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신진영 기자] 서울 부동산 시장이 잠잠하다. 집값을 잡기 위한 규제가 강화될수록 서울 등 주요 시장에 대한 수요 가치는 점점 높아진다. 전문가들은 지난해 12·16대책과 고가 주택 대출 규제는 다주택자들이 시장에 물건을 내놓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서울 강남과 마·용·성(마포·용산·성동) 등에서 양도소득세 중과 한시적 배제를 노린 급매가 나오는 상황이다. 

분양가 상한제나 청약 주택을 기다리는 대기수요는 서울 내 전세로 눌러 앉은 지는 오래다. 그러나 대기수요가 전세에 몰린 나머지 전세가도 올랐다. 전세가 높아진 만큼 집주인의 보유세도 높아진다. 때문에 서울 내 몇몇 지역에서는 '반전세' 거래 건수가 늘어났다. 부동산 업계에서는 높아진 전세금을 감당할 수 없는 대기 수요가 반전세로 돌아설 가능성이 있다고 말한다.   

▲ 사진 = 이코노믹리뷰 박재성 기자

서울 내 수요가 몰리는 지역에서 전세 물량을 쉽게 찾을 수 없다. 마포구 신수동에 위치한 A 공인중개업소 대표는 "수요자들은 있지만 전세 물건이 없다"며 "워낙 전세 가격이 올라 있어서 기존 전세를 받아 살고 있는 세입자들이 이주를 안하고 전세 연장 계약을 하면서 물건이 나오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예전처럼 전세가와 매매가가 비슷하던 시절에는 이주 하면서 매매를 고려해볼 수도 있는데, 지금은 매매가가 엄청 올랐고 고가에 형성돼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10억원이 넘는 것들은 현금이 있어야 하는데, 서울은 조정지역이고 투기과열지구이니 대출이 안돼 못 산다"며 "여기는 30평형 대 전세가 18억원이다"고 말했다. 

▲ 최근 3년 간(2017년~2019년) 서울 아파트 전세 반전세 거래 건수. 출처 = 서울 부동산 정보광장

서울부동산정보광장 전세 거래 현황에 따르면, 서울 주요 인기 지역의 전세 거래량은 꾸준히 높다. 그 와중 상대적으로 규제를 '덜 받는' 지역으로 수요도 몰리고 있다. 지난해 11월~12월 서울 내 25개구 중 강남·양천·구로·송파구가 전세거래 건수가 많아졌다. 12·16대책의 타깃 지역이 아닌 관악구도 전세 물건이 귀한 상황이다. 

관악구는 정부의 전세자금대출 규제를 받는 지역은 아니다. 그러나 전세가는 계속 높아지고 있다. 봉천동에 위치한 C공인중개업소 대표는 "지은 지 20년이 된 아파트가 30평대 전세가가 5억원 선이다"고 말했다. 그는 "아직 전세자금대출을 받을 수 있는 가격이라 반전세를 찾을 필요없다"고 덧붙였다.  

서울에서 높은 전세가를 감당하기 힘든 수요자들이 반전세 물량으로 몰리고 있는 상황이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서울 내 반전세 거래 건수는 지난해 11월 930건에서 12월 1296건으로 한달에 366건이나 늘었다. 공인중개업을 하는 한 관계자는 "이미 전세물량이나 반전세물량이나 품귀 현상을 보이고 있다"고 전했다. 

▲ 서울 내 아파트 반전세 거래 건수가 늘어난 지역. 출처 = 서울 부동산 정보광장

지난해 11월부터 12월까지 반전세 거래 건수가 늘어난 구는 총 8개구로 강북·강서·관악·동대문·성북·송파·은평·종로구다. 그 중 성북구와 송파구가 많은 거래 건수 증가를 보였다. 전문가들은 지역마다 다를 수 있겠지만, 학군 수요처럼 고정 수요가 있는 지역에 반전세 물량이 증가할 수 있다고 말한다. 

서울 송파구 가락동에 위치한 '헬리오시티'는 입주 초기보다 전세가가 최고 5억원 이상 올랐다. 9510세대로 가구가 많다보니 인근 단지에 미치는 영향이 클 가능성이 높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2018년 12월에 입주한 '헬리오시티'의 전세가는 2019년 1월 전용면적 84.98㎡이 6억5000만~6억7000만원에 거래됐다. 지난해 12월 27일, 전용면적 84.98㎡이 11억원, 30일에 같은 평수가 11억5000만원까지 거래됐다. 

임병철 부동산114 수석연구원은 "12월 전세가 변동률과 지난 4분기 서울 입주물량을 비교해본 결과, 대체적으로 서울은 입주 물량이 많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송파구 같은 경우는 지난해 4분기 700가구 정도 입주했지만 이전 두 분기는 거의 입주 물량이 없었다"며 "성북구도 역시 입주 물량이 있었지만 4분기 들어서 급격히 줄었다"고 설명했다.  

서울 송파구 전세가격은 많이 올랐다. 임 수석연구원은 "지난해 4분기만 봤을 때 송파구가 전세가가 많이 올랐다"며 "2.42%의 상승을 보였다"고 말했다. 이어 "전세 보증금이 많이 오를때 반전세 물량이 늘어났던 때처럼 전세가가 올라 반전세 물량이 늘어났을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 사진 = 이코노믹리뷰 박재성 기자

다만 임 수석연구원은 "전세 물량 품귀현상으로 반전세가 늘어나는 건 지역에 따라 틀릴 것이다”고 말했다. 이어 "현재까지 서울 지역이나 경기도쪽 보면 입주 물량이 크게 줄어든건 아니다"며 "전세 가격이 최근 2~3년만 해도 두 자릿수 이상 올랐지만 올해 그렇게까지 오르는 상황은 아니기 때문에 현 상황에서 반전세 물량이 크게 늘었다고 보기에는 아직 이를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최근 정부는 전월세 상한제와 계약갱신청구권 도입 등 세입자들을 지키기 위한 정책을 추진 중에 있는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