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라스베이거스, 이코노믹리뷰=최진홍 기자] 제한적 허용이라는 명목아래 내려진 사실상의 카풀 금지령과 쏘카 VCNC 타다의 어려움으로 대표되는, 택시업계의 생존을 위한 모빌리티 업계의 희생. 2020년 대한민국 모빌리티 업계의 현주소다. 이는 완벽하게 길을 잃었다는 비판도 부족할 정도로, 인감문화를 지키기 위해 로봇으로 도장찍는 로봇을 만든 일본의 사례가 남의 일처럼 느껴지지 않는 상황이다.

선거를 앞두고 정치권에서 쏟아지는 구사업 종사자들의 표심잡기에 대한민국 모빌리티는 사실상 압살 직전에 와있다는 평가다. 특히 다른 분야도 아니고, 모빌리티 분야라 안타까움은 배가된다. 최근 금융 서비스를 본격적으로 시작한 동남아시아의 그랩 사례를 보면 알 수 있듯이 모빌리티는 곧 이동의 플랫폼이며, 현존하는 모든 데이터를 확보해 스마트시티로 풀어갈 수 있는 가장 중요한 ‘미래의 창’이기 때문이다.

▲ 우버 트랜짓 티켓팅이 라스베이거스에서 가동된다. 사진=최진홍 기자

덴버에 이어, 라스베이거스에

글로벌 온디맨드 플랫폼 우버가 6일(현지시간) 세계 최대 가전제품 박람회 CES 2020이 열리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트랜짓 티켓팅 서비스에 돌입한다고 전격 발표했다. 트랜짓 티켓팅 서비스는 지난해 5월 미국 콜로라도주 덴버에서 처음 시작됐으며 한 마디로 우버의 플랫폼에 대중교통 인프라를 삽입하는 개념이다. 개인차량의 공유에서 시작된 우버가 각국의 규제 등 현실적인 위협 등을 고려해 이미 존재하는 대중교통과의 만남을 끌어내며 ‘이동하는 모든 것’을 품어내는 순간이다.

라스베이거스에서 작동되는 우버 트랜짓 티켓팅 서비스는 이용자 입장에서 매우 간단하다. 앱에 목적지를 입력하면 트랜짓(Transit) 옵션을 확인할 수 있고, 해당 옵션을 선택하면 실시간 환승 데이터 및 여정 계획 및 엔드투엔드(end-to-end) 방향을 비롯해 대중교통을 이용해 목적지에 도달하는데 필요한 모든 정보를 안내받을 수 있다.

경로를 설정한 후 환승 패스권 구매를 선택 가능하며, 결제는 기존에 등록되어 있는 결제 정보를 통해 진행된다. 구매한 환승 패스권은 오프라인 상태에서도 사용이 가능하며 우버 앱의 메뉴 표시줄은 이용자들이 RTC 서비스 범위 내에서 사용할 수 있는 패스권을 구매할 수 있도록 구성되어 있다는 설명이다. 여기에는 스트립지역(Strip), 올 엑세스 패스(All-Access pass), 시간제, 거주 목적 및 월간 패스권 등이 포함되어 있다.

우버를 통해 기존과 같은 가격으로 환승 패스권을 구입할 수 있는 길도 있다. 이를 바탕으로 환승과 뉴모빌리티를 결합, 이용자들에게 끊김없는 환승 경험을 선사하는 셈이다. 데이비드 라이크(David Reich) 우버 트랜짓 총괄은 “우버는 RTC 및 마사비와의 협력을 강화, 라스베이거스를 세계에서 두 번째로 우버 앱을 통해 환승 패스권 구매 및 대중교통 이용이 가능한 도시로 탈바꿈 할 수 있게 되어 기쁘다”며 “우버는 대중교통 시스템의 일부로 편입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고 도시들의 접근성을 높여 머지않아 개인이 자동차를 소유하는 시대가 저물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 우버 트랜짓 티켓팅이 라스베이거스에서 가동된다. 사진=최진홍 기자

트랜짓의 상징성

모빌리티 업계의 최종 목적지는 어디일까? 인공지능 기반의 클라우드, 센서, 빅데이터로 작동하는 자율주행차로 보는 시각도 있지만 정답은 아니다. 자율주행차는 모빌리티의 최종 목적지가 아니라 일종의 수단이며 생태계의 일원이자 당장 많은 플레이어들이 뛰어들어 수익을 낼 수 있는 플랫폼에 불과하다. 그렇다고 스마트시티도 최종 목적지가 될 수 없다. 모든 기술과 디바이스가 하나로 묶여 유기적으로 움직이는 스마트시티도 모빌리티 업계의 비원으로 꼽을 수 있지만, 스펙트럼만 넓어졌을 뿐 최종 목적지는 될 수 없다.

모빌리티 업계의 최종 목적지는 ‘이동하는 모든 것’에 있다. 개인의 자동차를 공유하거나, 혹은 택시를 플랫폼으로 끌어들이거나 전동 스쿠터 및 전기 자전거를 끌어들이는 것. 심지어 도보로 이동하는 모든 것을 품어내는 것이 모빌리티 업계의 최종 목적지다. A라는 출발지에서 B라는 도착지까지 얼마나 효과적이고 빠르게, 경제적이고 재미있게 이동할 수 있느냐다.

타다 VCNC를 두고 ‘연결만 지원하는 것이 무슨 혁신이냐’고 비판하는 일각에서는 이러한 ‘이동하는 모든 것’의 개념을 두고 ‘단순히 이동하는 것이 무슨 혁신이냐’고 지적할 수도 있다. 화려하고 강력한 기술력이 눈에 보이지 않는 상태에서 나올 수 있는 최악의 오해다. ‘이동하는 모든 것’이라는 최종 목적지에 도달하기 위해서는 그 플랫폼 아래에서 방대한 이동 데이터를 재조합하고 유기적으로 연결하는 작업이 필요하며, 이를 실시간으로 제공하며 플랫폼을 유지해야 하는 어려운 일을 수행해야 하기 때문이다. 또 이동에 필요한 5G 등 통신 네트워크, 시스템을 조율하는 인공지능 및 빅데이터, 클라우드의 기술력도 고려해야 한다.

당연히 이 과정에서 창출되는 기대효과도 생각해야 한다. 가상현실 및 증강현실이 이동하는 승객의 눈 앞에 펼쳐지고 오프라인 거점 중심의 O2O 콘텐츠 및 서비스가 만개한다고 생각하면 답은 나온다.

이런 관점에서 우버는 현명하고 빠른 행보를 보이고 있다. 우선 트랜짓 티켓팅은 우버가 주장하는 ‘이동하는 모든 것’을 품어내는 최적의 방식이다. 현존하는 대중교통을 자사의 플랫폼에 넣어 승객의 이동 사용자 경험을 최고치로 끌어올릴 수 있기 때문이다. 자연스럽게 구사업과의 협업도 매끄럽게 진행된다. 최근 우버가 국내에서 택시와의 협업을 추구하면서 “택시도 대중교통”이라고 주장한 대목을 천천히 곱씹어볼 필요가 있다. 우버는 자사 플랫폼에 외부의 플랫폼을 넣으며 후자에 ‘대중교통’이라는 패러다임을 이입한 후 사회적 갈등을 무마시키며 ‘이동하는 모든 것’을 차지하는 로드맵을 영악하게 전개시키고 있다.

물론 우버가 트랜짓 티켓팅을 통해 ‘이동하는 모든 것’을 완벽하게 장악했다고 보기는 어렵다. 그러나 최종 목적지에 가장 가까이에 온 것은 명확해 보인다. 우버는 자가용 기반의 승차공유는 물론 택시와의 협업에 이어 전동 스쿠터 및 전기자전거를 품었고, 길게는 플라잉 택시까지 염두에 두고 있다. 우버가 어느날 대기권을 날아다니는 우주선을 개발한다고 해도 전혀 놀랍지 않은 이유다.

여기에 트랜짓 티켓팅은 ‘이동하는 모든 것’을 품어내려는 우버의 ‘마지막 퍼즐 조각’이 될 전망이다.

원래 우버 트랜짓의 목표는 대중교통을 강하게 품어내어 자사 플랫폼에 완전히 녹여내는 것에 있다. 그러나 현재의 기술력이 아직 여기까지 도달하지는 못했으며, 일단은 티켓팅을 지원하는 선에 머물러 있다는 설명이다. 다만 기술이 발전하면 우버는 추후 대중교통의 시간표를 분석하고 교통체증을 미리 예측하며 최적화된 경로 알고리즘을 빠르게 도출해내는 기업이 될 가능성이 높다. 이러한 ‘근육’은 우버의 전체 플랫폼 하단에서 모든 이동수단의 유기적인 연결을 끌어내어 ‘이동하는 모든 것’을 완성하게 해주는 마중물이 될 전망이다.

▲ 우버 트랜짓 티켓팅이 라스베이거스에서 가동된다. 사진=최진홍 기자

닭쫒던 개, 지붕만 쳐다본다

최근 국내 모빌리티 업계에서는 긍정적인 현상과 부정적인 현상이 모두 발견되고 있다.

긍정적인 현상은 카카오 모빌리티와 같은 강력한 로드맵으로 무장한 ‘똑똑한 모빌리티 기업’이 등장했다는 점이며, 또 현대자동차 등에서 구독 서비스까지 해내는 모빌리티 DNA를 체화하는 장면도 역시 고무적이다. 최근 정부 주도로 레벨3 자율주행차 기술 발전에 나서는 것도 업계에서는 ‘희망적인 시그널’로 바라보고 있다.

그러나 카풀 및 타다 서비스의 어려움은 국내 모빌리티 업계가 기형적으로 크고 있다는 부정적인 현상을 상징한다. 택시업계를 살리기 위해 모빌리티 업계가 기꺼이 연료가 되어주는 장면만 반복되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필요한 가능성 타진임에는 부족하지만 지나치게 한 방향(모빌리티와 택시업계의 협력)으로만 진행되어 문제다.

부정적인 현상과 긍정적인 현상 모두 보여지고 있으나, 기회비용 등을 따지면 역시 큰 틀에서 부정적인 현상이 부각된다고 볼 수 있다. 긍정적인 현상은 단기적 관점에서 모빌리티 산업에 ‘산소 호흡기’를 붙여주고 있으나, 무정적인 현상은 ‘이동하는 모든 것’으로 나아가려는 모빌리티의 최종 목표의 발목을 강하게 붙잡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우버는 기어이 우버 트랜짓까지 성공시키고 있다. 아직 티켓팅 수준이지만 앞으로는 더욱 강력한 플랫폼 내부의 시스템 확립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한국 모빌리티는 여기에 대응할 준비가 되었는가. 아니면, 최소한 함께 협력할 자격이라도 얻었는가. 답은 우리 모두가 알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