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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재초환 합헌 일주일, 강남 재건축 단지 당혹감속에 "장기전 대비""발생치 않은 미실현 이익인데 가구당 수억원 금전적 부담"

[이코노믹리뷰=우주성 기자] “설마 설마 했는데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가 합헌 결정이 날지는 몰랐다. 지금 조합원들은 그냥 하늘만 쳐다보고 있는 상황이다” - 서울 강남구 대치동 A 조합장

“재건축 추가 이익, 발생도 하지 않은 이익인데 부정확한 근거로 조합원들에게 과중한 금전적 부담을 전가하는 것은 문제다" - 대치쌍용1차아파트 조합장

재건축 사업자들에게 익숙한 악재 중 하나가 결국 돌아올 수 없는 선을 넘었다. 헌법재판소가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이하 재초환)에 대해 지난 해 12월 27일 합헌 결정을 내린 것이다. 이미 재초환의 적용 대상이 된 재건축 단지들은 사실상 충격과 무력감에 빠진 상황이다. 대치동 은마아파트 등 사업이 완전히 초창기인 단지들은 재초환보다는 12.16대책 여파에 대한 걱정이 더 크지만, 이번 재초환 합헌 결정으로 인해 자의반 타의반 재건축 장기전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조합 설립단계까지 진행된 강남 4구의 재건축 단지들은 분양가 상한제 지정과 12.16 대책에 이어 재초환 합헌으로 더욱 큰 타격을 받는 모습이다. 일부 단지들을 중심으로 이미 호가 하락도 지속되고 있다. 자포자기 상태의 조합 내부에서는 사업 연기와 포기 의견도 나오고 있다. 정비사업 물량이 서울 주택 공급의 70%를 차지하는 만큼 향후 서울 내 공급 축소가 현실화되지 않을까하는 우려는 더욱 커지고 있다.

"은마 등은 12.16 대책 영향 커, 내부 도색 등 사업 장기화 대비”

이번에 합헌 결정이 난 재초환은 재건축 종료시점인 준공인가 시점의 집값에서 개시시점인 추진위원회 설립 승인시의 집값과 정상주택가격 상승분, 개발비용을 차감한 금액이 1인당 평균 3000만 원을 넘을 경우 초과금액 구간별로 10~50% 누진 과세하는 제도다.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도 재초환 적용 대상으로 지목된 단지 중 한 곳이다. 4424명이 소유주로 등록된 해당 단지 재건축 추진위원회의 반응은 의외로 아직까지는 덤덤한 편이었다.

▲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 전경. 사진=이코노믹리뷰 우주성 기자

‘은마아파트 주택재건축정비사업 조합설립추진위원회’의 한 관계자는 “현재로서는 크게 눈에 띄는 동요는 없다”고 운을 뗐다. 그는 주민들이 어느 정도 이런 결정이 나올 것을 예상하고 있었다는 반응을 보였다고 설명했다. 해당 관계자는 “관련 문의도 많이 오지 않았다. 어차피 분양가 상한제와 재초환이 적용될 것으로 생각한 주민들이 많았다. 사업 기간이 아직 많이 남아 있는 점도 이런 반응을 보이는 이유”라고 말했다. 다만 합헌 결정이 나면서 추진위원회도 사업 장기화에 고민하고 있는 듯 했다. 그는 “앞으로 사업의 불확실성이 더 커졌다. 제도나 상황이 어떻게 변할지 알 수 없게 되면서 사업 추진이 더욱 어렵게 됐다”고 덧붙였다.

한 은마아파트 인근의 중개업소 관계자는 “추진위 측도 사업이 장기화 되는 것은 이미 각오하고 있는 것 같다. 리모델링 등 사업방향은 바꾸지 않겠지만 사업 장기화로 이미 내부 도색이나 수리 등을 하거나 끝마친 상황이다. 현재 시점에서 사업 장기화에 대비하겠다는 의미”라고 이야기했다. 그는 “어느 정도까지 장기화 될지는 알 수 없다는 점 때문에 단기적으로는 재초환 이슈 자체는 제한적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해당 단지는 재초환이 이슈라기보다는 12.16 대책의 영향이 더 크다는 것이 중개업자들의 주장이다. 인근 공인중개업소 관계자에 따르면 은마아파트는 이미 12.16 대책 이후 호가와 문의가 크게 하락하는 모습을 보였다. 대치동의 한 중개업자는 “12.16 대책이 워낙 강력해서 현재 재초환 결정이 은마 아파트의 호가 하락에 주는 영향은 크게 없다”면서도 “앞으로 사업이 진행되면 장기적으로는 영향 줄 수 있을 것”이라고 답했다. 해당 업자에 의하면 은마아파트의 경우 이미 12.16 영향으로 현재 84㎡ 기준 23억원까지 치솟던 호가가 현재는 20억원 밑으로 떨어졌다. 매수 문의도 대책 이후 거의 끊긴 상황이다.

강남구 압구정동의 ‘압구정 현대6차 아파트’ 역시 현재 추진위원회 단계인만큼 주민들은 재초환 이슈에 관해 더 크게 체감하지 못하는 반응을 보였다.

▲ 강남구 압구정동 현대6차 아파트 전경. 사진=이코노믹리뷰 우주성 기자

압구정 현대 6차 아파트의 재건축 추진위원회 부위원장은 “우리 단지는 재건축을 시작하는 초기 단계고 재초환은 사실상 준공 이후 닥칠 상황이라 주민들이 크게 염려하지는 않는다. 다만 현재 추진위 단계에서 우리가 가장 걱정하는 점은 서울시에서 2016년 10월 지구단위 계획 발표했음에도 지구단위를 확정고시를 하지 않아 사업이 연기되고 있다는 부분”이라며 “이런 상황에서 재건축 사업이 길면 10년에서 15년 이상은 걸릴 수 있어 재초환 합헌 결정은 참고만 하고 있는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인근 중개업소들의 반응도 유사하다. 단지 내 한 중개업자는 “일단 이곳은 재건축이 이른 시간 내에 진행될 가능성은 없다. 아파트 자체는 오래됐지만 재건축 진행에서 현재 인허가 절차가 많이 남아 있어 10년 이내 사입이 진행될 가능성이 거의 없다. 그러다보니 일몰제라던지 재초환 등의 이슈가 호가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할 것”이라고 말했다.

“분담금만 수 억대 넘을 판, 반 자포자기 사업 포기 의견도”

이에 반해 사업시행 인가와 조합 설립까지 진행한 사업 초기 일부 재건축 단지들은 호가 하락이 이어지고 있다. 일부 조합은 당혹감과 함께 격앙된 반응을 보이면서 사업 추진 포기도 거론되고 있다.

▲ 강남구 대치동 쌍용1차아파트 전경. 사진=이코노믹리뷰 우주성 기자

2018년 10월 사업시행인가를 획득한 강남구 대치동 대치쌍용 1차 아파트 재건축 조합은 현재 재초환 합헌 판결로 사업을 중단하거나 포기할 위기다. 이미 시공사 선정 등을 유예하면서 사실상 사업을 중단해 왔는데, 그 이면에는 초과 이익 환수금 문제 등이 가장 컸다. 그런데 이 점이 확정 지어진 것이나 마찬가지가 됐기 때문이다.

'대치쌍용1차아파트 주택재건축정비사업조합'의 사무실에서 직접 만난 이동환 재건축 조합장은 “재초환 합헌으로 조합원들이 적잖이 당황한 상태다. 사업 진행을 반쯤 자포자기한 상황”이라고 털어놨다.

이 조합장은 “설마설마 했는데 합헌 결정이 나오면서 곤혹스럽다. 조합원들도 굉장히 당혹해하고 있다. 헌법재판소의 결정이니 향후 어떻게 대응할 방법도 찾기 어렵다. 낙관한 것은 아니지만 정말 합헌이 날지는 몰랐다”고 토로했다. 실제 대치쌍용1차 재건축 조합도 2018년 3월 재초환에 대한 위헌제청법률심판에 추가 참여한 바 있다.

▲ 강남구 대치동 쌍용1차 아파트 재건축 조합 사무실. 사진=이코노믹리뷰 우주성 기자

이 조합장은 “재건축 추가 이익이라는 것이 결국 발생도 하지 않은 이익”이라면서 미실현된 이익이라는 부정확한 근거로 조합원들에게 과중한 금전적 부담을 전가하는 것이 문제라고 거듭 강조했다. 그는 “재산권 행사도 사실상 막히는 판인데 재초환 합헌으로 가구당 수억의 사실상 큰 금전적 부담을 지게 됐다”고 말했다.

이 조합장은 “나중에 관리처분 인가를 거치고 이주단계에 들어갈 때도 금전 등에서 곤란을 겪을 조합원이 많을 텐데 어떻게 초과이익환수금을 물리겠다고 하냐”고 불만을 토로하기도 했다.

이 조합장에 따르면 현재 일부 조합원들 사이에서는 사업의 무기한 연기와 사업 포기 의견까지 나오고 있다. 이 조합장은 “지금 일부 조합원은 '아예 사업을 하지 말라는 이야기 아닌가'라고 반문하고 있다. 실제 사업 포기 목소리도 심심치 않다”면서 “사업을 진행해야 한다는 사람들 중에서도 '이렇게 할 바에야 지금 할 필요가 없다. 서두르지 말고 차라리 최대한 사업을 늦춰서 가자'고 이야기하는 사람이 많다”고 이야기 했다.

이동환 조합장은 “결국 추후 향방은 조합원들의 의견을 듣고 결정해야겠지만 재초환 합헌 이후로 현재 의견이 나뉘고 마땅한 방법도 없어 고민이다”라면서 고충을 토로했다. 그는 “한 마디로 자포자기 상태에서 하늘만 쳐다보고 있는 셈”이라고 하소연 했다.

해당 단지 역시 12.16 대책으로 호가 하락 등을 보인데 이어 재초환 합헌으로 추가 하락 가능성이 있다고 단지 인근의 중개사들은 지적하고 있다. 해당 업자는 “현재 쌍용 1차의 102㎡의 매매가격은 20억7000만원에 나와 있다. 12.16 대책 이전에는 22억원이었는데 1억원 이상 떨어진 것이다, 문의도 줄어든 상태다”고 말했다.

그는 “매물이 그렇게 많지 않아서 더 이상 크게 하락할 일은 없겠지만 그래도 재초환이 걸리기 때문에 가격 상승에는 방해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고 답했다. 해당업자는 또 “이번 합헌 결정으로 아마 이미 중단한 사업의 재개시 시점을 더욱 늦추지 않을까 생각한다. 시장이 잠잠해지거나 법이 완화될 때를 기다리는 것도 있고, 사업을 아예 늦추면서 재건축초과이익환수분을 더 줄이려는 의도도 있을 것”이라고 이야기했다.

“서울시와 정부가 사업 늦추고 책임 전가해”

3930세대의 송파구 잠실동 잠실주공 5단지 역시 2013년 조합설립인가를 거쳤지만 현재 계속해서 건축심의 등 인허가 단계에서 사업이 지연되고 있다.

▲ 송파구 잠실동 잠실주공5단지 전경. 사진=이코노믹리뷰 우주성 기자

잠실주공5단지 재건축 조합의 자문단장은 서울시의 인허가 지연으로 각종 규제에 노출이 되는 지경이라고 불만을 토로했다. 해당 자문단장은 “서울시의 인허가 승인이 지연되면서 각종 금전적 부담과 분담금을 크게 늘리게 됐다”라면서 “재건축추가이익환수금 등으로 분담금이 세대당 수천만원에서 수억원만 되더라도 전체 수천억원이 훨씬 넘어가게 된다. 금전적으로 엄청난 손해가 되게 생겼다”고 말했다. 그는 “안 그래도 인허가로 인한 사업 지연 때문에 가만있어도 조합원들이 불만인 상황인데 재건축초과이익환수와 분양가상한제도 다 걸리게 되면서 조합원들의 불만이 폭발할 지경이다”라고 이야기했다.

잠실동의 한 부동산 업자는 “해당 단지의 경우 12.16 대책 이후로 문의가 하락하고 거래도 완전히 끊겼다. 부동산 대책의 영향과 함께 재초환의 영향도 있겠지만 합헌 결정 이후 일주일새 새 호가가 더 하락하거나 문의가 줄거나 그런 영향은 없다”고 답했다. 해당 업자에 의하면 현재 잠실주공 5단지의 76㎡의 경우 12.16 대책 이전 22억5000만원을 호가했지만 현재는 19억6000만원의 매물까지 나온 상황이다. 그는 “재초환 합헌이 얼마나 영향은 줄진 알 수 없지만 관련한 문의가 있는 거 봐서 영향 자체는 주고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시장은 당분간 잠잠한 분위기를 이어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사업 포기·지연 목소리 커지면서 공급 축소 우려...부과 기준 시점 등 수정해야

전문가들은 재초환에 대한 합헌 결정이 났지만 이로 인한 사업 지연과 포기 등으로 주택 공급이 빚어질 수 있는 만큼 향후 재초환 제도의 부과 기준 시점 등을 손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구철 미래도시시민연대 재건축지원조합단장은 “건축심의나 사업시행이 난 곳은 어쩔 수 없이 진행하는 단지도 있겠지만 재초환으로 해당되는 많은 초기사업장들이 절망 상태를 넘어 포기상태다”라고 말했다.

그는 “주요 재건축 사업장의 조합원들 사이에서 분양가 상한제와 재초환 등으로 이번 정부에서는 사업 진행이 힘들다는 인식과 함께 사업을 중단하자는 목소리도 점점 커지고 있다. 거기에 인허가로 인한 사업 지연까지 빚어지면서 재건축 사업은 쉽지 않은 상황이다”라고 답했다.

권대중 명지대학교 교수는 향후 분양가 상한제, 안전진단강화와 함께 재초환을 향후 서울 정비사업의 트리플 악재로 꼽았다. 이에 따라 권 교수는 재건축 사업장들이 사업을 포기하거나 연기할 수 밖에 없고 주택도시공급 역시 부족해질 가능성도 크다고 지적하고 있다.

특히 권대중 교수는 재초환 부과기준과 부과기간을 수정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그는 “기간설정에 대해 위헌 여부와 합헌 여부가 논의된 바는 없다. 추진위 구성 단계는 사실상 재건축 단계가 아님에도 재초환의 기산점이 되고 있다”면서 “재건축 추진위단계구성부터 조합 단계 사업승인단계까지는 수년 정도 걸리기 때문에 재건축 사업장에 가혹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 국토교통부가 지난 2018년 1월 서울의 20개 재건축 단지에 대한 재초환 금액을 시뮬레이션한 결과 조합원 한 명당 평균 3억7000만원 정도의 금액을 부담하게 될 것으로 조사된 바 있다. 특히 주택가격이 높은 강남 4구 지역의 조합원들은 1인당 평균 4억4000만원 금액을 부담하게 된다.

권 교수는 "따라서 사업인가시점부터 재초환의 기산 시점을 잡는 것이 좋다. 또 재건축 사업의 수익성 악화로 인한 연기와 포기가 늘면서 공급 악화와 더불어 리모델링 등 다른 시장이 성장할 가능성도 있다"고 답했다.

우주성 기자  |  wjs89@econovill.com  |  승인 2020.01.05  09: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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