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삼성전자가 세계 최초 '6세대(1xx) V낸드 SSD' 양산에 돌입했다. 출처=삼성전자

[이코노믹리뷰=황대영 기자] 낸드플래시, D램 등 글로벌 메모리 반도체 업계를 주도하는 대한민국 반도체 산업이 가격 회복세에 접어들면서 다시 활기를 띠고 있다. 특히 지난 4분기부터 점진적 가격 회복을 겪은 낸드플래시는 올해 1분기 계절적 비수기임에도 불구하고 공급량 부족으로 10% 이상 가격 상승이 예상되고 있다.

6일 디램익스체인지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PC D램은 평균 가격이 0.39달러/Gb를 기록하며, 전월 수준을 유지했다. 또 서버 메모리모듈(DIMM)은 평균 가격이 0.47달러/Gb를 기록하며, 2018년 10월부터 지속된 급락세를 멈췄다. 반면 낸드플래시는 평균 가격이 0.14달러/GB를 기록하며 전월대비 9% 상승했다.

이에 따라 국내 주요 반도체 메이커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실적 개선에도 청신호가 켜졌다. 지난해 메모리 반도체 업황 악화로 실적 급락을 겪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낸드플래시, D램 등 주요 제품군 가격 상승으로 최대 수혜가 예상되고 있다. 양사는 단기 실적보다 향후 성장 모멘텀을 주목한 투자자들의 유입으로 52주 신고가를 연일 경신하기도 했다.

올해 1분기 낸드플래시 가격 상승세 꺾이지 않는다

메모리 반도체 가운데 가장 먼저 가격 상승 신호를 보낸 것은 낸드플래시다. 낸드플래시는 지난해 10월 도시바메모리가 이름을 바꾼 키옥시아와 미국 웨스턴디지털이 공동으로 운영하는 욧카이치 공장에서 정전으로 인해 생산량이 줄어들어 7분기 연속 가격 하락을 멈춘 바 있다. 이어 4분기부터는 공급량 부족이 이어져 가격 반등을 기록했다.

통상적으로 1분기는 메모리 반도체 분야의 계절적 비수기로 꼽힌다. 하지만 올해는 데이터센터 등 기업 고객이 본격적으로 유입됨에 따라 강한 가격 상승 모멘텀을 가질 전망이다. 데이터센터 구축을 목표로 하는 기업 고객은 지난해 4분기부터 물량 확보에 나서 낸드플래시 공급 부족 현상을 겪었다. 이와 별도로 1분기에 출시될 애플의 신형 아이폰 때문에 모바일 낸드플래시 수요가 급증하기 시작했다.

낸드플래시는 공급 측면에서 지난해 2분기 손익분기점 아래로 떨어지는 최악의 시기를 걸었다. 이 때문에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마이크론 등 주요 메모리 반도체 공급 업체는 생산량을 최대한 보수적으로 잡고 있다. 올해 낸드플래시 생산 업체의 비트 그로스는 전년대비 30% 증가로 추정된다. 이에 따라 낸드플래시는 시장에서 공급 부족 현상이 찾아들 전망이다.

트렌드포스는 낸드플래시의 수요가 예상을 웃도는 반면, 공급량은 보수적인 것으로 나타나 주요 메모리 반도체 3사의 재고가 줄었다고 분석했다. 1분기 낸드플래시 고정 가격은 지속적으로 상승할 전망이다. 또 트렌드포스는 2분기에 새로운 스마트폰과 게이밍 콘솔, 경기 부양 등 다양한 요인으로 인해 가격 상승이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1분기 낸드플래시 가격은 전분기 대비 10% 이상 오를 것으로 추정됐다.

D램 가격까지…메모리 반도체 가격 상승 ‘쌍끌이’

▲ 삼성전자 업계 최대용량 24Gb(기가비트) LPDDR4X D램. 출처=삼성전자

메모리 반도체 양대산맥인 D램 가격도 상승할 전망이다. 트렌드포스는 올해 서버용 D램이 1Xnm 공정의 불안정한 수율로 인해 공급이 제한돼 있기 때문에, 가격 상승을 주도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또 비교적 차지하는 비중이 낮은 그래픽스 D램은 수요 변화에 민감해 급격한 가격 변동이 일어날 것으로 보인다.

D램 가격은 지난해 4분기까지 하락을 거듭했다. 지난해 2분기까지 D램은 공급 과잉으로 가격 하락이 지속됐다. 하지만 3분기부터 메모리 3사의 재고량 소진과 점진적인 수요 회복으로 가격 하락 폭이 둔화됐다. 글로벌 경기 둔화로 인해 서버용 D램 수요가 당초 예상보다 밑돌았기 때문이다. 또 5G(5세대이동통신)도 글로벌 확산이 아닌 국지적인 확산만 이뤄져 예상 수요 대비 저조했다.

관련 업계에서는 D램이 올해 1분기부터 본격적인 가격 회복세에 접어들 것으로 보고 있다. 이는 서버용 D램 수요가 빠르게 회복 중이며, 메모리 반도체 3사의 재고도 정상 수준으로 하락해 충분한 상승 모멘텀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또 5G와 관련된 이동통신장비 및 스마트폰 출하량 증가로 D램 수요가 증가하고 있으며, 메모리 반도체 3사의 10% 미만의 보수적인 생산량 증가로 공급 부족 현상이 나타날 가능성이 크다.

그래픽스 D램에서도 가격 상승 조짐은 나타나고 있다. 메모리 반도체 3사의 웨이퍼 용량 이전으로 D램 전체 대비 6% 미만에 불과한 그래픽스 D램은 제한된 공급량으로 인해 가격이 안정화되고 있는 동시에, 올해 그래픽 카드와 게이밍 콘솔 시장에서 수요 증가로 인해 급격한 가격 상승까지 예상되고 있다. 트렌드포스는 올해 그래픽스 D램 출하량이 전년대비 15% 증가, 빗그로스가 서버 D램에 이어 두번째로 높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삼성전자·SK하이닉스 지난해 4분기부터 점진적 실적 개선

▲ SK하이닉스가 개발한 3세대 10나노급 DDR4 D램. 출처=SK하이닉스

주요 메모리 반도체 업체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실적에도 보다 안개가 걷힐 전망이다.

하이투자증권은 삼성전자가 올해 매출과 영업이익이 반도체 부문의 주도로 전년 대비 각각 13%, 53% 증가한 260조4000억원, 41조1000억원으로 추정했다. 이는 1분기 낸드플래시 ASP 상승과 D램 ASP 유지 또는 소폭 상승으로, 반도체 부문 이익이 1분기부터 개선돼 2분기 이후 빠른 증가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했다.

메모리 반도체 주요 공급 업체인 SK하이닉스도 실적 개선이 전망되고 있다. KTB투자증권은 올해 SK하이닉스 주요 성장 포인트로 3가지를 꼽았다. △MS 윈도우7 종료로 PC 출하량 증가 △신규 서버칩 쿠퍼 레이크 출시 계기로 데이터센터 투자 재개 △4분기 소니 PS5와 엑스박스 신제품 출시 등이다.

하이투자증권 송명섭 연구원은 “지난해 연말 기준 D램 및 낸드플래시 재고가 정상 수준으로 하락한 가운데, 서버용 반도체 수요가 빠르게 회복 중이고 5G 스마트폰 출하 증가에 따른 스마트폰 내 반도체 탑재량도 양호하게 성장하고 있다”라며 “올해 D램, 낸드플래시 업계 생산 증가율은 각각 10% 미만, 30% 수준에 머물러 D램, 낸드플래시 재고의 추가 감소 및 공급 부족 현상이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