조건부 자동화 단계를 의미한다. 즉, 특정한 조건하에서 운전자가 시스템에 차량 제어권을 이전할 수 있으나 운전자는 항상 제어권을 회수할 수 있는 상태로 대기해야 하는 단계다.

▲ 출처=국토교통부

◇ 리스크 확대…보험 필요성 상승

자율주행차의 출시가 가시화되면서 관련 자동차보험 개발의 필요성도 올라가고 있다. 운전자들은 의무보험인 자동차보험을 필수적으로 가입해야할 뿐더러, 자율주행차가 상용화됨에 따라 자율주행 장치 및 시스템 결함, 통신 결함 등의 새로운 교통사고의 원인이 발생할 우려도 있기 때문이다.

황현아 보험연구원 연구위원은 "자율주행차 레벨3에서는 원칙적으로 일정 조건하에서 운전자의 개입이 필요하고, 운전자는 언제든지 운전이 가능한 상태를 유지해야 함에도, 운전자 자동주행기능를 과도하게 신뢰한 나머지 주변 환경 및 운행에 전혀 주의를 기울이지 않을 경우 오히려 수동주행보다 더 큰 사고가 발생할 수 도 있다"고 진단했다.

최원 보험연구원 수석연구원은 "보험사는 새로운 형태의 모빌리티 서비스 시스템을 이용하는 소비자들에게 적합한 보험상품을 제공할 필요가 있다"며 "다양한 형태의 모빌리티 서비스가 제공됨에 따라 발생 가능한 리스크를 특정하기 어려우며 리스크의 범위도 더욱 광범위해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문제는 자율주행차 보험 개발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현재 자율주행차 보험을 취급하고 있는 보험사는 삼성화재와 현대해상 단 두 곳에 불과하다. 이들이 선보인 자율주행차 보험은 주로 배상책임에 대한 상품으로, 가입 대상이 시험용 차량에 한정돼 있다. 교통사고 발생시 운전자와 제조사간 책임소재 규명이 어렵다는 점을 감안해 타인에게 발생한 모든 손해에 대해 우선 보상한다는 점이 특징이다.

◇ 보험개발 어려워

자율주행차 보험 개발이 지지부진한 이유도 이 때문이다. 교통사고 발생시 배상책임의 주체가 불분명해 시험용 자율주행차가 아닌 이상 법적 제도 마련 없이는 보험 개발이 어렵다는 지적이다. 완전 자율주행이 아닌 운전자가 개입이 되는 상태이다 보니 제조사, 운전자 등 보험 가입 주체도 불명확하다.

한 보험사 관계자는 "보험상품이 규제에 맞춰 개발이 돼야 하는데 아직까지 국내는 해외에 비해 시험용 자율자동차 외에는 관련 규제가 정비가 된 것이 없다"며 "이런 기반이 마련이 된 후에나 관련 상품 개발에 속도가 붙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2018년 11월 ‘자율주행차 분야 선제적 규제 혁파 로드맵 구축안’을 확정, 운전자에 대한 정의를 '시스템'으로 넓혀 레벨3 자율주행차의 보험가입이 가능하도록 도로교통법을 개정하는 내용을 밝힌 바 있다.

▲ 출처=보험연구원

해외의 경우 한 발 더 나아갔다. 일본 정부는 2018년 4월 레벨3 자율주행차 교통사고 발생 시 운전자와 제조사에 관한 손해배상책임 부담 방안을 확정했다. 이 방안은 차량 운전자가 제3자에 대한 손해배상책임을 부담하도록 규정했다. 차량 제조사는 차량 시스템에 명백한 결함이 있는 경우에 한해 책임을 지고, 외부 해킹으로 인한 사고는 정부가 보상한다.

영국은 자율주행차 사고 발생 시 우선 보험사가 피해자에게 보험금을 지급 하고, 추후 시스템 결함으로 판명이 나면 제조사에 구상권을 청구하는 규정을 마련했다. 미국 미시간주도 도로교통법상 자율주행 시스템을 운전자로 간주하고 있다.

황 연구위원은 "자율주행차 도입 및 상용화는 보험산업은 물론 사회 전반에 큰 영향을 미치게 될 혁신적 변화이므로, 이와 관련된 제도 정비는 자율주행차 상용화의 단계 및 변화 양상을 고려해 점진적이고 유연하게 진행돼야 할 것"이라고 제언했다.

보험업계 한 관계자는 "자율주행차 보험이 지금과 같은 자동차보험 형태가 아니라 일반보험 형태로 개발될 가능성도 있다"며 "아직 상용화까지는 시간이 많이 남아 있다고 볼 수 있어 관련 상품 개발도 차차 진행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