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새해를 맞으면서 의식처럼 신년에 어울리는 책을 몇 종 읽고, 새 다이어리를 장만해서 첫 장에 그해의 모토를 써 넣습니다.

다이어리를 펼칠 때마다 그 모토를 보고는 거울로 삼고자 함이었지요.

대개 연말에 생각해서 정하게 되는데 이번에는 당초 생각했던 경구를 바꾸느라 조금 늦어졌습니다.

작년 말에 신년의 모토로 정한 것은 ‘평생 삶의 결정적인 순간을 찍으려고 발버둥쳤으나, 삶의 모든 순간이 결정적인 순간이었다‘였습니다.

프랑스의 대표적인 사진가였던 앙리 까르띠에 브레송의 말입니다.

사진가의 말이니 결정적인 순간이라는 표현이 더 다가옵니다만, 내 경우는 ‘현재’를 더 즐기고, 중요시하자는 취지에서 그 말을 선택하게 되었었지요.

그런데 신년 그러니까 올해가 바로 많이 꿈꾸고, 얘기해왔던 2020년인 것을 새삼 생각했습니다. 딱 떨어지는 2020년, 세계적으로도, 국가적으로도 2020년을 목표로 정한 것이 참 많지 싶습니다.

개인적으로도 2020년이 되면 많은 것이 달라져 신세계가 열릴 거라 생각했던 것 같습니다.

물론 2020년 말까지 온전히 1년이 남았지만, 신세계는 안 올 듯합니다.

허망한 목표가 어그러진 것은 그렇다 치더라도 2020년을 여느 해처럼 넘겨서는 안 되겠다는 생각을 갖게 되었습니다.

훗날 2020년을 기억할 때 여러 의미에서 이정표였다는 자국을 남기는 걸로 말이죠.

첫 출발로 금년 모토를 다시 탐색하고 정해봅니다.

‘열심히 꾸준히 끝까지’

어린 시절 초등학교 급훈 같아 보입니다만, 여전히 도전에 방점을 두고자 한 내 마음의 선택입니다.

이것은 일본 아키하바라에서 오늘도 소위 아이돌 스타를 꿈꾸며 몸이 부서저라 노래하고, 춤추고, 웃으며 훈련하는 평범한 아이돌 지망생들의 캐치프레이즈입니다.

대개 동경 아키하바라하면 전자 상가를 생각하는데, 거기가 10여년 전부터 이런 젊은이들이 모여 서브 컬추어 양성소로 통하며 마니아 문화 발신기지가 되고 있다합니다.

그 어둡고, 열악한데서 그들이 열창과 열정, 정성과 땀으로 오늘을 빚으며 내일의 빛나는 무대를 꿈꾸고 있다고 합니다. 그 도전이 절실해 보였습니다.

평온하게 인생 후반전이 펼쳐지길 기다릴게 아니라, 그렇게 새해 도전하고 싶습니다.

‘열심히 꾸준히 끝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