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출처=이미지투데이

[이코노믹리뷰=권유승 기자] 국내 보험산업의 해외투자 확대에 따른 기대효과 및 우려가 상존하는 가운데 저금리 환경을 극복하기 위해 해외투자 중심으로 자산운용을 수행하고 있는 대만 보험산업이 주목을 받고 있다.

대만 보험회사는 금리역마진 해소를 위해 보험상품 구조변경 등과 함께 해외투자를 확대했다. 대만 보험회사의 해외투자 확대는 금리역마진을 완화해 수익성 및 건전성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 것으로 평가되나, 대외 금융시장 충격에 대한 취약성을 높였다는 지적이 나온다.

대만 사례를 비교해 볼 때, 국내 보험산업이 경제적·규제적 환경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자산운용 측면에서 보험회사의 자율성을 강화하되, 보험회사가 적절한 위험관리를 수행할 수 있도록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분석이다.

5일 보험연구원에 따르면 최근 15년간 대만 생명보험산업은 해외투자 비중을 꾸준히 늘려, 2018년 기준 전체 운용자산에서 해외투자가 차지하는 비중은 69%에 달한다. 해외투자 규모는 2005년 1.8조 대만달러에서 2018년 16.3조 대만달러로 14.5조 대만달러 증가했다. 동기간 해외투자의 연평균 증가율(18.5%)은 운용자산의 연평균 증가율(11.4%)을 상회했다.

▲ 출처=보험연구원

대만 생명보험회사가 해외투자를 확대한 이유는 대만이 2000년대 초 미국 금리보다 낮은 1%대의 저금리환경이 시작돼 생명보험회사들이 금리역마진에 처했기 때문이다. 2000년대 초 미국 IT버블 붕괴로 저금리가 시작된 이후 신용카드채 위기(2005년), 글로벌 금융위기(2008년), 미·중 무역전쟁(2018년) 등이 이어져 저금리가 지속됐다. 2000년대 이전 대만 생명보험산업은 금리확정형 저축성보험 위주로 판매해 저금리환경으로 인해 금리역마진에 처하게 됐다.

▲ 출처=보험연구원

대만 보험회사는 금리역마진 해소를 위해 보험상품 구조변경과 함께 해외투자를 확대했으며, 투자환경 및 규제환경이 해외투자에 우호적이었다. 대만은 경제 규모에 비해 자본시장이 작지 않으나, 주로 주식시장 위주로 채권시장의 규모가 작다. 환율의 경우 대만이 한국에 비해 변동성이 낮고, 극단적인 상황에서의 손실위험도 낮은 것으로 알려졌다.

대만 금융당국은 보험회사 해외투자 한도를 상향시키고, 해외투자 한도에서 제외하는 투자범위를 확대했다. 2012년 외환변동성준비금(FX Volatility Reserve)을 도입해 환노출 포지션에 의한 손익변동도 완화시켰다.

대만 보험회사의 해외투자 확대는 금리역마진을 완화해 수익성 및 건전성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 것으로 평가된다. 실제로 국채 10년 금리가 0~1%대임에도 불구하고 운용자산수익률은 4%대를 보였다. 금리연동형 및 실적연동형 상품 등 금리위험에 덜 민감한 상품으로의 구조 개선에 힘입어 부채적립이율은 꾸준히 하락하고 있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인 2012년부터 수익성과 건전성도 빠르게 개선됐다.

그러나 대만 보험회사는 환위험 및 신용위험 등에 노출돼 있어 대외금융시장 충격 발생 시 건전성이 크게 악화될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대규모 순손실이 발생했고, 일부 보험회사(예: Kuo Hua Life)는 부실화돼 공적자금을 지원받고 다른 보험회사에 인수됐다. 2008년 당시 대만 통화의 가치 상승과 미국 서브프라임 모기지 관련 상품의 대규모 투자손실이 발생했다. 2016~2017년 대만의 통화 가치가 상승함에 따라 환차손이 발생해 외환변동성준비금도 크게 감소했다.

이에 최근 대만 금융당국은 보험회사의 환위험 노출을 줄이고 국내 투자를 장려하는 정책을 발표했다. 2018년 4월 보험회사의 해외투자 한도를 65%로 하되, 대만 내에서 발행되는 외화표시채권을 해외투자 한도에 포함시키는 규제안을 잠정 승인했다. 2018년 9월 RBC비율 산출 시 활용하는 환율위험계수도 기존 4.25%에서 6.61%로 상향조정했다.

황인창 보험연구원 연구위원은 “저금리 환경이 심화·지속될수록 수익성 및 건전성 측면에서 보험회사의 운용자산수익률 관리의 중요성은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며 “하지만 보험회사의 과도한 위험 부담을 통한 수익 추구(Search for Yield)는 금융안정성을 저해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

황 연구위원은 “대만과 비교해 볼 때, 국내 보험회사의 해외투자 증가로 인한 금융안정성 저해 가능성은 상대적으로 낮다”고 판단했다.

대만에 비해 한국 생명보험산업은 보장성 상품 비중이 높아 보험마진이 수익구조에서 상당한 비중을 차지하고 있어 운용자산수익률의 중요성이 상대적으로 낮다는 이유에서다. 또 해외투자 확대의 주요 목적은 대만의 경우 수익률 제고를 통한 금리역마진 해소지만, 한국의 경우 IFRS17, K-ICS 등 부채시가평가 제도 도입에 대응한 선제적 금리위험 관리라는 설명이다.

▲ 출처=보험연구원

황 연구위원은 “대만 사례를 참고해 볼 때, 국내 보험산업이 경제적·규제적 환경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자산운용 측면에서 보험회사의 자율성을 강화하도록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해외투자 한도와 같은 사전·직접 규제는 보험회사의 과도한 위험 부담을 억제하는 효과가 있지만, 보험회사의 자산운용 효율성을 떨어뜨리고 자산운용 역량을 제고하는데 걸림돌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현재와 같은 저금리 환경하에서 보험회사의 재무건전성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사전·직접 규제를 완화하여 보험회사의 자산운용 효율성 및 역량을 제고하고, 이익유보를 통해 자본확충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는 분석이다.

▲ 출처=보험연구원

황 연구위원은 “보험회사 자산운용에 대한 사전·직접 규제 완화와 더불어 보험회사가 해외투자 시 과도한 위험 부담을 통한 수익 추구 행위를 하지 않도록 적절한 위험관리를 수행하고 있는지 모니터링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그는 “보험회사 자산운용에 대한 사전·직접 규제 완화는 보험회사의 과도한 위험 부담을 통한 수익 추구를 부추길 수 있기 때문에 사후·간접 규제인 건전성 감독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며 “특히, 저금리 환경이 지속될수록 선진국에서 신흥국으로 저위험에서 고위험 자산으로 투자를 증가시킬 유인이 커지기 때문에 특정 국가 및 자산 쏠림에 대한 모니터링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이어 “환헤지 만기 현황 등을 파악하고 롤오버(Roll-over) 위험에 대한 스트레스 테스트를 정기적으로 실시해 보험회사 환헤지 전략을 주의 깊게 모니터링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