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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석윤의 AI 천일야화] AI가 기업 계급구조에 미치는 영향전통적인 계급구조 붕괴 - 비일상적 업무 처리하는 인간, 느슨한 조직 더 좋아
▲ AI는 많은 직원들을 관리하기 위한 기업의 계급적 관리 형태를 근본적으로 바꿀 것이다. 출처=Nicolas Oetega

[이코노믹리뷰=홍석윤 기자] 사람들에게 인공지능에 대해 물어보면, 대부분은 어떤 일자리가 사라지고 어떤 일자리가 새로 생기는지에 대해 말한다.

그러나 사람들이 그다지 거론하지 않지만, 일자리가 사라지고 새로 생기는 것과는 상관없이, 생산성과 직원들의 사기 극대화에 중요한 다른 질문이 있다. 바로 AI가 기업의 서열 계급구조를 어떻게 바꿀까 하는 것이다.

이 질문에 대한 분명한 답은, AI로 인해 기업 경영구조가 더 중앙집중화되고 경직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AI가 관리자들로 하여금 부하 직원들이 하는 모든 일에 대한 보다 상세한 데이터를 추적하는데 도움을 주고, 이것이 경영진의 엄격한 통제 실행을 더 쉽고 매력적으로 만들어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이것은 어떤 경우에는 틀림없이 사실일 것이다. 하지만 좀 더 자세히 들여다본다면 그 반대의 경우가 일어날 가능성이 훨씬 더 높다고 생각한다. 그것은 AI가 일상적인 업무를 수행할 때, AI가 하지 못하는 비일상적인 작업은 느슨한 조직인 ‘애드호크라시’(adhocracy, 전통적 관료제 구조와는 달리 체계가 갖춰지지 않고, 융통성, 혁신성이 높은 조직) 환경에서 이루어질 가능성이 높으며, 문제 해결에 필요한 기술들을 가진 사람들은 끊임없이 이동할 것이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자동화가 크게 이루어지지 않은 전통적인 자동차 공장을 생각해 보자. 간부나 엔지니어들이 제품 설계를 결정한다. 그에 따라 많은 사람들이 공장에서 금속을 자르고 도장하고 부품을 조립하고 품질을 점검하는 일상적인 일들을 모두 해야 한다. 이 많은 사람들의 고용을 유지하고 적절하게 교육을 시키고, 일을 올바르게 하기 위해서는 몇 단계의 관리자들이 필요하다. 일상적인 일을 하는 많은 직원들을 관리하기 위한 계급적 관리 형태는 수세기 동안 잘 작동해 왔다.

하지만 AI는 이 그림을 극적으로 바꿀 것이다. 로봇은 이미 사람들이 하던 일상적인 육체적 작업의 많은 부분을 빼앗아갔고 머지 않은 미래에 로봇이 거의 모든 것을 다 하는 것을 상상하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이제 사람의 일은 주로 새 자동차와 생산 공정을 설계하고, 무언가 잘못되었을 때 기계를 수리하고, 일상 작업 중에 발생하는 문제들을 처리하는 것들 중 하나가 될 것이다.

근로자의 자유

AI 시대에 이런 비일상적인 일을 하는 사람들을 전통적인 공장 노동자들을 관리하는 방식대로 관리하려고 하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다. 컨설팅회사, 연구기관, 혁신적인 엔지니어링 그룹에서 이런 비일상적 일을 하는 근로자들은 대개 자신들이 해야 할 일과 그것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자신들의 상사보다 더 잘 알기 때문에, 그들은 그들의 일을 하는 방법에 있어서 많은 자유가 필요하다.

그것은, 업무에서 발생하는 각각의 다른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다른 그룹의 동료들과 함께 일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할 수 있다. 예를 들어 특정 기계의 고장을 수리하려면 전기 기술자와 기계 엔지니어가 동시에 필요할 수 있으며, 기계의 빈번한 고장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재료 과학자와 운영 연구원이 동원되어야 할 때도 있을 것이다. 어떤 직원은 동시에 여러 프로젝트에 걸쳐 일하는 경우도 있을 수 있으며, 그런 프로젝트의 결합은 끊임없이 변화할 것이다.

이미 1970년 대에 미래학자 앨빈 토플러는 이와 비슷한 관찰을 한 바 있다. 그는 "관료주의는 문명에 대한 지배의 고삐를 더 죌 수 없을 것”이라고 지적하고 “자동화가 관료주의를 타도할 것”이라고 예언했다. 토플러는 느슨하고 덜 계급적인 조직이 많은 계급 조직을 대체할 것이라며 ‘애드호크라시’라는 말을 사용했다.

▲ 많은 사람들의 고용을 유지하고 적절하게 교육을 시키고, 일을 올바르게 하게 하기 위한 계급적 관리 형태는 수세기 동안 잘 작동해 왔다. 출처= Infuture

어떤 의미에서, AI는 토플러가 주장한 자동화의 또 하나의 물결일 뿐이다. 예를 들어, 온라인 소매업에서 컴퓨터는 이미 실제 판매 행위의 대부분을 하고 있고, AI 알고리즘은 가격 결정을 점점 더 자동화할 것이며, 로봇이 운송의 많은 부분을 떠맡게 될 것이다. 또 법인세 신고서를 작성하는 회계사를 생각해 보자. 수치 계산은 이미 자동화되어 있고, 세법을 어떻게 적용할지에 대한 판단은 시간이 지나면서 점점 더 자동화될 것이다. 또 주택담보대출 승인 과정에서 오늘날 인간이 행하는 대부분의 작업은 향후 AI와 다른 계산 도구로 자동화될 가능성이 높다.

이 모든 경우에서 우리는 비일상적인 일을 하는 사람들은 전통적인 계급 조직에서 일하는 방식보다는 애드호크라시에 가까운 방식으로 일을 처리해 나갈 것으로 예상하는 것이 마땅하다. 예를 들어, 온라인 소매 회사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전통적인 조직보다는 전혀 새로운 유형의 제품이나 판촉을 도입하기 위해서는 전통적인 조직보다는 소프트웨어와 다른 변화를 도모하는 임시 팀을 구성하는 등 필요에 따라 스스로 조직을 구성할 수 있다(self-organized). 회계법인은 인간 회계사들이 새로운 세금 규정과 그에 맞도록 일을 처리하는 데 필요한 소프트웨어와 마케팅 변화를 분석하기 위해 그들 스스로 유동적인 팀을 꾸리도록 유도할 수 있다. 또 은행도 관련 소프트웨어, 마케팅 및 보증 방법과 더불어 새로운 모기지 상품을 만들기 위한 유사한 프로젝트 팀을 운영할 수 있다.

구체적인 상황에 따라 AI 영향 다를 수 있어

물론 모든 직업이 비일상적이고 덜 관료적이 될 것이라고 말하는 것은 아니다. 사실, 오늘날의 대부분의 직업들은 미래에 자동화될 일과 그렇지 않을 일들이 모두 포함되어 있다. 예를 들어, 어질러진 침실에서 정리하는 것처럼 인간 가사도우미들에게 매우 일상적으로 보이는 일은 로봇이 감당하기에는 여전히 너무 복잡한 일이다. 그리고 소송의 초기 단계에서, 법률 회사 직원들은 키워드를 찾기 위해 많은 양의 문서를 스캔하는데, 이런 일상적인 일은 컴퓨터가 사람들보다 훨씬 더 잘 할 수 있는 일이다. 하지만 키워드 검색이 자동화되었다 하더라도, 특정 문서가 해당 사건과 관련이 있는지 여부를 결정하는 것은 여전히 인간의 상식과 법적 추론을 필요로 할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AI 도입에 따른 조직의 변화는 구체적인 상황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예를 들어, 보험회사들이 AI 시스템이 모든 일상적인 청구를 자동으로 승인하고 비일상적인 청구만 인간이 처리하도록 한다면, 인간 직원들은 아마도 보다 애드호크라시 같은 조직에서 일하게 될 것이다. 각각의 서로 다른 청구를 다루기 위해서는 특정 유형의 해당 손실 및 장소에 대한 전문가와 임시 팀을 구성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반면, 고급의류소매 체인 회사는 계산과 배송을 자동화하면서도, 동시에 여전히 많은 영업 사원을 매장 내에 고용해 고도로 맞춤화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 컴퓨터는 훌륭한 영업 사원들이 하는 사회적 기술을 결코 따라 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러한 사회적 기술은 영업사원들에게는 꽤 일상적인 것이어서 그 체인회사는 모든 지점의 영업 사원을 관리하기 위해 전통적인 계급 구조를 여전히 사용할지도 모른다. 실제로 이런 회사들은 다양한 종류의 AI 도구와 비디오 카메라를 사용해 영업 사원들이 일하는 것을 관찰, 평가, 지도함으로써 더 중앙집중화된 계급 구조를 만들려고 할 수도 있다.

모든 기업에게 중요한 것은 AI의 도입이 어느 특정한 길을 강요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고급의류 회사처럼 AI가 보다 더 중앙집중화된 계급 구조를 만들 수도 있지만, 더 많은 경우 보다 유연한 구조가 필요한 상황을 만들 것이다. 하지만 어느 경우에든 전체적인 목표는 항상 같을 것이다. 바로 사람과 컴퓨터의 각기 다른 능력을, 우리가 이전에 가졌던 어떤 것보다도 더 똑똑한 ‘슈퍼 마인드’로 결합하는 방법을 발견하는 것이다.

본 기사는 월스트리트저널(WSJ)의 ‘What AI Will Do to Corporate Hierarchies?’제하의 기사를 전문 옮긴 것임.

홍석윤 기자  |  syhong@econovill.com  |  승인 2020.01.05  11: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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