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최지웅 기자] 최근 인구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되면서 노인성 질환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신체 기능이 약해지고 각종 퇴행성 질환에 노출되기 십상이다. 특히 대표적인 노인성 질환인 알츠하이머로 인한 사망률이 높아지고 있다. 지난해 한국인 10대 사망 원인에 처음으로 알츠하이머가 포함됐을 정도다. 갈수록 노인성 질환의 심각성이 커지면서 이를 극복하기 위한 연구도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금주에도 노인성 질환과 관련된 연구발표가 주를 이뤘다.

'치매' 주범 따로 있었다

뇌 신경세포 표면 단백질인 베타 아밀로이드의 응집(플라크)이 알츠하이머의 '주범'이라는 기존 가설에 또다시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5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미국 재향군인 샌디에이고 헬스케어 시스템의 케슬리 토머스 박사 연구팀은 지난달 30일 치매 초기의 미세한 인지기능 저하는 베타 아밀로이드 플라크 출현 이후가 아니라 그 전에 시작된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이는 베타 아밀로이드의 침착으로 플라크가 형성되면서 치매 증상을 일으킨다는 기존 학설을 뒤집는 결과였다.

연구팀은 747명(평균연령 72세)을 대상으로 베타 아밀로이드 플라크의 출현과 증가 속도를 비교하기 위해 다양한 연구를 진행했다. 그 결과, 치매의 주범은 베타 아밀로이드 플라크가 아닌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이번 연구결과를 바탕으로 치료의 표적을 바꿀 필요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베타 아밀로이드의 응집이 알츠하이머 치매의 주범이라는 기존 학설에 또다시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출처=서울대병원

치매의 주원인으로 알려진 베타 아밀로이드 플라크에 대해 의혹을 제기하는 연구결과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4월 베타 아밀로이드 플라크를 표적으로 하는 신약 후보물질인 '베루베세스타트'의 임상 3상이 조기 종료됐다. 이 약이 투여된 치매 환자는 뇌 신경세포와 뇌척수액에서 모두 베타 아밀로이드 플라크가 줄었지만 치매 증상이 완화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아울러 케슬리 토머스 박사 연구팀은 이번 연구를 통해 또 다른 치매 원인으로 지목된 뇌 신경세포 내부 단백질인 타우의 엉킴 현상이 인지기능의 저하와 꾸준한 연관이 있는 것으로 분석했다. 지금까지 베타 아밀로이드의 응집과 타우 단백질 엉킴이 모두 치매를 유발하지만 베타 아밀로이드 응집은 '주범'이고 타우 단백질 엉킴은 '공범'으로 여겨졌다. 이번 연구결과는 미국 신경학회 학술지 '신경학' 온라인판에 게재됐다.

노인 우울증, 객관적 평가로 맞춤형 관리

노인 우울증을 객관적으로 분석할 수 있는 알고리즘이 개발됐다. 이번 평가도구 개발에 따라 노인 우울증을 사전에 예측해 효과적으로 관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연세대 간호대학 김희정 교수팀은 세브란스 헬스IT산업화지원센터 지원을 통해 지역사회 내 거주 중인 독거노인 우울군을 정확히 선별 가능한 알고리즘을 구축했다고 31일 밝혔다. 한국연구재단 지원으로 진행된 이번 연구결과는 해외학술지 '의학인터넷연구저널 자매지 모바일헬스 및 유헬스' 최신호에 게재됐다.

노인들은 직장에서 은퇴, 그로 인한 경제적 능력 상실, 사회적 고립, 배우자 사망 등을 원인으로 우울 현상을 겪게 된다. 이러한 노인 우울증은 고혈압, 심장병 등 순환기 질환이나 치매와 같은 정신질환 등의 합병증 발병 가능성을 높인다. 때문에 우울증을 제때 진단해 관리하지 못한다면 질병 치료를 위한 사회적 비용 증가는 물론 자살과 같은 극단적 선택으로 이어질 수 있다.

하지만 노인 우울증은 노인이 호소하는 주관적인 우울감만으로 우울증을 진단하기에는 증상의 비정형적 특성이 있어 예측하기 어렵다. 또한 우리나라 노인들은 본인이 지각하지 못하거나 혹은 우울 증상을 정확히 보고하지 않는 경향이 있어 대상자를 객관적으로 선별하기 힘든 실정이다.

▲노인들은 직장에서 은퇴, 그로 인한 경제적 능력 상실, 사회적 고립, 배우자 사망 등을 원인으로 우울 현상을 겪게 된다. 출처=픽사베이

연구팀은 2016년부터 2017년까지 65세 이상의 재가 독거노인 47명을 대상으로 주간 활동량, 환경적 빛 노출, 수면 패턴 등의 평가요소를 적용해 우울증 정도를 평가했다. 2주간 활동기록기(Philips Actiwatch Spectrum PRO)를 통해 생체측정 지표를 수집하고, 하루 4번씩 대상자들의 주관적 우울감을 1~10점을 기준으로 측정했다. 조사결과 우울감을 호소한다고 했던 47명의 대상자 중 실제 우울증이 있는 대상자는 18명으로 파악됐고, 우울감을 호소했으나 우울증이 아닌 대상자는 29명으로 나타났다. 즉, 주관적인 우울감만을 기준으로 판단했을 때 47명 독거노인 모두 우울감을 호소하고 있다고 하였지만, 객관적인 분석 결과, 18명만이 우울군으로 식별됐다.

우울군으로 식별된 집단은 활동량이 90.5를 기록한 반면 비우울군은 67.4로 25.6% 가량 낮게 나타났다. 우울감이 없이 좋은 기분을 평가한 생태순간평가에서도 우울군은 5.1점, 비우울군은 6.6점으로 우울군에서 심리적으로 우울감이 심한 것으로 확인됐다.

하루 1회, 1주일이상 주관적인 우울점수인 생태순간평가와 함께 생체측정 지표인 주간 평균 활동량, 환경적 빛 노출 차이(특히 오후 4~8시), 일별 수면의 질 만으로 90%이상 우울군 선별이 가능했다.

연구팀은 이번 연구를 통해 활동량과 주간 빛 노출, 수면 패턴 등 활동지표로 그동안 우울 선별을 위한 노인 우울 척도(GDS)나 해밀턴 우울척도 등 임상도구를 사용하지 않고 우울증 정도를 측정하는 알고리즘을 구축했다. 이번 알고리즘 구축으로 그 동안 파악되지 않은 노인 우울증을 측정할 객관적 지표가 마련돼 노인 맞춤형 관리가 이뤄질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김희정 교수는 "이번 연구를 통해 대상자를 객관적으로 선별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며 "노인, 특히 독거노인의 정신건강을 지속적으로 평가하여 증상 중심의 개인 맞춤형 중재 프로그램과 지역사회 서비스의 통합과 실무로의 확산을 촉진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파도소리로 만성이명 치료

파도소리 등 자연의 소리로 이명을 치료할 수 있는 길이 열린다.

고려대 안산병원 이비인후과 최준 교수팀은 해양수산부와 함께한 실험을 통해 바다의 파도소리 등 자연에서 나오는 백색소음이 만성이명 완화에 도움이 됐다고 밝혔다.

이명이란 외부의 소리자극 없이 환자 자신의 귀에서 소리가 들리는 증상이다. 한쪽 또는 양쪽 귀에서 웅웅거리는 소리가 들리는 증상이 있다가 없어지기도 하고 계속해서 들리는 경우도 있다. 이명은 청각기관 자체에서 발생해서 다른 사람이 느끼지 못하고 환자만이 느끼는 주관적 이명이 대부분이며, 동반증상 없이 단독으로 발생하는 경우는 비교적 드물고, 대개 난청, 어지럼증, 귀가 꽉차고 먹먹한 느낌의 이충만감, 전신의 피로감 등과 같은 증상을 동반하는 경우가 많다.

이번 실험은 이러한 해양치유산업의 일환으로 전향적 연구형태로 진행됐으며 6개월 이상 만성이명을 호소하고 있는 18명의 환자들을 대상으로, 경상북도 울진군을 방문하여, 힐링 하우스에서 5일 동안 하루 최소 1시간 이상의 자연의 바다소리 노출과 매일 아침 2시간씩 해안에 위치한 야외공간에서 해양치유를 통한 휴식 및 명상 등을 함께 시행했고 다양한 이명검사설문과 호르몬검사를 시행했다.

그 결과 이명으로 인한 신체, 정서, 사회적 영향을 평가하는 이명장애설문지(THQ)의 결과로 15% 가량 호전된 이명이 약 1개월 까지 지속되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대표적인 스트레스 호르몬으로 알려진 에피네프린은 약 32% 감소, 행복호르몬으로 알려진 세로토닌은 약 220%의 증가를 보임으로써 이명환자에게 효과적인 치료방법이 될 수 있음을 확인했다.

▲이명이란 외부의 소리자극 없이 환자 자신의 귀에서 소리가 들리는 증상이다. 출처=Massachusetts Eye and Ear

해양치유는 독일을 비롯한 유럽에서 19세기부터 해양치유단지의 조성으로 활발하게 치료와 연구의 성과가 발표되고 있으며 국내에는 해양수산부와 고려대학교 해양치유산업연구단이 공동으로 의료·바이오를 연계해 질병의 치료와 재활을 목적으로 다양한 의학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최준 교수는 “바다소리는 깊은 수면상태의 파장인 델타파와 가까운 주파수를 가지고 있으며 이는 사람에게 심리적으로 안정감을 주는 효과가 있다”며“뉴런활동을 증가시키고 이명의 완화를 유도하는 음향요법에 델타파와 백색소음의 효과를 함께 가지고 있는 바다소리를 이용한 소리치료를 함으로써 만성이명치료에 적용할 수 있는 가능성을 확인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최 교수는 “이번 연구는 단기간의 결과이지만, 해양의 바다소리가 이명환자에서의 주관적인 증상의 완화와 더불어, 신경전달물질인 에피네프린의 감소와 세로토닌의 증가에 영향을 주는 것으로 확인되었기 때문에, 약물치료와 병용하여 사용할 수 있는 가능성을 기대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