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장서윤 기자] 미국과 이란 간 전면전 가능성이 고조되면서 유가와 금값을 비롯해 원자재 가격이 이틀째 큰폭 상승하고 있다. 유가는 6일 선물시장에서 이틀째 급등세를 유지, 배럴당 70달러선을 돌파했고, 금값도 온스당 1600달러 돌파를 눈앞에 두며 6년래 최고가를 기록했다. 미국과 중국의 무역협상 1단계 합의로 한숨을 돌린 아시아 증시도 지난 4일에 이어 이틀재 급락했다.

6일(현지시간)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싱가포르거래소에서 브렌트유 3월물 선물시세는 한때 전장 대비 싱가포르시간 기준 오전 9시11분에는 70.04달러에 거래됐다. 런던 ICE 선물거래소에서 브렌트유 3월물 가격은 전 거래일 종가보다 2.2% 상승한 배럴당 70.11달러에 거래됐다.

인도분 서부텍사스산원유(WTI) 2월물 가격도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1.9% 뛴 64.27달러를 나타냈다.

싱가포르 소재 에너지조사기관 반다나 인사이트의 설립자 반다나 하리는 블룸버그 통신에서 "석유는 모든 헤드라인에서 상승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이어 "미국과 이란은 지난 주말 순차적으로 더 큰 위협을 주고받았고 이란은 2015년 7월 체결했던 핵협상에서 손을 뗐다"면서 "아랍의 봄 이후 중동지역에서 최악의 위기가 닥칠 수 있는 급속한 하향곡선을 그렸다"고 설명했다.

한편, 미중 무역협상 1단계 합의로 잠깐의 한숨을 돌렸던 아시아 증시는 느닷없는 중동발 악재에 일제히 하락했다. 대외의존도가 높은 아시아 국가들은 원유가격과 금가격의 요동은 큰 악재이기 때문이다.

오전 장에서 닛케이 225 지수는 2% 하락한 2만3195.88에, 홍콩 항셍 지수는 0.7% 떨어진 2만8261.56으로 거래됐다. 한국의 코스피 지수는 1% 떨어진 2154.24로, 호주의 S&P ASX 200 지수는 0.3% 떨어진 6716.20에 거래되고 있다. 이밖에 인도의 센섹스 지수는 1% 하락한 4만1038.19에 거래되고 있으며 대만과 동남아시아 등 다른 국가들의 주가 역시 하락세이다.

다만 상하이 종합지수만은 0.6% 상승한 3101.98로 올랐다. 인민은행이 이날부터 은행 지급준비율을 50bp 인하로 유동성 공급에 나섰고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과의 미-중 1단계 무역합의 조인식을 위해 중국 관리들이 다음주 워싱턴을 방문할 것이라는 소식 때문이다.

지정학적 리스크에 안전자산에 대한 인기가 높아지면서 국제 금값도 급등해 6년 8개월여 만의 최고치로 치솟았다. 이날 오전 8시 금 현물 가격은 전날보다 온스당 2.3% 오른 1588.13달러를 기록했다. 이는 2013년 4월 이후 최고 수준이다. 금 선물도 시카고상품거래소(CMX)에서 2.5% 오른 1590.90달러에 거래됐다.

이날 자동차 매연 감축 촉매로 쓰이는 팔라듐은 1.2% 상승하며 온스당 2013.90달러를 기록, 사상 최고가를 경신하기도 했다.

미국과 이란간 갈등은 지난 3일 미국이 이라크 바그다드 공항을 공습해 이란 군부 실세인 거셈 솔레이마니 장군을 사살하면서 시작됐다. 이란은 미국에 '피의 보복'을 천명하며 이란 핵합의 탈퇴 등 보복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4일 자신의 트위터에 "이란이 미국인이나 미국 자산을 공격할 경우 미국은 이미 이란과 이란 문화에 매우 중요한 52곳의 목표지점을 선정해놨다“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