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재고정리 판매 전문 마케팅 회사 G.A 라이트 세일스의 게리 라이트 대표는 매장 폐쇄가 ‘매우 복잡한 과정’이기 때문이라고 문을 닫는 매장들이 외부 전문가의 도움을 받는다고 말한다.    출처= Patch

[이코노믹리뷰=홍석윤 기자] 미 소매업계가 폐점이 속출하며 상처를 입고 있지만 제리 로버트슨의 일은 수요가 끊기지 않는다. 그의 직업은 매장 문을 닫는 일이다.

로버트슨은 켄터키주의 선물가게에서부터 뉴욕의 가정용품 소매체인 에이스 하드웨어(Ace Hardware)까지 한 매장을 정리하기 무섭게 다음 매장을 정리하기 위해 미국 전역을 여행한다.

재고정리·페점세일 전문가(Part sales guru, part therapist)인 로버트슨은 인디애나주 아미쉬 마을에서부터 웨스트 헐리우드까지 28개 주를 돌며 폐점 업무를 도맡아 싼 가격을 찾는 고객들에게 물건 값을 대폭 할인해주고 영업 마지막 날까지 일하는 매장 직원들을 위로하는 일을 한다.

올해 60세인 로버트슨은 지난 2003년 미국의 지역 생활정보 사이트(온라인 벼룩시장) 크레이그리스트(Craiglist)에 실린 광고를 보고 폐점 처리 일에 뛰어 들기 전까지는 텍사스와 플로리다에서 건강식품 유통회사 월그린스(Walgreens)에서 매장 관리 일을 했다.

“이 일은 정말 힘든 일입니다. 하지만 쉴 틈 없이 일감이 들어옵니다.”

로버트슨과 그 업종에 종사하는 다른 사람들은 혼란에 바진 유통산업 속에서 유일하게 잘 나가는 유목민이다. 시장조사회사 코어사이트 리서치(Coresight Research)에 따르면 지난 2019년에 미국 전역에서 9300개 이상의 매장이 폐쇄되며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소비자들이 온라인으로 이동하고 아마존이 계속해서 시장 판도를 바꾸면서, 앞으로 더 많은 매장이 문을 닫게 될 것이다.

청산 전문 대기업 그레이트 아메리칸 그룹(Great American Group)의 모기업인 B. 라일리 파이낸셜 (B. Riley Financial)의 브라이언트 라일리 회장은 최근 실적발표에서 투자자들에게 “올해 가장 바쁜 한 해를 보냈다”고 말했다.

그레이트 아메리칸 그룹은, 최근 청산한 바니스 뉴욕 백화점(Barneys New York), 토이저러스(Toys R Us), 신발매장 체인 페이리스(Payless ShoeSource). 아동복 판매회사 짐보리(Gymboree) 등을 포함해 2013년 이후에만 6800개 이상의 매장 폐쇄를 처리했다.

로버트슨도 2019년 4개 점포 폐쇄를 포함해 2003년 이 일에 뛰어든 이후 90개 점포를 폐쇄했다. 그는 현재 브루클린의 다이커 하이츠(Dyker Heights)에 있는 에이스 하드웨어를 청산하고 있다.

그는 크리스마스 트리와 반값에 파는 산타 조각상들이 진열되어 있는 벽 옆에 서서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질문하는 쇼핑객들에 똑같은 대답을 반복하며 매장을 정리하고 있다. 그는 대개 혼자 일하는데, 한 매장을 정리하는데 보통 7주가 걸린다.

때로는 그 자신도 싼 값에 나온 물건을 산다. 그는 폐점 매장에서 물건들을 싸게 사서 자신의 집을 수리하기도 했다. 20갤런 들이 페인트를 70% 할인된 가격에 사거나 수도꼭지, 천장 선풍기, 쓰레기 처리장치, 잔디밭 정리 도구들을 싼 값에 샀다.

▲ 페점 전문가 제리 로버트슨이 폐점 매장의 직원들과 폐점 준비를 하고 있다. 로버트슨은 한 매장의 문을 닫는 것은 정서적 작업이라고 말한다.    출처= YANA PASKOVA

매장을 폐쇄하는 방식은 소매업체마다 다르다. 파산 신청의 일환으로 개입한 청산 회사에서 직접 컨설턴트를 파견해 진행하기도 하고, 소매업체가 직접 시간제 직원을 추가로 고용해 매장을 정리하기도 한다.

지난해 12월 말에 시어즈(Sears)와 K마트(Kmart)는 곧 문을 닫을 예정인 매장의 계산원, 창고직원, 분실방지 담당자 등 50개 이상의 일자리 구인 공고를 온라인에 올렸다.

재고정리 판매를 전문으로 하는 덴버의 마케팅 회사 G.A 라이트 세일스(G.A. Wright Sales)의 게리 라이트 대표는, 문을 닫는 매장들이 외부의 도움을 받는 한 가지 이유는 매장 폐쇄가 ‘매우 복잡한 과정’이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그것은 평소에 장사를 하는 것과는 아주 다릅니다.”

문을 닫기 전 재고 정리를 위해 물건을 사게 파는 동안에는 평소보다 많은 사람들이 몰려들기 때문에 특별한 운영 노하우가 필요하다.

로버트슨은 청산 매장을 돕는 전문회사 DWS 리테일 세일스(DWS Retail Sales)라는 회사의 독립 게약자로 일한다. 그는 재고정리 판매 기간 동안의 매출에 따라 수수료를 받는데, 가능한 한 많은 상품을 팔 수 있는 가장 높은 가격에 판매하는 것이 그에게는 이익이다. 대개의 경우는 그만 못하지만 폐업 세일을 성공적으로 치를 경우 수입이 2만 달러가 될 때도 있다.

그의 경험에 따르면 폐업 세일 초기의 마법 할인률은 13%다. 물론 마감일이 다가옴에 따라 할인폭은 더 높아진다. 소규모 독립 매장이 폐업 세일을 할 경우, 점주는 원가 이하로 할인 판매하는 것을 꺼릴 때도 있지만 로버트슨은 “지금이라도 팔면 10달러를 벌 수 있지만, 몇 주 지나 팔지 못하면 쓰레기통으로 갈 수밖에 없다”고 그들을 설득하기도 한다.

세인트 루이스에서 모형 기차를 파는 가게를 폐점할 때, 로버트슨은 장기 고객들에게 폐점 세일을 알리는 초청장을 보내기 위해 고객 목록을 달라고 점주에게 요청했다. 그러다 이 가게가 문을 닫게 된 문제가 곧 드러났다. 이미 많은 고객이 목록의 주소에 더 이상 살고 있지 않았던 것이다.

점주는 "방문했더니 그 사람은 이미 죽었더군, 아, 그 사람은 아파서 병원에 있고…”라고 말했다. 로버트슨은 이 때, 매장 문을 닫는 것이 매우 정서적인 일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올해 58세인 트레이시 레이도 대형 소매점에서 수 십년 동안 일하다 회사가 파산하면서 직업을 바꿨다. 그녀는 현재 그레이트 아메리칸 그룹에서 폐점 전문가로 일하며 미국과 호주로 출장을 다닌다.

그녀는 켄터키주 루이빌(Louisville)에 살지만 임무가 떨어지기 1주일 전까지도 자신이 어디로 배치될 지 모르는 경우가 많다. 그녀는 항상 출장을 가기 위한 만반의 준비를 갖추고 잇다. 그녀의 여행 가방에는 폐업할 매장에 도착해 자기를 소개할 때 입는 정장 드레스 셔츠와 바지, 그리고 폐업이 끝나면 뒷정리와 청소를 할 때 입을 청바지가 모두 들어있다.

그녀는 2019년에 10 곳의 매장을 정리했다. 지금은 노스캐롤라이나주의 사무용품 가게 폐점 임무를 맡고 있다. 그녀는 폐업 정리 일을 하면서 전 세계에서 만난 친구들과 인스타그램과 페이스북을 통해 계속 소통하고 은퇴한 남편이 종종 출장에 동반하기도 한다.

레이는 매장이 문을 닫아 충격 받은 직원들과 교감을 나눈다. 그녀 역시 파산한 소매업체에서 일했기 때문이다.

"직장이 문을 닫는 상황을 수 차례 겪으면서 그들의 기분이 어떤 지 알게 되지요. 내가 단지 폐점을 정리하는 사람으로서가 아니라 그들의 불행을 공감하면서 그들의 두려움을 달래주기 위해 노력합니다.”