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쇼핑몰 소유주들이 오래된 쇼핑몰을 멋진 경관의 ‘생활 중심지’(lifestyle centers)로 개조하고 있는 지역에서 소매업이 살아나고 있다.   출처= Permit Advisors

[이코노믹리뷰=홍석윤 기자] 지난 10년간 소매업계는 크게 흔들렸다. 2019년 한 해 동안에만 해도 1만 개 가까운 매장이 문을 닫았다.

사람들은 소매업계가 이처럼 흔들리는 원인을 주로 온라인 쇼핑 탓으로 돌린다. 그러나 오늘날 오프라인 소매회사들은, 온라인 쇼핑 업체들의 저돌적 공격 외에도, 쇼핑몰의 노후화와, 쇼핑 경험에서 더 많은 것을 요구하는 변덕스러운 소비자들 등 또 다른 많은 도전들과 씨름하고 있다. 많은 소매업체들이 이러한 변화에서 살아남지 못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대부분의 오프라인 소매업체들은 죽지 않고 아직 건재하다. 다만 그들은 이제 막 새로운 시대로 접어들고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사실 미국의 소매업 공간은 엄청난 규모다. 미국의 소매 공간은 미국인 1인당 23.5 평방피트에서 46.6 평방피트(0.7~1.3평)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되는데, 이는 독일의 2.4 평방피트, 멕시코의 1.5 평방피트에 비하면 10배가 넘는다. 소매업체를 지탱해오던 부채는 더 이상 소매업의 성장을 지속시킬 수 없게 되었다. 현재 진행되고 있는 매장 폐쇄는 그 동안 무분별하게 확장되어 온 소매업이 자연스럽게 위축되는 것이라고 봐야 한다고 CNN이 최근 보도했다. .

미국 최초의 냉난방이 완비된 쇼핑몰인 미니애폴리스의 사우스데일 몰(Southdale Mall)이 문을 연것은 1956년이었다. 이후 이 몰은 물론, 이 몰의 뒤이어 잇따라 생긴 몰들은 메이시스(Macy’s), 로드앤테일러(Lord & Taylor) 같이 전국적인 소매 체인을 지향했고, 베이비붐 세대가 성장하면서 매장을 계속 확장해 나갔다. 이 과정에서 시내의 전통적인 소매 업체들이 사라졌다. 소매업들을 번창시킨 베이비붐 세대처럼 쇼핑몰들도 이제 은퇴 시기가 되었고, 새 쇼핑객들에게 더 편리한 온라인 옵션보다 자신들을 계속 더 애용해 달라고 내세울 이유도 마땅치 않게 되었다.

그러나 일부 쇼핑몰들은 전통적인 모델에서 진화하면서 새로운 삶을 찾고 있다. 예를 들어, 피닉스 시내에 있는 예전의 메르카도 몰(Mercado Mall)은 지금은 애리조나 주립대학교의 유명한 도시 캠퍼스의 일부가 됐다. 또 다른 쇼핑몰들은 단지 싼 물건만 파는 것이 아니라, 경험에 대한 소비자들의 새로운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해 유명 쇼핑몰 입점을 지양하고 매장 입지를 다양화하고 더 많은 상품을 제공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예를 들어, 사우스데일 몰은 몰 안에 실내 축구장을 갖추었고, 타업종과의 협업 공간을 늘리고 있다.

소매 업체들의 이러한 다양화 노력은 자본력이 풍부한 쇼핑몰 소유주들이 오래된 쇼핑몰을 가로수가 드리워진 거리, 작고 개성 있는 가게들, 푸드코트 대신 풀 서비스가 제공되는 식당을 갖춘, 멋진 경관의 ‘생활 중심지’(lifestyle centers)로 개조하고 있는 지역에서 특히 두드러진다.

▲ 계절별 임시 매장(seasonal pop-ups)이나 연중 무휴 매장 등, 지붕이 있는 전통 시장은 소프트 제품, 특히 식품 시장의 가장 주목받는 트렌드가 되었다.   출처= SimplyWall

소매 업계가 아직 완전히 죽지 않았다는 또 다른 징후는, 아이러니하게도 도시 외곽의 쇼핑몰이 쇠퇴하는 것과는 달리, 오늘날의 소비자들은 가까운 시내 거리 소매점에 몰리고 있다는 것이다. , 아이러니하게도 유서 깊은 시내 중심가 소매점들은 최근 새로운 부흥기를 맞고 있다.

미국 상위 30개 대도시 지역에서, 이처럼 걸어서 갈 수 있는 시내의 소매 매장은 그 지역의 평균보다 임대료가 83%나 더 높은데, 이는 2010년 이후 17%나 오른 수준이다.

월마트나 타깃 같은 빅박스 유통업체들도 작은 도시형 매장을 만들어 이런 경쟁적 현실에 적응하고 있다. 실제로 디지털 쇼핑의 성장과 더불어, 밀집된 주거지역 같은 일부 지역의 오프라인 소매점이 성장하고 있는데, 이는 오프라인 소매 매장이 있는 동네에서 온라인 매출이 증가한다는 이른 바 ‘긍정적인 후광 효과’(positive hal effect)에 기인한다. 이것이 안경 및 선글라스 온라인 판매회사 워비 파커(Warby Parker)나 매트리스로 유명한 캐스퍼(Casper) 같은 온라인 전용 소매회사들이 도심에 매장을 여는 이유다.

미국의 소매업은 또 전통적인 글로벌 소매 모델에서도 영감을 얻고 있다. 계절별 임시 매장 (seasonal pop-ups)이나 연중 무휴 매장 등, 지붕이 있는 전통 시장은 소프트 제품, 특히 식품 시장의 가장 주목 받는 트렌드가 되었다. 뉴올리언스의 파이선 마켓(Pythian Market), 워싱턴 DC의 이스턴 마켓(Eastern Market), 브루클린의 드칼브 마켓 홀(DeKalb Market Hall) 같은 중앙 시장들은 도시 중심에 자리잡고 있다는 접근성 때문에 큰 혜택을 보고 있고 공공 부문이나 민간 부문과의 파트너십으로 운영되기도 한다.

시장들은 또 위험, 인프라, 마케팅 및 운영을 건물주와 세입자 사이에 공유하는 방식을 재구성함으로써, 현지 기업들의 참여 기회와 지역 공예품 판매를 확대하는 혁신적인 비즈니스 모델을 추구하기도 한다. 여기에는 단위 면적당 매출이 아니라, 매출의 비중에 근거한 임대차 계약이나, 일반적인 5년 내지 10년의 장기 계약 대신 단기 임대 방식 등이 포함될 수 있다. 이러한 유연한 조건으로, 공유하는 인프라의 비용 절감과 더불어, 자본 또는 신용에 대한 접근이 제한된 지방 기업의 비즈니스 진입 또는 확장의 장벽을 낮출 수 있다. 이런 방식을 통해 그 동안 소규모 소매업자들이 진입하기를 꺼려왔던 소외된 지역사회에 매장을 여는 기회가 될 수도 있다.

이러한 긍정적인 추세에도 불구하고, 소매업계의 지속적인 붕괴는 가까운 미래에 많은 근로자들, 상점 주인들, 지역사회에 여전히 커다란 문제로 남을 것이다. 2018년 11월부터 2019년 11월까지 1년 동안 소매업계에서 3만 1400여 개의 일자리가 사라진 것으로 추정되지만, 소매업계의 변화는 새로운 활성화를 끊임없이 추구하고, 새로운 신흥 업체의 등장으로 새로운 일자리를 계속 창출할 것으로 예상된다.

공공 부문과 민간 부문이 힘을 합해 변화하는 소비자 수요에 소매업계가 적응할 수 있도록 돕는 정책, 프로그램 및 물리적 공간에 대한 투자를 아끼지 말아야 할 것이며, 더 많은 사람과 장소에서 소매업의 이익을 확대하는 혁신과 아이디어를 지원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